두산 김민규 선수

두산 김민규 선수 ⓒ 연합뉴스

 
야구장 안팎으로 어수선했던 두산이 연승을 달리며 분위기를 전환했다.

김태형 감독이 이끄는 두산 베어스는 22일 인천SK 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2020 신한은행 SOL KBO리그 SK 와이번스와의 원정경기에서 홈런 2방을 포함해 장단 12안타를 터트리며 8-1로 승리했다. 전날 롯데 자이언츠와의 경기에서 9회말 끝내기 승리를 거둔 두산은 이어진 인천 원정 첫 경기에서도 대승을 거두며 이날 비로 경기를 하지 못한 3위 LG 트윈스와의 승차를 1.5경기로 좁혔다(49승2무38패).

두산은 4회 선제 솔로 홈런을 터트린 박건우가 결승타의 주인공이 됐고 김재환도 9회 승부에 쐐기를 박는 솔로 홈런을 터트렸다. 8월 들어 맹타를 휘두르고 있는 정수빈도 4안타3타점1득점으로 쾌조의 타격감을 이어갔다. 마운드에서는 6명의 투수가 9이닝을 1실점으로 막으며 승리를 이끈 가운데 프로 데뷔 첫 선발 마운드에 오른 김민규는 5이닝1피안타5볼넷3탈삼진 무실점 호투로 감격적인 데뷔 첫 승리를 기록했다.

최원준-이승진, 선발 공백 메워준 두산 마운드의 잇몸들

'디펜딩 챔피언' 두산은 조쉬 린드블럼(밀워키 브루어스)이 미국으로 역수출되고 세스 후랭코프(시애틀 매리너스)와의 재계약 협상이 불발돼 외국인 선수 2명을 모두 교체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하지만 두산은 이영하,유희관,이용찬으로 이어지는 국내 선발진이 워낙 탄탄하고 새 외국인 투수도 KBO리그 경험이 있는 라울 알칸타라와 뉴욕 메츠 유망주 출신의 크리스 플렉센으로 채우면서 전력 공백을 최소화했다.

하지만 두산은 시즌이 개막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선발진에서 예상치 못했던 뜻밖의 공백이 생기기 시작했다. 먼저 올 시즌이 끝나면 FA 자격을 얻는 이용찬이 팔꿈치 인대접합수술을 받으면서 시즌을 일찍 접게 됐다. 김태형 감독은 예비선발로 대기시켜 뒀던 사이드암 최원준을 선발진에 포함시켰고 최원준은 올 시즌 7승 무패 평균자책점4.31의 좋은 성적으로 이용찬의 빈자리를 잘 메워주고 있다.

이번엔 외국인 투수 플렉센이 문제였다. 6월 초 허벅지에 타구를 맞고 햄스트링에 이상을 느껴 로테이션을 한 차례 거른 플렉센은 복귀 후 6경기 만에 다시 발목에 강습타구를 맞고 강판됐다. 검사결과 좌측 족부 주상골 골절 진단을 받은 플렉센은 현재 깁스를 풀고 상체 운동을 시작하며 복귀를 준비하고 있지만 아직 투구에 들어가며 감각을 끌어 올릴 때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할 전망이다.

플렉센의 자리를 메워주고 있는 선수는 지난 5월 트레이드를 통해 SK에서 영입한 우완 이승진이다. 당초 무너져 가는 불펜을 보강하기 위해 영입한 이승진은 불펜 등판 3경기에서 1.2이닝3실점(평균자책점16.20)으로 부진했고 퓨처스리그에 내려가 선발 준비를 했다. 이승진은 퓨처스리그 6번의 선발 등판에서 24.2이닝1실점(평균자책점0.36)으로 반전의 호투를 선보였고 8월부터 다시 1군으로 올라와 선발 투수로 활약하고 있다.

이승진은 지난 4일 삼성 라이온즈와의 시즌 첫 선발 등판에서 3이닝 4실점으로 부진하며 1군의 한계를 느끼는 듯했다. 하지만 15일 kt 위즈전 5이닝 비자책 1실점에 이어 21일 롯데 자이언츠전에서는 6이닝7탈삼진 무실점으로 시즌 첫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했다. 이승진은 아직 프로 데뷔 첫 승을 신고하지 못했지만 최근 2경기에서 11이닝14탈삼진 비자책 1실점으로 호투하며 두산 선발진의 새로운 희망으로 떠오르고 있다.

'데뷔 첫 승' 김민규, 두산 선발진의 3번째 화수분 될까

22일 프로 데뷔 첫 선발 등판 기회를 잡은 김민규는 2018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2차 3라운드(전체30순위) 지명을 받고 두산에 입단했다. 고교 시절에는 안우진(키움 히어로즈)과 함께 휘문고 마운드를 이끌었지만 2라운드 전체 30번이라는 지명순위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동기생 안우진 만큼 주목 받는 '특급 유망주'는 아니었다.

김민규는 2018년 1경기, 작년에도 1경기 등판이 전부였을 정도로 지난 2년 동안 1군에서 거의 활약하지 못했다. 두산이 매년 상위권에서 순위경쟁을 벌였기 때문에 중상위권에 지명된 유망주 투수인 김민규에게 많은 기회를 주기는 힘들었다. 하지만 2018년 퓨처스리그에서 3승5패6.82를 기록했던 김민규는 2019년2승3패1홀드4.34로 성적이 향상되면서 느리지만 꾸준한 발전속도를 보였다.

김민규는 프로 3년 차가 된 올 시즌부터 본격적으로 1군에서 활약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13경기 동안 불펜으로 등판한 김민규의 성적은 1세이브 10.13으로 부진했다. 지난 2일 NC 다이노스전에서 연장 12회에 등판해 아웃카운트2개를 잡고 데뷔 첫 세이브를 올린 게 유일한 성과였다. 하지만 김민규는 8월 들어 7경기에서 평균자책점3.18(5.2이닝2실점)을 기록하며 안정을 찾았고 22일 SK전에서 드디어 프로 데뷔 첫 선발 기회를 잡았다.

SK는 올 시즌 9위에 머물러 있지만 최정을 비롯해 한동민, 제이미 로맥 등 홈런타자들이 즐비한 팀이다. 신인이나 다름 없는 김민규가 상대하기 쉬운 팀이 아니라는 뜻이다. 실제로 김민규는 5이닝 동안 92개의 공을 던지며 SK에게 5개의 볼넷을 헌납했다. 하지만 SK  타선에서 김민규를 상대로 때린 안타는 3회 2사 후에 나온 최정의 2루타가 유일했다. 그렇게 5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은 김민규는 프로 데뷔 첫 승을 선발승으로 장식했다.

2016년 4명의 15승 투수를 배출했고 2018년에는 선발 투수 5명이 모두 두 자리 승수를 올렸던 '선발왕국' 두산은 올 시즌 외국인 에이스 알칸타라를 제외하면 확실히 믿을 만한 선발투수가 없다(그렇다고 불펜진이 강한 것도 아니다). 이처럼 선발 투수들의 부진과 부상으로 고전을 이어가고 있는 두산에서 최원준과 이승진, 김민규 같은 대체 선발들의 선전은 힘든 여름을 버텨 나가는 두산에게 큰 힘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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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두산 베어스 김민규 임시선발 화수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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