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불펜의 중심으로 자리잡은 이보근

KT 불펜의 중심으로 자리잡은 이보근 ⓒ KT 위즈

 
올시즌 초반, KT 위즈의 타선은 마치 활화산 같았다. 5월 한 달간 팀타율이 10개 팀 중 유일하게 3할을 넘기며(0.306) 뜨거운 화력을 뽐냈다. 하지만 5월 마지막 날을 기준으로 KT의 팀 순위는 7위로 승률 역시 0.435에 그쳤다.

리그 최고의 공격력을 과시했음에도 팀 성적이 하위권에 머무른데는 불펜 불안 탓이 컸다. 주권만이 유일하게 제 몫을 해냈을 뿐 셋업맨-마무리 보직을 맡은 김재윤과 이대은 모두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특히 지난 시즌 마무리로 변신하며 절반의 성공을 거둔 이대은은 8경기에서 3패 1세이브 평균자책점 10.13으로 난타당했다. 5월 22일 LG전에 세 타자를 상대하면서 1피안타 2볼넷 2실점을 기록한 경기를 마지막으로 1군에서 종적을 감췄다(퓨처스리그에서도 부진한 모습을 보이던 이대은은 최근 3경기에서는 4이닝 무실점으로 반등의 기미를 보이고 있다).

현재 시점으로 돌아오면, KT 타선은 여전히 리그 상위권 공격력을 뽐내고 있다. 팀타율 0.284를 기록하며 리그 3위에 올랐고 팀홈런도 104개로 NC에 이어 2위로 각종 공격 지표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시즌 초와 다르게 승률도 0.539로 5할을 훌쩍 넘긴 상태다.(승패마진 +7) 현재 순위는 5위지만 3위 LG와 3경기차 밖에 나지 않아 연승을 한다면 상위권 도약도 노려볼 수 있다.

특히 7월 이후 리그에서 가장 많은 승리(27승 1무 14패, 승률 0.659)를 거두며 급격한 상승세를 타고 있다. 해당 기간 2위인 LG(25승 20패, 0.556)와도 차이가 상당하다.

KT의 흐름이 상승세로 반전한 것은 불펜이 안정화된 시점과 맞물린다. KT 불펜은 6월까지만 해도 평균자책점 6.10으로 리그 9위였다. 해당 기간 리그 평균인 5.28와 비교해 많은 차이를 보이며 다 잡은 승리를 놓치는 모습을 자주 보였다.

하지만 7월 이후 KT 불펜의 평균자책점은 3.44로 리그 1위다. 리그 평균인 4.84에 비하면 말그대로 환골탈태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공교롭게도 이 시기는 이보근이 재정비 기간을 거친 후 1군에서 본격적으로 활약한 시기와 정확히 겹친다. 

이보근은 2019시즌을 마친 뒤 2차 드래프트를 통해 KT의 유니폼을 입게 됐다. 2005년 현대 유니콘스 입단한 이보근은 이후 15년간 같은 팀(히어로즈)에서 뛰었지만, 지난 시즌 극심한 부진(ERA 9.72)으로 인해 팀 내 입지가 사라지고 말았다. 2018시즌이 끝나고 3+1년에 최대 19억이라는 FA 계약을 맺은 뒤 첫 해였기 때문에 그의 부진이 한층 더 뼈아팠다.

▲ KT 이보근의 최근 5시즌 주요 기록
 
 KT 이보근의 최근 5시즌 주요 기록 (출처: 야구기록실 KBReport.com)

KT 이보근의 최근 5시즌 주요 기록 (출처: 야구기록실 KBReport.com) ⓒ 케이비리포트

 
이보근은 KT 이적 후 절치부심했다. 컨디션이 쉽게 올라오지는 않아 6월 13일 뒤늦게 1군에 올라왔지만 연속으로 3경기를 무실점으로 막아내며 준수한 활약을 펼쳤다. 하지만 1군에서 4번째 경기인 6월 20일 롯데전에 1.2이닝 4실점으로 부진한 뒤 다시 재정비의 시간을 갖고자 2군에 내려갔다.

조정 끝에 7월 1일 이후 다시 1군 마운드에 오른 이보근은 가장 좋았던 시절의 모습을 회복한 것으로 보였다. 속구 구속은 다소 떨어졌지만 변화구의 비율을 높이면서 타자와의 수싸움에서도 우위를 보였다. 그 결과 7월에만 12경기에 나서 12.1이닝 평균자책점 0을 기록했다. 안타도 총 6개밖에 내주지 않았고 삼진을 4개 잡아낼 동안 볼넷은 단 1개였다. 겉으로 보이는 기록 뿐이 아니라 내용도 완벽했다.

그의 이런 활약은 앞서 살펴본 것처럼 KT의 상승세, 즉 KT 불펜의 안정화 시기와 일치한다. 물론 KT 불펜이 이보근 혼자만의 활약으로 좋아진 것은 아니다. 조현우, 유원상, 김재윤 등도 힘을 보탰다. 이 선수들의 페이스가 올라오자 주권도 시즌 초 혹사 우려에서 어느정도 벗어나며 숨 고를 시간이 주어졌다. 

그렇지만 이들 중에서도 이보근의 활약이 특히 뛰어나다. 8월에도 그는 호투를 이어가고 있는데 총 10경기 나서 1승 3홀드 2세이브 평균자책점 1.74를 기록 중이다. 8월 14일 이후로는 마무리로도 나서면 2세이브를 기록했다. 현재 추세라면 마무리 보직을 꿰차더라도 이상할 게 없는 상황이다.
 
 홀드왕 시절의 위력을 되찾은 이보근

홀드왕 시절의 위력을 되찾은 이보근 ⓒ KT 위즈

 
어느새 KT 불펜의 중심이 된 이보근은 젊은 투수들의 부족한 경험도 채워줄 수 있는 베테랑이다. 2016년에서 2018년까지 3년동안 67홀드를 올리며 정상급 불펜으로 활약했고 2016년에는 홀드왕 타이틀을 차지하기도 했다.

KT가 가을야구에 진출한다면 그의 역할이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그는 포스트시즌에서 통산 10경기에 나서 1승 3홀드 평균자책점 3.18로 안정감있는 모습을 보였다. KT 투수 중에 포스트시즌 경험이 있는 선수가 많지 않기에 그의 경험은 KT에게 큰 힘이 될 것이다.

홀드왕 시절의 위력을 되찾은 이보근은 남은 기간 KT 불펜의 버팀목이 되며 창단 첫 포스트시즌 진출을 이끌 수 있을까? 지난해의 부진을 말끔히 씻어내며 철벽 불펜의 중심이 된 이보근이 KT의 최종 순위를 어디까지 끌어올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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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 참조: 야구기록실 KBReport.com(케이비리포트), KBO기록실, STATI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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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글: 이승호 / 김정학 기자) 기사 문의 및 스포츠 필진·웹툰작가 지원하기[ kbr@kbreport.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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