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의 공포가 세계를 덮쳤지만 유럽, 그리고 세계인들의 축구사랑은 말릴 수가 없었다. 유럽 축구연맹(UEFA)은 지난 3월 중순 16강 진행 도중 코로나19 확산으로 전면 중단됐던 UEFA 챔피언스리그와 유로파리그를 각 나라의 리그가 모두 끝난 8월 무관중 경기로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아무리 전 세계가 큰 위기에 직면한 상황에서도 2019-2020 시즌 유럽 축구의 최강자는 반드시 가리겠다는 의지다.

이번 시즌 챔피언스리그는 16강부터 4강까지 홈앤어웨이로 진행됐던 기존의 방식과 달리 상대적으로 코로나19 확산이 느린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단판 승부로 치르기로 진행방식을 변경했다. 홈경기의 유리함이 사라지고 단판승부로 승패가 가려지는 만큼 그 어떤 시즌보다 변수가 많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상대적으로 전력이 떨어진다고 평가 받는 올림피크 리옹이나 아탈란타BC도 충분히 우승을 노릴 수 있다는 뜻이다.

8강 대진표에서 축구팬들의 가장 많은 관심을 모으는 경기는 역시 FC바르셀로나와 바이에른 뮌헨의 경기다. 특히 2012-2013 시즌을 끝으로 6년 동안 챔피언스 리그 우승과 인연을 맺지 못한 바이에른 뮌헨은 이번 시즌을 우승의 적기로 여기고 있다. 16강에서 첼시 FC를 합계스코어 7-1로 압도한 바이에른 뮌헨의 '믿는 구석'은 리그와 DFB포칼에 이어 챔피언스리그 득점왕까지 노리는 유럽 최고의 스트라이커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다.
 
 2019-2020 시즌 유럽에서 레반도프스키보다 좋은 골감각을 자랑하는 스트라이커는 아무도 없다.

2019-2020 시즌 유럽에서 레반도프스키보다 좋은 골감각을 자랑하는 스트라이커는 아무도 없다. ⓒ 바이에른 뮌헨

 
20대 초반에 분데스리가 점령한 폴란드 출신 폭격기

2008년부터 2017년까지 세계 축구는 '메날두(메시+호날두)의 시대'였다. 그만큼 리오넬 메시(바르셀로나)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유벤투스FC)가 세계 축구계에 미친 영향은 대단했다. 각자의 소속팀에 수 많은 우승 트로피를 안긴 두 선수는 연말 세계 최고의 축구 선수에게 수여하는 발롱도르 시상식에서도 사이 좋게(?) 5번씩 트로피를 나눠 가졌다. 이 기간 동안 메시와 호날두를 제외한 그 어떤 선수도 발롱도르 트로피를 차지하지 못했다.

따라서 세계 축구팬들은 "메시와 호날두 중 누가 최고인가"라는 답이 없는 논쟁보다는 "메시와 호날두 다음 가는 '인간계 최강'은 누구인가"에 대한 논쟁에 더욱 열을 올렸다. 그리고 2010년대 중반 이후 '인간계 최강' 논쟁을 정리하고 2020년대의 시작과 함께 '예전 같지 않은' 메시와 호날두의 아성을 넘보고 있는 선수가 바로 '분데스리가의 지배자' 레반도프스키다.

2008년 폴란드 리그의 레흐 포즈난에서 프로 데뷔전을 치른 레반도프스키는 2009-2010 시즌 28경기에서 18골을 기록하며 폴란드 1부리그 득점왕과 함께 팀을 우승으로 이끌었다. 유럽에서 본격적으로 주목 받기 시작한 레반도프스키는 잉글랜드의 블랙번 로버스FC, 이탈리아의 제노아 CFC 등 빅리그 구단들의 제의를 뿌리치고 독일 분데스리가의 명문 보루시아 도르트문트로 이적했다.

입단 초기 루카스 바리오스(CA우라칸)을 보좌하는 조커로 활약하던 레반도프스키는 2011-2012 시즌 47경기에서 30골10도움을 기록하며 도르트문트의 분데스리가 2연패와 DFB-포칼 우승에 크게 기여했다. 레반도프스키는 2012-2013 시즌에도 49경기에서 36골10도움을 기록하며 월드 클래스 스트라이커로 떠올랐다. 축구팬들의 '인간계 넘버원' 논쟁에 레반도프스키의 이름이 등장하던 시기이기도 하다.

레반도프스키는 바이에른 뮌헨 이적설이 돌던 2013-2014 시즌 극성팬으로부터 자동차 바퀴가 뽑혀 나가는 테러를 당하기도 했지만 리그에서 20골을 기록하며 분데스리가 이적 후 첫 득점왕을 차지했다. 레반도프스키는 시즌 마지막 경기에서 홈팬들의 뜨거운 박수를 받으며 고별전을 치렀고 2014년 여름 드디어 꿈에 그리던 바이에른 뮌헨으로 이적했다.

리그-컵대회 이어 챔피언스리그 득점왕도 사실상 예약

바이에른 뮌헨은 스페인 라리가의 레알 마드리드, 바르셀로나와 함께 '유럽축구 3대장'이라 불리는 명문팀이다. 따라서 많은 스타 선수들, 특히 스트라이커들이 바이에른 뮌헨이라는 팀의 무게를 감당하지 못하고 실망스런 활약에 그칠 때가 적지 않다. 하지만 레반도프스키는 이적 첫 시즌부터 49경기에서 25골을 기록하며 득점 공동 2위에 올랐고 2015-2016 시즌에는 리그에서만 30골을 몰아치며 이적 두 시즌 만에 득점왕을 차지했다.

레반도프스키는 2016-2017 시즌 도르트문트에서 한 시즌 동안 함께 활약했던 피에르 에메릭 오바메양(아스날FC)에게 득점왕 자리를 내줬다. 하지만 2017-2018시즌부터 2019-2020 시즌까지 득점왕 3연패를 달성하며 통산 5번째 득점왕을 차지했다. 분데스리가 역사에서 레반도프스키보다 더 많은 득점왕을 차지한 선수는 월드컵에서만 14골을 기록한 독일의 전설적인 스트라이커 게르트 뮐러(7회) 뿐이다.

레반도프스키의 활약은 2019-2020 시즌 더욱 빛났다. 시즌 개막 후 11경기 연속골을 기록하며 절정의 득점감각을 뽐낸 레반도프스키는 작년11월 츠르베나 즈베즈다와의 챔피언스리그 경기에서 후반 시작 14분 만에 4골을 퍼부었다. 이는 호날두가 레알 마드리드 시절에 기록했던 21분 4골 기록을 7분이나 앞당긴 챔피언스리그 역대 최단기간 4골 신기록이었다.

이미 분데스리가 34골, DFB-포칼 6골로 리그와 컵대회 득점왕을 차지한 레반도프스키는 챔피언스리그 득점왕도 사실상 예약해 둔 상태다. 레반도프스키가 16강까지 13골을 기록한 가운데 2위 엘링 브레우트 홀란(도르트문트,10골)이 이미 챔피언스리그 일정을 마감했기 때문이다. 공동 3위 가브리엘 제주스(맨체스터시티FC,6골)가 결승까지 3경기에서 8골을 몰아 넣지 못한다면 자동으로 레반도프스키의 '득점왕 트레블'이 완성된다.

지난 7월 발롱도르 시상 주체인 프랑스 풋볼은 코로나19 사태를 이유로 올해 발롱도르 수상자를 선정하지 않는다고 발표했다. 올해 만큼은 메날두보다 더 나은 활약을 펼쳤다고 자부할 수 있는 레반도프스키에게 발롱도르 선정 취소는 대단히 안타까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전 세계 축구팬들은 시상식이라는 요식행위가 없어도 2020년 가장 뛰어난 활약을 펼친 축구선수가 누구인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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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축구 바이에른 뮌렌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 득점왕 트레블 발롱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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