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가 선두 NC의 발목을 잡으며 시리즈 전적을 원점으로 만들었다.

이강철 감독이 이끄는 kt 위즈는 25일 수원 kt 위즈파크에서 열린 2020 신한은행 SOL KBO리그 NC 다이노스와의 홈경기에서 홈런 1방을 포함해 장단 8안타를 때려내며 6-2로 승리했다. 전날 2-3의 아쉬운 한 점차 패배를 기분 좋은 역전승으로 설욕한 kt는 이날 KIA 타이거즈에게 2-8로 패한 6위 삼성 라이온즈와의 승차를 반 경기로 좁혔다(33승1무33패).

kt 첫 두 타석 연속 병살타 이후 6회 결승 적시타, 8회 적시 2루타로 2타점을 올린 강백호가 멀티히트를 기록하며 4일 만에 3할 타율을 회복했다. 마운드에서는 선발 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가 6.2이닝4피안타4사사구3탈삼진1실점 호투로 시즌 7번째 승리를 챙겼다. 불펜에서는 주권을 제외한 나머지 투수들이 확실한 믿음을 주지 못하는 가운데 최근 큰 기대를 하지 않았던 프로 16년 차의 베테랑 투수 이보근의 분전이 돋보이고 있다.

이대은-김재윤 부진으로 크게 흔들린 2020년 kt의 필승조

2015년부터 1군 리그에 참가한 kt는 3년 연속 최하위의 수모를 견뎌내고 2019년 창단 후 처음으로 5할 승률을 기록하며 기존 구단들을 긴장시키는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윌리엄 쿠에바스와 라울 알칸타라(두산 베어스)로 이어지는 외국인 원투펀치가 24승을 합작했고 배제성이라는 뛰어난 토종 선발투수를 발굴하기도 했다. 프로 데뷔 첫 풀타임 시즌을 보낸 유망주 김민의 성장 속도도 기대 이상이었다.

하지만 작년 시즌 kt를 5할 승률로 이끈 최고의 주역은 역시 우완 투수들로 구성된 강력한 불펜진이었다. 선발 유망주였던 주권은 작년 KBO리그에서 70경기 이상 등판과 70이닝 이상 소화한 유일한 불펜 투수였고 선발로 실망스런 활약을 했던 이대은은 마무리 변신 후 35경기에서 3승17세이브 평균자책점2.68로 맹활약했다. 여기에 후반기에만 1승1패1세이브9홀드1.64를 기록한 김재윤이 가세한 kt 필승조는 어느 팀에게도 뒤지지 않았다.

이강철 감독은 올 시즌에도 주권과 김재윤, 이대은으로 이어지는 믿음직한 필승조를 앞세워 창단 첫 가을야구 도전을 선언했다. 여기에 작년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8승을 따낸 스윙맨 김민수가 가세한다면 kt의 불펜이 상위권 팀들과 경쟁하기에 부족함이 없을 거라는 자신감이 있었다. 하지만 이강철 감독과 kt팬들의 자신감은 시즌 개막과 함께 허무하게 무너지고 말았다.

작년 시즌을 통해 마무리가 천직으로 보였던 이대은은 8경기에서 3패1세이브10.13이라는 민망한 성적을 남긴 후 시즌 개막 보름 만에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이대은 이탈 후 셋업맨 김재윤이 마무리 자리를 물려 받았지만 9개의 세이브를 따내는 동안 4개의 블론세이브를 기록하면서 안정감을 주지 못했다. 필승조 3인방 중 2명이 흔들리니 유일하게 제 몫을 해준 주권의 부담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었다.

kt는 주권이 고군분투하는 가운데 올 시즌부터 kt 유니폼을 입고 1승5홀드4.08을 기록한 유원상과 신예 조현우와 베테랑 이상화,전유수 등이 힘을 보태며 힘든 시간을 버티고 있었다. 그렇게 필승조의 복귀를 기다리는 kt에서 최근 조용하게 호투행진을 펼치며 이강철 감독의 고민을 덜어 주고 있는 베테랑 투수가 있다. 올 시즌 14경기에 등판해 16이닝 4자책점으로 2.25의 짠물투구를 이어가고 있는 이보근이 그 주인공이다. 

kt 마운드의 부족한 부분 채워주는 프로 16년 차 베테랑

서울고 출신의 이보근은 지금은 추억의 이름이 된 현대 유니콘스 출신이다. 현대 시절 1군 무대에서 뚜렷한 성과를 올리지 못하던 이보근은 프로 5년 차가 된 2009년 7승7패7세이브4홀드4.26을 기록하며 히어로즈(현 키움)의 불펜 에이스로 활약했다. 가끔 기복을 보이기도 했지만 이보근은 이정훈, 김상수 등과 함께 수 년 동안 하위권을 전전하던 히어로즈 불펜을 묵묵하게 지켰다.

2013 시즌이 끝나고 사회복무요원으로 군에 입대한 이보근은 전역 후 본격적인 전성기를 맞았다. 2016년 67경기에 등판해 5승7패25홀드4.45를 기록한 이보근은 홀드왕에 등극하며 생애 첫 개인 타이틀을 차지했다. 이보근은 2016년부터 2018년까지 18승67홀드를 기록하며 김상수와 함께 히어로즈 불펜의 원투펀치로 활약했다. 2018 시즌이 끝나고 첫 FA 자격을 얻은 이보근은 히어로즈와 3+1년 총액19억 원에 FA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이보근의 '불꽃'은 2018년을 끝으로 빠르게 힘을 잃었다. 이보근은 작년 시즌 19경기에 등판해 2패3홀드9.72로 부진하며 히어로즈 불펜에서 완전히 뒷전으로 밀려나고 말았다. 결국 시즌 종료 후 40인 보호 선수 명단에 포함되지 못한 이보근은 작년 11월에 열린 2차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로 kt에 지명됐다. 상위권의 키움에서는 쓰임새가 없어졌지만 베테랑 투수가 부족한 kt에서는 불펜에서 경험을 더해줄 투수로 기대를 받은 것이다.

하지만 이보근은 6월 중순 1군 콜업 후 4번째 경기에서 1.2이닝 4실점으로 무너졌고 그때까지만 해도 재기는 쉽지 않아보였다. 열흘 동안 2군에서 와신상담한 이보근은 7월의 시작과 함께 다시 이강철 감독의 부름을 받았고 7월에 열린 10경기에서 10.1이닝6피안타1볼넷 무자책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25일 NC전에서도 8회 위기 상황에 등판해 중요한 아웃카운트 2개를 잡아낸 이보근의 7월 피안타율은 고작 .176밖에 되지 않는다.

kt는 지난 18일 시즌 초반 선발로 활약했던 우완 김민을 1군으로 불러 불펜투수로 활용하고 있다. 팔꿈치 통증으로 부상자 명단에 등록된 김재윤과 퓨처스리그에서 조정기간을 보내고 있는 이대은까지 1군에 합류하면 kt 불펜은 다시 '완전체'를 구축할 수 있다. 하지만 이보근이 지금처럼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하게 공을 던지며 팀에 기여해 준다면 kt 불펜에서 이보근의 입지가 흔들리는 일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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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KT 위즈 이보근 불펜 필승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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