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는 주말마다 한국 시간으로 밤 8시부터 새벽 4시 경까지 나눠서 경기가 시작된다. 영국 현지 시간으로는 정오부터 밤 늦은 시간까지 축구 경기가 계속 이어진다는 뜻이다. 이는 영국사람들이 그만큼 축구를 좋아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전 세계에 퍼져 있는 프리미어리그 팬들을 최대한 유입하기 위한 영국축구협회의 전략적인 선택이다. 영국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중계가 되는 빅리그에서는 대부분 이처럼 경기 시간을 나눠서 배치한다.

하지만 시즌 막판 마지막 라운드 경기 만큼은 10개 구장에서 같은 시간에 일제히 경기가 시작된다. 라이벌 팀이나 순위 다툼을 벌이는 팀의 경기 결과를 보고 일부러 느슨하게 경기를 하며 인위적으로 순위를 바꾸는 부작용을 막기 위함이다. 월드컵에서 각 조의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를 같은 시간에 하는 것과 같은 이유다. 시즌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야 하는 스포츠의 기본을 '동일시간 킥오프'를 통해 강제적으로 유지하는 것이다.

이번 시즌은 코로나19 사태 때문에 두 달 동안 시즌이 중단되기도 했고 시즌 재개 후에도 끝내 관중을 받지 못한 채 시즌을 마무리한다. 하지만 무관중의 허전함과는 별개로 다음 시즌 챔피언스리그와 유로파리그, 그리고 강등권 경쟁은 시즌 끝까지 매우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다음 시즌 유럽 대항전 막차 티켓을 따내는 팀과 프리미어리그에 잔류하는 팀은 오는 27일(이하 한국시각) 0시에 열리는 38라운드가 모두 끝나 봐야 알 수 있다는 뜻이다.
 
 올해 유럽대항전의 잔여일정은 각 나라의 리그가 모두 끝난 8월부터 시작된다.

올해 유럽대항전의 잔여일정은 각 나라의 리그가 모두 끝난 8월부터 시작된다. ⓒ 유럽축구연맹

 
여러 팀의 운명을 결정할 첼시와 울버햄튼의 최종전

이번 시즌엔 리버풀FC가 역대 최단기간 우승을 확정 지으며 프리미어리그 출범 후 처음으로 감격적인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2위 맨체스터시티FC 역시 최종전을 앞두고 승점78점으로 3위 그룹에게 여유 있게 앞서 있다. 문제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FC와 첼시FC, 그리고 레스터시티FC가 승점 1점 차이로 촘촘하게 붙어 있는 3~5위 경쟁이다. 여기서 미끄러지는 한 팀은 다음 시즌 챔피언스리그 무대를 밟을 수 없다.

37라운드까지 극적으로 3위로 올라선 맨유(승점63점)와 7월에 열린 5경기에서 2승1무3패로 부진하며 5위까지 떨어진 레스터시티(승점62점)는 운명적으로 시즌 최종전에서 격돌한다. 현재 양 팀이 승점 1점 차에 불과하기 때문에 이 경기의 승자는 챔피언스리그 진출이 확정된다. 만약 양 팀이 승부를 가리지 못하고 무승부를 기록한다면 승점 1점이 앞서게 되는 맨유가 최소 4위를 확보해 챔피언스리그행 티켓을 따내게 된다.

레스터시티 입장에서는 맨유전 승리가 최상이지만 최소 비기기라도 해서 승점1점이라도 확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레스터시티는 이번 시즌 골득실이 +28점으로 +13점에 불과한 4위 첼시(승점63점)에게 여유 있게 앞서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레스터시티가 맨유와 비겨 승점63점으로 시즌을 마치고 첼시가 최종전에서 울버햄튼 원더러스FC에게 패한다면 골득실에서 앞선 레스터시티가 최종순위 4위로 챔피언스리그 티켓을 따낼 수 있다.

하지만 한국의 축구팬들 대부분은 레스터시티와 첼시, 그리고 맨유의 3~5위 대결이 맨유와 첼시의 승리로 무난하게 흐르길 바라고 있다. 첼시의 시즌 최종전 상대가 바로 손흥민의 소속팀 토트넘 핫스퍼FC(승점58점)와 승점 1점 차이로 6위 다툼을 벌이고 있는 울버햄튼(승점59점)이기 때문이다. 이번 시즌 EFL컵 우승팀 맨시티가 이미 챔피언스리그 티켓을 땄기 때문에 프리미어리그에서는 이번 시즌 리그 6위까지 유로파리그 출전티켓이 주어진다.

따라서 리그 최종전에서 토트넘이 크리스탈 팰리스FC를 꺾고 울버햄튼이 첼시와 비기거나 지면 토트넘의 리그 6위가 확정되면서 유로파리그 진출 티켓을 얻을 수 있다. 물론 최근 4시즌 연속 챔피언스리그 무대를 밟았던 토트넘에게 유로파리그는 썩 만족스럽지 않은 작은 무대일 수도 있다. 하지만 차기 시즌 유럽대항전에 나가는 팀과 그렇지 못하는 팀은 다음 시즌을 준비하는 과정에서부터 큰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아스톤 빌라-왓포드-AFC본머스의 강등권 경쟁도 치열

물론 토트넘이 리그 6위 등극에 실패해 7위로 시즌을 마감한다고 해도 유로파리그 진출 확률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첼시와 아스날FC가 결승에 올라가 있는 FA컵에서 첼시가 우승을 차지하고 첼시가 리그에서 4위 이상의 성적을 거둔다면 리그 7위에게도 유로파리그 출전의 기회가 주어지기 때문이다. 일단 토트넘으로서는 크리스탈 팰리스와의 최종전에서 무조건 승점 3점을 따놓고 울버햄튼과 첼시의 최종전 결과를 확인해야 한다.

매 시즌 그런 것처럼 이번 시즌에도 챔피언스리그와 유로파리그 티켓 경쟁 만큼 강등권 경쟁도 마지막까지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최하위 노리치 시티FC의 2부리그 강등이 일찌감치 확정된 가운데 17위 아스톤 빌라FC와 18위 왓포드FC(이상 승점34점), 19위 AFC본머스(승점31점)가 마지막 '제로섬 게임'을 기다리고 있다. 이들은 최종전 결과에 따라 잔류팀과 강등팀의 희비가 극적으로 엇갈릴 수 있다.

시즌 막판까지 알 수 없는 팀 순위에 비해 개인 기록에서는 어느 정도 향방이 결정됐다. 득점왕 경쟁에서는 23골을 기록한 제이미 바디(레스터 시티)가 21골의 대니 잉스(사우스햄튼FC)를 두 골차로 앞서 있어 생애 첫 프리미어리그 득점왕 등극이 유력하다. 도움 부문에서도 19도움의 케빈 더 브라위너(맨시티)가 13도움의 트렌트 알렉산더 아놀드(리버풀)를 멀찌감치 따돌려 개인 통산 3번째 프리미어리그 도움왕 타이틀을 차지학 확률이 매우 높다.

만약 맨유의 제시 린가드가 이번 시즌 얻었던 수 많은 골 기회를 몇 번이라도 살렸더라면, 혹은 손흥민이 지난 2월 아스톤 빌라전에서 팔부상을 당하지 않았더라면 이번 시즌 순위표는 크게 달라졌을지 모른다. 하지만 이 모든 예상하기 힘든 변수들이 모여 한 시즌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처럼 마지막 라운드를 앞둔 시점까지 차기 시즌 유럽대항전 진출팀을 알 수 없게 된 것도 모든 팀들이 받아 들여야 할 '운명'이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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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축구 2019-2020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FC 토트넘 핫스퍼FC 강등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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