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개그맨 노우진이 최근 음주운전으로 경찰에 적발됐다. 17일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노우진을 음주운전 혐의로 입건해 조사 중에 있다고 밝혔다. 노우진은 지난 15일 밤 서울 영등포구 올림픽대로에서 음주상태로 운전을 하던 중 검거됐으며, 혈중 알코올 농도는 0.185% 수준으로, 면허취소 기준치를 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노우진은 17일 자신의 SNS를 통해 사실을 인정하고 사과문을 올렸다. 노우진은 "지난 수요일 저녁 음주를 하고 한 순간의 부족한 생각을 떨치지 못하고 실수를 저질렀다. 변명의 여지가 없다. 앞으로 반성하며 자숙하겠다"는 글을 올렸다. 현재 노우진의 SNS는 비공개로 전환된 상태다.

최근 사회적으로 음주 관련 범죄에 대한 경각심과 비판 여론이 크게 높아진 상황이다. 술에 관대했던 과거처럼 '사람이 술 마시고 실수할 수도 있다'는 식의 말은 오늘날의 정서로는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2019년부터 음주운전으로 인한 사고시 처벌을 강화하는 '윤창호법'이 시행되면서 감소 추세라는 게 다행이지만, 여전히 잊을만하면 음주운전은 계속되고 있으며 인명사고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다.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전국에서 발생한 음주운전 교통사고는 9만8000여 건으로, 사망자는 2천 100여 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윤창호법마저도 음주운전을 근절시키기에는 처벌이 너무 약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전 메이저리그 출신의 프로야구선수 강정호는 최근 국내 복귀를 추진하다가 무산되는 해프닝이 있었다. 강정호는 미국 프로야구 피츠버그 파이어리츠 소속이던 2016년 말, 국내에서 음주운전 뺑소니 사고를 냈다. 이후 경찰 조사 과정에서 2009년과 2011년 음주운전 사실도 드러나며 결국 실혐을 선고받았다.

이후 메이저리그에서도 방출되며 야구인생의 기로에 놓였던 강정호는 마지막 수단으로 지난 6월 임의탈퇴 복귀 신청서를 한국야구위원회(KBO)에 제출하며 국내 복귀를 타진했다. 당시 KBO는 상벌위원회로부터 1년 유기실격 징계와 봉사활동 300시간 제재를 내렸으며 원소속팀인 키움 히어로즈의 최종 영입 결정만을 남겨놓고있던 상황이었다.

하지만 여론이 강정호의 복귀를 가로막았다. 강정호가 과거 수차례 음주운전을 저지른 경력을 두고 그의 한국야구 복귀를 허용해서는 안된다는 부정적인 여론이 들끓었다. KBO도 강정호에게 솜방망이 징계를 내렸다는 이유로 비난에 시달렸다. 강정호가 국내로 돌아와 뒤늦은 사과 기자회견을 열었지만 국민들의 마음을 돌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강정호는 결국 국내 복귀 의사를 자진 철회해야했다.

강정호 사건은 윤창호법 제정과 더불어 우리 사회에 음주운전을 바라보는 새로운 '사회적 기준점'이 되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공정과 형평성을 중시하는 오늘날의 국민들은 더 이상 유명인들이 자신의 재능과 영향력을 앞세워 사회적 일탈을 저지르고도 특별대우를 받는 것을 용납하지 못한다는 것이 확인됐다.

강정호가 음주운전이 적발된 이후 남겼던 "실망하신 분들께 야구로 보답하겠다"는 발언은, 실제로 과거에 음주운전을 저지르고도 멀쩡히 활동하던 다수의 유명인들이 보여준 행태를 그대로 대변하는 말이기도 했다. 하지만 오늘날의 국민들에게 강정호의 발언은 그저 시대착오적인 '망언'으로만 기억될 뿐이다. 실제 강정호 사건 이후 스포츠계에서도 여론의 영향으로 음주운전에 대한 처벌이 크게 강화되는등 파급 효과가 엄청났다.

하지만 연예계-방송계는 또 이야기가 달라진다. 이제는 한 번의 잘못으로도 아예 해당 분야에서 퇴출될수도 있는 스포츠나 다른 직종에 비하여, 연에계는 아직 음주운전에 대한 산업 내 명확한 기준이 없는 편이다.

실제로 유명 방송인-연예인 중에서 많은 음주운전 경력자들이 지금도 버젓이 방송무대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모습을 찾는 것이 어렵지 않다. 음주운전이 적발된 직후에는 한동안 자숙한다는 명분으로 모습을 감추지만, 조금 쉬고나서 은근슬쩍 다시 활동을 재개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가수 길이나 스포츠스타 출신 허재가 대표적이다. 두 사람은 강정호와 마찬가지로 모두 음주운전에만 공식적으로 세 번 이상 적발된 기록이 있는 인물들이다. 하지만 길은 최근 가족예능프로그램 <아빠본색>으로 은근슬쩍 방송계에 복귀했다. 허재는 <뭉쳐야찬다>등 수많은 예능프로그램에 고정출연하며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강정호와 다를 것이 전혀없는 사례인데도 두 사람의 방송활동을 지적하는 여론은 거의 찾을수 없다.

심지어 윤창호법이 시행된 2019년 이후에도 연예인들의 음주운전 사고는 계속해서 벌어지고 있다. 노우진을 비롯하여 가수 환희나 그룹 에이비식스 출신 임영민 등은 모두 올해들어 음주운전에 적발된 연예인들이다. 과거 동료 연예인들의 사례나 최근의 사회적 분위기에 대한 경각심이 전혀 없다고 볼 수밖에 없는 장면이다.

사실 음주운전만이 아니라 도박-폭력 등 각종 불법행위에 대하여 연예계-방송계 특유의 폐쇄적인 '끼리끼리' 문화가 만연해있는 것도 유명인들의 사회적 경각심을 약화시키는데 한몫을 담당한다. 웃음이나 감동을 내세워 대중의 감성코드를 자극하기 쉬운 방송의 특성을 이용하여, 물의를 일으켰던 연예인의 과거사마저 한때의 농담거리로 '희화화'하거나, 출연진들끼리의 '연대의식'으로 서로 감싸주는 풍토가 빈번하다.

이러다보니 방송-연예계에 인맥과 영향력이 큰 스타급 인물일수록 여론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뻔뻔하게 복귀하는 경우가 더 많다. 음주운전 연예인들이 나오는 프로그램을 볼 때마다 불쾌감을 느껴야하는 시청자들의 목소리는 제대로 반영이 되지 않는다. 이는 결국 음주운전을 저질러도 관행적으로 조금만 버티면 방송인-연예인으로서 얼마든지 재기할수 있다는 잘못된 메시지만 전달하게 된다.

이제는 방송-연예계도 자체적으로 음주운전 연예인에 대한 퇴출기준 및 방송 복귀 기준을 새롭게 정비해야할 필요가 있다. 사회가 변화하고 국민들의 눈높이도 올라가고 있는데, 정작 시대 흐름에 가장 민감해야할 방송-연예계에서 이러한 목소리를 외면하는 것은 말이 되지않는다.

같은 잘못을 저질러도 누구는 여론이 들끓어서 더 과중한 처벌을 받고, 누구는 조용히 묻혀진다면 진정한 사회적 형평성에도 맞지않는다. 더 이상 방송-연예계가 음주운전에 관대한 우리 사회의 마지막 사각지대가 되어서는 곤란할 것이다.
 
음주운전연예인 윤창호법 강정호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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