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가 키움을 상대로 4-8의 열세를 12-9로 뒤집는 대역전극에 성공했다. 박경완 감독대행이 이끄는 SK와이번스는 17일 인천SK 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2020 신한은행 SOL KBO리그 키움 히어로즈와의 홈경기에서 홈런 2방을 포함해 장단 13안타를 터트리며 12-9로 승리했다. 

4회초까지 4-8로 뒤지던 SK는 6회말 8-9까지 추격에 성공한 후 '약속의 8회'에 대거 4점을 뽑아내며 짜릿한 역전극을 완성하고 키움을 연패의 늪에 빠트렸다(20승43패).

SK는 선발 김주한이 3이닝5실점, 두 번째 투수 김세현이 1이닝3실점으로 부진했지만 6회부터 등판한 박민호, 정영일, 신재웅, 서진용이 4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으며 역전의 발판을 마련했다. 타석에서는 루키 최지훈이 프로 데뷔 첫 홈런을 터트린 가운데 한동민도 8회 빅이닝의 시작을 알리는 솔로포를 터트렸다. 그리고 8회 대타로 출전해 SK의 리드를 만든 결승타를 때린 주인공은 올 시즌을 앞두고 SK 유니폼을 입은 39세의 노장 채태인이었다.

베테랑 재기의 장이었던 2차 드래프트

KBO리그는 지난 2011년 신생 구단 NC다이노스의 창단과 맞물려 메이저리그의 '룰5 드래프트'를 본 따 만든 2차 드래프트를 신설했다. 홀수 해 11월마다 격년제로 시행되는 2차 드래프트는 각 팀이 미리 제출하는 보호선수 40인을 제외한 선수들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그동안 좋은 기량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1군에서 기회를 얻지 못했던 유망주들에게 이적을 통해 새로운 기회를 주자는 취지로 만들어진 제도다.

하지만 지금까지 다섯 차례 실시된 2차 드래프트에서 나온 특징을 보면 1군에서 기회를 얻지 못했던 유망주들보다는 전성기가 지난 노장들이 재기의 기회를 얻는 장으로 더 많이 쓰이고 있다. 실제로 2차 드래프트를 통해 새로운 구단에서 주전급 선수로 도약한 유망주는 이재학(NC)을 비롯해 양현(이상 키움), 유민상(KIA타이거즈), 노성호(삼성 라이온즈) 등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반면에 이미 프로에서 한두 차례 이름을 날렸다가 부진에 빠졌지만 2차 드래프트를 계기로 다시 주전급 선수로 재도약한 사례는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가장 대표적인 선수가 2013년 2차 드래프트에서 롯데 자이언츠의 지명을 받았던 심수창(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이다. 넥센(현 키움)에서 자리를 잡지 못하던 심수창은 롯데 이적 후 2015년 4승5패5세이브3홀드 평균자책점 6.01로 부활했고 한화 이글스와 4년 13억 원에 FA계약을 체결했다.

2011년 처음으로 시행된 2차 드래프트를 통해 롯데 유니폼을 입은 김성배 역시 부활에 성공한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2005년 두산 베어스에서 8승3패2세이브8홀드3.17을 기록한 후 크고 작은 부상으로 고전하던 김성배는 롯데 이적 후 필승조로 활약했고 2013년에는 마무리를 맡아 31세이브를 기록했다. 그리고 2016년에는 다시 친정 두산으로 돌아와 우승 반지까지 차지했고 2017년이 끝난 후 성공적으로 선수 생활을 마무리했다.

두산을 대표하는 불펜투수로 활약하며 세이브왕(2005년)과 홀드왕(2010년)을 모두 차지했던 정재훈(두산 불펜코치)은 2014 시즌이 끝난 후 FA 장원준의 보상 선수로 롯데 유니폼을 입었다. 하지만 정재훈은 롯데에서 부진을 면치 못했고 2차 드래프트를 통해 1년간의 부산 여행(?)을 끝내고 친정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정재훈은 2016년 23홀드를 기록하며 두산 통합 우승에 결정적으로 기여했다(하지만 정작 본인은 부상으로 한국시리즈에 결장했다).

부상 복귀 후 7월에만 4할... 공포의 왼손 대타 요원

2차 드래프트에서는 매년 각 구단마다 지명 전략이 있다. 주로 현재의 전력이 우수한 팀은 미래를 대비해 눈여겨 본 유망주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고 특정 포지션에 약점이 있는 구단들은 베테랑 선수 중에서 팀에 도움이 될 만한 선수가 있는지 찾기 마련이다. 물론 작년의 두산이나 키움처럼 구단 사정에 따라 전 라운드에서 '패스'를 외치는 소신 있는(?) 구단들도 있다.

작년 시즌 내내 1위를 달리다가 마지막 날 정규리그 1위를 놓치고 그 충격으로 플레이오프에서 3연패를 당하며 3위에 머문 SK의 목표는 오직 '우승 탈환'이었다. SK가 작년 2차 드래프트에서 2016년 세이브왕 출신이자 2017년 KIA 한국시리즈 우승의 주역 김세현과 삼성 왕조시대 멤버였던 베테랑 좌타자 채태인을 지명한 이유다. 채태인은 삼성 시절이던 2013년부터 2015년까지 3년 동안 타율 .342를 기록했던 검증된 교타자다.

SK는 채태인이 작년 시즌을 끝으로 은퇴한 박정권(SK 2군 타격코치)의 역할을 대신해 줄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실제 프로에서의 실적은 채태인도 4개의 우승 반지를 가진 박정권에게 결코 뒤지지 않았다. 하지만 채태인은 시즌 개막 후 5경기 만에 우측 늑간근이 손상되는 부상을 당하면서 38일 동안 1군에서 자리를 비웠다. 그렇게 채태인은 2차 드래프트의 실패 사례로 남는 듯했다.

하지만 채태인은 6월 말 부상을 털고 그라운드로 복귀했고 7월 한 달 동안 14경기에 출전해 타율 .400(40타수16안타)2홈런11타점3득점으로 맹타를 휘두르며 시즌 초반 부상 결장의 아쉬움을 달래고 있다. 채태인은 17일 키움전에서도 8회 9-9 동점 2사 만루에서 오준혁 대신 대타로 등장해 2루수 키를 넘기는 1타점 적시타를 때려냈다. 키움의 강속구 마무리 조상우를 무너뜨리고 SK의 리드를 안겨주는 천금 같은 결승타였다.

SK는 붙박이 4번 타자인 주전 1루수 제이미 로맥이 건재한 데다 1루가 주 포지션인 새 외국인 선수 타일러 화이트도 입국을 눈앞에 두고 있다. 39세의 노장 채태인이 SK에서 주전 경쟁을 하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뜻이다. 하지만 통산 1193경기 출전에 우승 반지만 3개(2012년엔 엔트리 제외)를 가진 경험 많은 그라면 올 시즌 SK에서 자신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는 잘 알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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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SK 와이번스 채태인 대타 결승타 2차 드래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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