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로 개막을 미뤘던 메이저리그가 우여곡절 끝에 오는 24일(이하 한국 시각) 시작한다. 하지만 지난 봄 스프링 캠프가 중단되면서 선수들의 몸 상태를 다시 끌어올려야 할 필요성이 있었다. 이를 위해 각 팀은 홈 경기장에서 서머 캠프를 진행하고 있다.

메이저리그는 본래 내셔널리그와 아메리칸리그 각 15팀으로 나누고 동부, 중부, 서부지구 각 5팀으로 총 6개의 디비전으로 시즌을 진행한다. 다른 리그의 팀과는 디비전마다 3년 사이클로 인터리그를 치르고, 같은 리그의 다른 디비전 팀과는 1년에 홈 시리즈 및 원정 시리즈를 한 번 씩 치르며, 나머지 일정은 모두 같은 지구의 팀과 대결한다.

그러나 이러한 일정을 치르기 위해서는 1년 동안 미국과 캐나다를 수십 번 장거리 이동해야 한다. 물론 공항 터미널을 이용하지 않고 전용 버스를 이용해 구단 전세기가 있는 활주로까지 직행하면 일반인들과의 접촉을 피할 수 있지만 지금은 장거리 이동 자체가 위험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올해에 한정하여 메이저리그의 진행 방식이 바뀐다. 내셔널리그와 아메리칸리그 구분은 없으며 동부리그, 중부리그, 서부리그로만 나뉜다. 10팀 단위의 리그로 시즌을 치르며 포스트 시즌 진행 방식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부상 선수들을 대체하기 위한 예비 명단까지 60명의 선수들 중 개막 엔트리는 30명이며, 1달 뒤에는 메이저리그 로스터를 26명으로 운영한다. 이 로스터에 포함되지 않는 다른 예비 명단 선수들은 부상 선수 공백을 메우기 위해 연고지 근처에서 훈련하며 대기한다.

7월 말에 시즌을 시작하기 때문에 팀당 162경기를 치를 수 없어서 팀당 40경기의 단축 시즌으로 치른다. 안타깝게 시즌의 경기 수는 메이저리그 사무국과 선수 노조의 상호 협상이 결렬되면서 '커미셔너' 롭 만프레드의 직권으로 결정된 사항이다.

이에 따라 올 시즌 한국인 메이저리그 선수들의 맞대결은 류현진(토론토 블루제이스)과 최지만(탬파베이 레이스)의 만남만 볼 수 있다. 두 선수의 소속 팀 모두 동부리그이며, 나이 차로 인하여 함께 뛴 적은 없으나 인천 동산고등학교 선후배 사이다.

김광현(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과 배지환(피츠버그 파이어리츠)은 소속 팀이 중부리그에 있다. 그러나 배지환은 파이어리츠가 유망주를 다른 팀으로부터 지키기 위하여 예비 명단에 포함시켰을 뿐 올해 개막 30인 로스터에 들어갈 가능성은 희박하다.

추신수(텍사스 레인저스)는 서부리그 팀 소속이기 때문에 다른 한국인 선수들과 만날 수 없다. 추신수는 올 시즌을 끝으로 레인저스와의 7년 계약이 만료되며 향후 진로를 생각해야 하는 시기다.

당초 캐나다가 미국 국적이 아닌 다른 외국인들의 입국을 통제하고 있어서 류현진은 토론토에 가지 못하고 옛 동료 러셀 마틴의 집 중 플로리다 주 더니든에 있는 한 채를 빌려 생활하고 있었다. 일단 캐나다가 선수단의 입국은 허용했기 때문에 류현진의 가족들은 더니든에 남고, 류현진과 통역 그리고 김병곤 트레이닝 코치 등만 토론토로 향했다.

대신 블루제이스 선수단의 이동 범위는 제한된다. 로저스 센터와 바로 옆에 있는 메리어트 시티 호텔만 이용할 수 있으며, 다른 곳으로 나갈 수 없다. 또한 캐나다 정부가 원정 팀의 입국을 허용할지 아직 확실히 결정하지 않아서 정규 시즌은 토론토 인근 지역인 버팔로 또는 스프링 캠프장인 더니든에서 치러야 할 수도 있다.

불안한 미국 상황, MLB 유명 선수들도 일부 확진

해외 입국자를 최대한 막고 있는 캐나다는 일일 확진자 수가 평균 200명 대에 머무르고 있다. 그러나 미국은 일일 평균 5만 명을 넘는 등 위기가 가라앉을 줄 모르는 상황이다. 서머 캠프를 시작하기 전부터 메이저리그 선수들 중 확진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서머 캠프를 치르는 동안에도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다. 뉴욕 양키스의 마무리투수인 쿠바 출신의 왼손 투수 아롤디스 채프먼도 최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아 양키스는 불펜 운영에 비상이 걸렸다.

로스앤젤레스 다저스도 최근 일부 선수들이 캠프에 지각 합류하면서 의문을 불러왔으나 어느 정도 의문이 풀렸다. 마무리투수 켄리 잰슨이 코로나19에 확진되었다가 회복하고 돌아오느라 캠프 합류가 늦었던 것이다. 잰슨은 7월 13일(이하 한국 시각) 지역 언론 인터뷰를 통해 이와 같은 사실을 고백했다.

잰슨은 아들 카덴 잰슨에게 감염되어 가족이 모두 함께 확진 판정을 받았다. 한때 심장 수술을 받았던 잰슨이라 불안 요소가 컸지만 다행히 가족들이 모두 회복되어 음성 판정을 받았고, 메이저리그 프로토콜에 의하여 늦게라도 팀에 합류할 수 있었다. 캠프에 합류한 뒤 확진 이력을 공개한 잰슨은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방역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일본인 투수 다르빗슈 유(시카고 컵스)도 스프링 캠프 기간 중에 가벼운 감기 증세로 의심 증상을 보였던 적이 있었다. 이에 다르빗슈는 당시 등판 일정을 취소하고 한동안 격리 생활을 하기도 했다. 자발적으로 받았던 검사에서는 다행히 음성 판정을 받았다.

다르빗슈는 일단 시즌에 참가하기로 결정하고 서머 캠프에 참가하고 있다. 그러나 의심 증상을 보였던 적이 있었던 만큼 여전히 걱정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으며, 다른 선수들에게도 마스크 착용을 적극 권장하고 있다. 건강하게 시즌을 준비할 경우 다르빗슈는 컵스의 개막전 선발 등판이 유력하다.

KBO리그에서 뛴 경험이 있는 조쉬 린드블럼(밀워키 브루어스) 역시 방역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선수들 중 한 명이다. 코로나19에 확진되지는 않았으나, 자신이 선수로 활약했던 대한민국의 방역 상황에 대해 큰 관심을 갖고 있으며 KBO리그 이력 덕분에 지역 언론과 자주 인터뷰를 하며 방역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시즌 포기한 스타들... 프라이스, 포지 등 불참 선언

그러나 현재 상황에 대하여 불안감을 느끼고 시즌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공개 선언하는 스타 플레이어들도 있다. 다르빗슈 역시 일단 시즌 참가 준비를 하고 있으나 코로나19에 대한 방역 대응이 제대로 이뤄진다는 것을 전제로 하는 참가다. 다르빗슈 역시 관련 문제가 더 심각해지면 시즌을 포기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공개적으로 시즌 포기를 선언한 선수들 중에서는 데이비드 프라이스(로스앤젤레스 다저스)가 눈에 띈다. 지난 겨울 보스턴 레드삭스에서 다저스로 트레이드 된 프라이스는 FA 계약으로 다저스를 떠난 류현진의 빈 자리를 메울 왼손 선발투수로 주목 받고 있었다.

프라이스는 2012년 아메리칸리그 사이 영 상을 수상했지만, 이후 기복을 겪은 뒤 2018년 레드삭스의 월드 챔피언 등극에 기여했다. 2019년 왼쪽 손목 통증으로 부상을 겪으면서 22경기만 등판하고 시즌을 일찍 마감했던 프라이스는 올 시즌 다저스에서의 재기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프라이스는 가족들의 건강을 위해 최종적으로 시즌 포기를 선언했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간판 포수 버스터 포지도 올 시즌을 포기하기로 한 선수들 중 한 명이다. 포지는 시범경기 10경기에서 타율 0.455에 OPS 1.206을 기록하며 시즌을 열정적으로 준비하고 있었다. 그러나 최근 미숙아로 태어났던 쌍둥이들을 입양한 뒤 자녀들의 건강이 걱정된다며 시즌 포기를 선언했다.

지난해 월드 챔피언의 기쁨을 누렸던 베테랑 내야수 라이언 짐머맨(워싱턴 내셔널스)도 시즌 포기를 선언했다. 짐머맨 역시 최근에 새로운 자녀가 태어났으며, 모친이 다발성 경화증을 앓고 있는 고위험군이었기 때문에 걱정이 많았던 사례다. 결국 짐머맨 역시 가족들의 건강 문제를 이유로 올해 시즌과 연봉을 포기했다.

심혈관 관련 지병을 갖고 있던 잰슨처럼 고위험군의 선수가 시즌을 포기할 경우 연봉과 서비스 타임을 보장 받을 수 있다. 그러나 프라이스나 포지, 짐머맨 등은 자발적으로 시즌을 포기했기에 올 시즌 연봉을 받을 수 없다.

일단 개막은 하는데... 한국인 선수들의 상황은?

일단 단축 시즌으로 개막을 준비는 하고 있지만 메이저리그가 안전하게 치러질지는 장담할 수 없다. KBO리그의 경우 선수들 중에서 확진자가 발생하진 않았고, 일본은 확진자가 발생하긴 했지만 소수에 그쳤고, 이들이 회복한 뒤 시즌을 치르고 있다.

프라이스나 포지, 짐머맨 등과 같이 시즌 참가를 포기하는 선수들이 더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메이저리그 최고 연봉을 자랑하는 마이크 트라웃(LA 에인절스)의 경우도 일단 서머 캠프에 참가는 하고 있지만, 최근에 자녀가 태어났기 때문에 그 역시 짐머맨과 같은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처지다.

류현진 역시 최근에 부인 배지현씨가 딸을 출산했다. 이 때문에 스프링 캠프가 중단되고 캐나다의 국경이 사실상 봉쇄되는 시점에서 토론토로 들어갈 수 없어 불안한 상황이었다. 다행히 지난해 다저스에서 류현진의 전담 포수였던 마틴이 더니든에 있는 집을 빌려준 덕분에 류현진은 건강한 딸의 탄생을 옆에서 지킬 수 있었다. 아직 새 팀을 구하지 못한 마틴은 본래 자신의 고향인 토론토 집에 머물고 있으며, 류현진의 다른 가족들은 더니든에 머물고 있다.

김광현은 부인과 두 자녀가 동행하지 않고 통역과 함께 세인트루이스에 머물고 있다. 현지에 머물며 아담 웨인라이트 등과 함께 훈련한 김광현은 고향에 다녀오느라 입국이 지체된 경쟁자 카를로스 마르티네스보다 몸 상태가 좋은 상황이다.

최지만은 연고지인 플로리다 주의 코로나19 확산 상황이 한때 심각하여 홈 경기장과 캠프장이 모두 폐쇄되기도 했다. 최지만의 형이 고향 인천에서 야구 실내 훈련 시설을 운영하고 있었던 덕분에 그는 잠시 고향에 들어와 개인 훈련을 진행했으며, 현재는 탬파로 돌아가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추신수는 세 자녀들이 미국에서 학업을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스프링 캠프가 중단된 이후 텍사스 주 알링턴에 계속 머물렀다. 일단 추신수는 올 시즌에 참가하여 FA 이후 본인의 진로를 위해 준비한다. 일단 추신수는 지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미래에 대해 고민하는 것보다는 시즌 준비에 집중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배지환은 파이어리츠가 지정한 예비 명단 60명에 포함됐다. 스프링 캠프 초청선수는 아니었지만 파이어리츠가 관심을 갖고 있는 유망주였던 만큼 만일의 경우에 대비한 보호 명단인 것으로 보인다. 아직 싱글A 단계라서 메이저리그 경기에 콜업할 가능성은 사실상 낮지만 팀이 지켜볼 수 있는 곳에서 훈련에 참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박효준(뉴욕 양키스 산하 마이너리그)과 진우영(캔자스시티 로열스 산하 마이너리그) 그리고 최현일(로스앤젤레스 다저스 산하 마이너리그) 등의 다른 마이너리그 유망주들은 예비 명단 60명에는 들지 못했다. 다행히 다른 마이너리그 선수들과 같은 대거 방출의 폭풍은 피했고, 마이너리그 시즌이 취소되었기 때문에 일단 개인 훈련으로 다음 시즌을 기약해야 한다.

아직 한국인 선수들 중에서는 개인적으로 시즌 포기를 선언한 선수들은 없다. 단축 시즌으로 열리지만 메이저리그 선수로서 생존을 위해 경쟁하게 될 한국인 선수들이 건강하게 올 시즌을 치를 수 있을지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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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널 브랜더/서양사학자/기자/작가/강사/1987.07.24, O/DKU/가톨릭 청년성서모임/지리/교통/야구분석(MLB,KBO)/산업 여러분야/각종 토론회, 전시회/글쓰기/당류/블로거/커피 1잔의 여유를 아는 품격있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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