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이 삼성과의 3연전 마지막 경기를 잡아내고 4연패의 늪에서 탈출했다.

김태형 감독이 이끄는 두산 베어스가 18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0 신한은행 SOL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와의 홈경기에서 홈런 1방을 포함해 장단 12안타를 터트리며 7-3으로 승리했다. 최근 4연패의 늪에 빠지며 3위 자리까지 위협 받았던 두산은 삼성과의 시리즈 마지막 경기를 승리로 장식하면서 4위 카움 히어로즈와의 반 경기 승차를 유지했다(22승16패).

두산은 3번 2루수로 출전한 최주환이 5회 승부를 원점으로 만드는 동점 투런 홈런에 이어 7회에도 결승 적시타를 때려내는 등 2안타 3타점 1득점으로 승리의 주역이 됐다. 마운드에서는 8회 무사1,2루 위기에서 등판한 박치국이 병살과 파울플라이로 가볍게 이닝을 끝냈다. 그리고 지난 14일 한화 이글스전에서 2이닝 밖에 던지지 않았던 유희관은 이날 7이닝을 소화하며 시즌 5번째 승리를 챙겼다.

장호연-성준의 계보를 잇는 KBO리그의 '느린 공 에이스'
 
 18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9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 두산 선발 유희관이 4회초를 무실점으로 마친 뒤 더그아웃으로 향하고 있다.

18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9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 두산 선발 유희관이 4회초를 무실점으로 마친 뒤 더그아웃으로 향하고 있다. ⓒ 연합뉴스

 
KBO리그 초창기 느린 공으로도 뛰어난 성적을 냈던 대표적인 투수는 우완 장호연과 좌완 성준(수성대학교 투수코치)이 있었다. 1983년부터 1995년까지 13시즌 동안 OB 베어스에서만 활약한 장호연은 다양한 변화구와 영리한 머리를 앞세워 네 번이나 두 자리 승수를 올리는 등 통산 109승 110패 17세이브 평균자책점 3.26을 기록했다. 특히 79번의 완투는 윤학길(100회), 고 최동원(81회)에 이어 역대 3번째로 많은 기록이다.

장호연은 베어스 소속으로만 100승을 따낸 유일한 투수이기도 하다. 김상진(두산 투수코치)과 박명환, 더스틴 니퍼트는 베어스에서 전성기를 보냈지만 다른 팀으로 이적해 통산 100승을 채웠다. 반면에 두산에서 100승을 달성한 좌완 장원준은 롯데 자이언츠에서 이미 85승을 올린 후 두산으로 이적한 경우다. OB 시절 9번의 개막전에 등판했던 장호연은 1988년 유일무이한 개막전 노히트노런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죽음의 인터벌'로 유명했던 좌완 성준은 포수와 사인을 주고 받는 시간이 워낙 길었을 뿐 아니라 주자가 루상에 나가면 '무한견제'를 하는 투수로 유명했다. 성준이 활약하던 시절에는 KBO리그에 12초룰(주자가 없을 때 투수가 12초 이내에 투구하지 않으면 1차 위반시 경고, 2차 위반부터는 볼로 판정하는 룰)도 없었기 때문에 성준의 투구는 더욱 악명을 떨쳤다.

그렇다고 성준이 느린 인터벌 하나만 믿고 리그에서 버티던 그저 그런 투수는 아니었다. 1986년부터 1999년까지 삼성과 롯데를 거쳐 14년 동안 활약한 성준은 장호연과 마찬가지로 네 차례에 걸쳐 두 자리 승수를 기록하며 통산 97승 66패 8세이브 3.32라는 매우 뛰어난 성적을 올렸다. 선수생활 막판에 불펜으로 밀려나지 않았더라면 성준은 'KBO리그 최초의 좌완 100승 투수'로 기록됐을 것이다.

장호연의 영리함과 성준의 대담함을 그대로 물려 받은 듯한 유희관은 상무에서 군복무를 마친 2013년부터 본격적으로 두산의 주력 투수로 자리 잡았다. 2015년에는 다승 2위에 해당하는 18승을 올렸고 두산이 자랑하던 '판타스틱4'의 일원으로 활약하던 2016년에는 15승을 따냈다. 중요한 사실은 유희관이 15승 시즌을 만들었던 2015년과 2016년, 소속팀 두산은 모두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는 점이다.

4일 전 조기 강판 아쉬움을 삼성전 QS+로 만회한 유희관

2013년부터 2017년까지 5년 연속 두 자리 승수를 기록한 유희관은 2018년에도 10승10패를 기록하며 베어스 투수로는 역대 최초로 6년 연속 10승 고지를 밟았다. 하지만 풀타임 선발 투수로 올라선 이후 처음으로 규정이닝을 채우지 못했고 평균자책점은 6.70까지 치솟으며 부진한 시즌을 보냈다. 설상가상으로 SK와이번스와의 한국시리즈 6차전에서는 한동민에게 결승 홈런을 허용하며 두산의 2018 시즌 마지막 경기 패전 투수가 됐다.

하지만 유희관은 작년 시즌 28경기에 등판해 11승 8패 3.25를 기록하며 2018년의 부진을 날리고 명예회복에 성공했다. 작년 3억 5000만 원까지 삭감됐던 연봉도 올해 다시 4억 7000만 원으로 회복됐다. 올 시즌이 끝나면 FA자격을 얻는 유희관은 더욱 신중하게 시즌에 임했다. 6경기에서 4승 1패 3.60을 기록한 유희관은 라울 알칸타라와 함께 이영하가 부진하고 크리스 플렉센과 이용찬이 부상으로 빠진 두산 선발진을 이끌었다.

유희관은 지난 한화의 KBO리그 역대 최다연패 기록이 걸려 있는 13일 대전원정경기에 선발 등판했다. 당시 유희관은 2이닝 3실점을 기록하고 있었지만 현장에 폭우가 쏟아지며 서스펜디드 경기가 선언됐다. 결국 유희관은 다음날 경기재개와 함께 마운드를 곧바로 홍건희에게 넘겼다. 유희관으로서는 18연패에 빠져 있는 약체 한화를 상대로 승수를 챙길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날아간 셈이다(그리고 두산은 14일에 열린 2경기를 모두 패하고 말았다).

3일을 쉰 유희관은 18일 삼성과의 3연전 마지막 경기에 다시 선발 등판했다. 유희관은 1회부터 서예일과 정수빈의 실책이 나오면서 먼저 3점을 내줬지만 7회까지 마운드를 지키며 추가실점을 허용하지 않았다. 두산 타선도 4회부터 추격을 시작해 5회 동점, 7회 역전에 성공했고 7이닝을 소화한 유희관은 시즌 5승째를 챙겼다. 팀 동료 알칸타라에 이어 리그 다승 공동 2위에 등극하는 순간이었다.

유희관은 지난 5월 8일 kt위즈와의 시즌 첫 등판과 비로 중단된 13일 한화전을 제외하면 올 시즌 등판한 6경기에서 모두 5이닝 이상을 소화했다. 뛰어난 구위와는 거리가 멀지만 매년 로테이션을 거르지 않고 꾸준히 마운드에 올라 많은 이닝을 책임져 주는 것은 유희관의 최대 장점이기도 하다. 어느덧 통산 92승을 따낸 유희관은 앞으로 8승만 추가하면 베어스 소속으로만 100승을 따낸 역대 두 번째 투수로 이름을 남기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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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두산 베어스 유희관 퀄리티스타트 플러스 느린 공 에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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