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포스터 갈무리.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포스터 갈무리. ⓒ 셀즈닉 인터내셔널 픽처스

 
미국 영화의 고전으로 손꼽히던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가 최근 미국에서 불고 있는 인종차별 반대 시위와 맞물려 퇴출당했다.

AP, CNN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9일(현지시각) 미국 워너미디어가 운영하는 스트리밍서비스 'HBO 맥스'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상영 목록에서 삭제했다.

1939년 개봉한 이 영화는 아카데미상 8개 부문을 차지하며 당시 최고의 명작으로 꼽혔지만, 흑인 노예를 착취한 거대 농장을 배경으로 흑인에 대한 고정 관념을 심어주고, 백인 노예주나 백인 우월주의단체를 미화하면서 인종차별적 작품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 영화에서 하녀 역을 맡았던 해티 맥대니얼은 흑인 여성 최초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받았으나, 당시 흑인이라는 이유로 시상식장에서 백인 배우들과 어울리지 못하기도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한국 영화 <기생충>이 작품상을 수상한 것에 불만을 나타내며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같은 훌륭한 미국 영화가 나오길 바란다"라고 말했다가 미국 언론에서도 "다양성을 폄하하는 발언"이라는 지적을 받은 바 있다.

"인종차별, 과거에도 틀리고 지금도 틀리다"

HBO 맥스는 성명을 내고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그 시대의 산물이며 불행히도 당시 미국 사회에서 흔했던 윤리적, 인종적 편견의 일부를 그리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런 인종차별적 묘사는 당시에나 지금이나 틀린 것"이라며 "이와 관련한 규탄과 설명 없이 이 영화를 상영 목록에 올려두는 것은 무책임하다고 판단했다"라며 삭제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 관한 역사적 맥락을 곁들여 다시 상영 목록에 올릴 것"이라면서도 "작품에 별도의 편집은 가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HBO 맥스는 "만약 편집을 가하게 된다면 이런 편견이 존재한 적 없다고 주장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라며 "우리가 더 정의롭고 공평한 미래를 만들려면 역사를 온전히 이해하고 알아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앞서 흑인 노예 역사를 조명한 영화 <노예 12년>의 시나리오를 쓴 작가 존 리들리는 언론 기고문을 통해 스트리밍서비스 업체들이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삭제할 것을 공개적으로 촉구하기도 했다.

리들리는 "이 영화는 인종차별의 참상을 무시하며, 흑인에 관한 가장 고통스러운 선입견을 고착화한다"라고 비판했다. 
    
최근 미국에서는 조지 플로이드라는 흑인 남성이 백인 경찰의 가혹 행위로 숨진 사건을 계기로 대규모 인종차별 반대 시위가 국내를 넘어 전 세계로 확산하면서 가장 뜨거운 사회 운동으로 떠오르고 있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인종차별 노예제도
댓글2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