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이글스의 연패 숫자가 14로 늘었다. 구단 역사 최다 타이기록이다. 6일 경기 전 갑작스레 1군 코치 5명의 엔트리 말소를 밝히며 증폭되었던 팀 내 심상치 않은 분위기는 7일 경기가 끝난 후 한용덕 감독이 자진 사퇴를 결정하며 정점을 찍었다. 지난 2018년 정규시즌 3위에 오르며 11년 만의 포스트시즌을 함께 했던 '이글스 레전드' 출신 수장은 최악의 부진 속에 쓸쓸한 뒷모습만을 남겼다.

한화는 포스트시즌 진출 후 바로 9위까지 떨어져 버린 팀을 다시 정비하기 위해 바쁘게 움직였다. 정민철 단장이 신임 단장으로 취임했고 롯데와 장시환-지성준 1:1 트레이드를 성사시켰다. 2차 드래프트에서는 정진호, 이해창, 이현호 등을 영입하며 다양한 포지션의 내실을 다졌고 롯데에서 방출된 김문호를 영입하며 외야 경쟁을 불 지폈다. 지난 시즌 숱한 이야기들을 낳으며 구단 자체 징계를 받았던 베테랑 이용규 역시 징계 해제와 함께 주장에 선임하며 다시 한번 날아보자는 의지가 강했다.

하지만 ESPN의 구단 소개대로 "노쇠화해 전성기가 지난 베테랑들과 경험이 부족한 어린 선수들"로는 한계가 극명했다. 개막시리즈에서 SK에게 위닝시리즈를 가져오며 비교적 산뜻한 출발을 알린 한화는 키움에게 곧바로 스윕패를 허용했고 롯데와의 3연전 위닝시리즈를 제외하면 모든 3연전에서 루징시리즈에 그쳤다.

14연패 기간 동안 성적을 살펴보면 답답한 흐름이 그대로 나타난다. 역전패가 3번, 무득점 경기 역시 3번이었으며 3득점 이하 경기는 무려 10차례였던 반면 10점 이상 허용한 경기는 5경기나 있었다.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인 모습이다.

선취득점이 이뤄진 경기는 거의 없었으며 초반부터 많은 실점을 허용하며 무기력한 모습이 반복됐다. 마무리투수 정우람은 본의 아니게 '개점휴업' 횟수가 잦아졌다. 물론 부상이 한화의 발목을 잡은 측면도 있다. 선발 로테이션을 지켜줘야 할 외국인투수 채드벨이 팔꿈치 부상으로 합류가 늦었고 내야의 중심을 잡아줄 하주석, 오선진이 나란히 햄스트링 부상으로 빠졌다.

믿었던 베테랑들은 동반 부진에 늪에 허덕였다. 김태균, 이용규, 제라드 호잉, 이성열, 최재훈 등이 제 몫을 해내지 못했고 마운드에선 장민재, 장시환 등이 기대에 못 미쳤다. KBO리그 10개 구단 중 선수층이 얇다고 평가받는 한화로선 더욱 뼈아픈 부상과 부진들이었다.

끝없는 추락 속 코치진들의 보직 변경, 한용덕 감독의 사퇴 등으로 인한 어수선한 분위기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KBO리그 팀 최다연패 기록인 삼미의 18연패에도 머지 않은 한화다.

한화 팬들은 그동안 '보살'이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부진한 팀 성적에도 인내하는 경우가 많았다. "나는 행복합니다, 이글스라 행복합니다" 응원가는 한화 팬들의 팀에 대한 자존감과 애정의 징표였다.

14연패와 한용덕 감독 사퇴가 결정된 7일 NC와의 경기에서 상대 선발 이재학에게 무안타 무득점으로 꽁꽁 막혀있던 한화는 21살 내야수 노시환이 2루타를 치며 팀 첫 안타를 뽑아냈다. 그리고 이용규의 내야안타에 혼신의 힘을 다해 홈으로 파고드는 노시환을 보며 한화 팬들은 박수쳤고 감동했다.

베테랑 선수들의 무기력한 모습과 대조되는 어린 선수의 허슬 플레이. 노시환이 보여준 플레이가 지금 한화 선수단 전체에 가장 필요한 모습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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