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구여제' 김연경이 11년 만에 친정팀으로 복귀한다.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 구단은 6일 보도자료를 통해 국내 복귀를 결심한 김연경과 연봉3억5000만원에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터키리그에서 15억 원을 상회하는 연봉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 김연경은 팀을 위해 열심히 뛰어준 선·후배들을 위해 자신의 연봉을 양보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고 이에 따라 당초 예상보다 훨씬 낮은 금액에 연봉계약을 체결했다.

지난 2009년 일본으로 진출한 이후 무려 11년 만에 V리그로 복귀하게 된 김연경은 "한국 팬들을 다시 만나게 되어 기쁘다. 많이 응원해준 팬들에게 기쁨을 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입단 소감을 밝혔다. 흥국생명 구단 역시 김연경의 복귀를 환영한다는 뜻을 밝혔고 구단과 김연경은 다음주 중 국내 복귀 결정과 입단 소감 등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마련하겠다고 전했다.
 
 V리그 데뷔 후 4시즌 동안 3번의 우승을 이끌었던 '여제' 김연경이 11년 만에 분홍거미군단에 합류한다.

V리그 데뷔 후 4시즌 동안 3번의 우승을 이끌었던 '여제' 김연경이 11년 만에 분홍거미군단에 합류한다. ⓒ 한국배구연맹

 
연봉 '반토막' 계약 감수한 김연경

유럽 챔피언스리그 득점왕과 MVP, 2012년 런던 올림픽 MVP 등 일일이 손으로 꼽기 힘들 정도로 많은 타이틀을 보유한 김연경은 자타가 공인하는 세계 최고 수준의 윙스파이커다. 가끔 김연경이 국내에서 대표팀 경기를 치를 때면 경기장은 언제나 만원관중으로 가득 찼다. 그런 김연경이 10시즌, 햇수로는 11년에 걸친 해외생활을 마감하고 국내로 복귀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을 때 배구팬들은 가슴이 설렐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정작 국내 배구인들, 더 정확히 말하면 '김연경이 가세한 흥국생명'과 경쟁해야 하는 다른 구단의 감독들은 김연경의 국내 복귀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나타냈다. 가뜩이나 이다영 세터가 가세하면서 전력이 강해졌다고 평가 받는 흥국생명에 김연경까지 합류한다면 여자부의 생태계를 파괴하는 슈퍼팀이 탄생해 리그의 재미를 떨어트릴 수도 있다는 의미였다.

하지만 김연경은 2009년 해외 진출 후 일본과 터키, 중국리그를 거치면서 한국배구의 위상을 드높인 선수다. 국가대표 선수로서도 김연경이 각종 국제대회에서 한국배구에 이바지한 공로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이번에 국내 복귀를 결심하게 된 이유도 내년으로 연기된 도쿄 올림픽을 앞두고 팀의 주장이자 에이스인 자신의 몸 상태를 최상으로 유지하기 위함이다. 

물론 김연경이 가세하는 흥국생명은 다른 팀들이 넘보기 힘들 만큼 막강한 전력을 구축하게 된다. 실제로 지난 시즌 857점을 합작한 이재영과 루시아 프레스코가 건재한 상태에서 김연경까지 가세할 경우 흥국생명의 삼각편대는 적수가 보이지 않는 게 사실이다. 게다가 김연경과 이재영은 공격뿐 아니라 수비와 서브리시브 능력까지 갖춘 윙스파이커다. 그리고 무시무시한 삼각편대에게 공을 배급해 줄 세터는 국가대표 주전세터 이다영이다.

김연경 영입에 있어 흥국생명의 가장 큰 고민이었던 샐러리캡(연봉상한선) 문제도 김연경의 '통 큰 양보' 덕분에 크게 덜 수 있게 됐다. 흥국생명은 '슈퍼 쌍둥이' 이재영과 이다영에게 10억 원을 투자했지만 김해란 리베로의 은퇴와 조송화 세터, 신영경 리베로(이상 IBK기업은행 기업은행)의 이적,그리고 김연경의 양보 덕에 샐러리캡 부담을 많이 줄였다. 이제 흥국생명은 남은 9억5000만원으로 나머지 선수들과 연봉협상을 벌일 수 있게 됐다.

일부 배구팬들은 김연경이 V리그의 전력 평준화를 위해 흥국생명이 아닌 다른 구단으로 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V리그에서 단 4시즌만 활약했던 김연경은 FA 신분이 아니라 흥국생명의 조치(트레이드나 임대) 없이는 국내 다른 구단으로 갈 수 없다. 그렇다고 장고 끝에 국내 복귀를 결심한 김연경에게 '너무 뛰어나다'는 이유로 해외로 내몰 수도 없는 노릇이다. 최종적으로 계약을 마친 '흥국생명의 김연경'은 이제 논란거리가 아닌 '현실'이 됐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프로배구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 김연경 배구여제
댓글3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