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일 성남FC 신임 감독이 26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탄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소감을 얘기하고 있다.

김남일 성남FC 신임 감독 ⓒ 연합뉴스


'초보 감독' 김남일 감독이 이끄는 성남FC가 초반 무패행진을 이어가며 선전하고 있다. 성남은 23일 강릉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1부) 2020 3라운드 강원FC와 원정경기에서 1-1로 비겼다. 성남은 김남일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이후 올 시즌 3경기에서 패배 없이 1승 2무(승점 3)의 성적을 기록중이다.

김남일 감독은 현역 시절 '진공청소기'로 불렸던 최고의 수비형 미드필더이자, 2002 한일월드컵 4강신화의 주역이었던 스타 출신 지도자다. 은퇴후 2017년 장쑤 쑤닝(중국), 2018년 러시아 월드컵 대표팀, 2019년 전남 드래곤즈 등에서 코치를 역임하며 경험을 축적한 김남일 감독은 2020시즌을 앞두고 전격적으로 전통의 명문 성남FC의 지휘봉을 잡고 프로 감독으로서의 출발선에 섰다. 경남의 지휘봉을 잡은 설기현 감독, 대전의 사령탑에 부임하며 K리그로 복귀한 황선홍 감독 등과 함께 2002세대를 대표하는 스타 감독들의 연이은 도전은 올시즌 축구팬들의 관심을 모으기 충분했다.

김남일 감독의 도전은 기대와 우려가 공존했다. 스타 출신 지도자들은 흔히 성공하기 어렵다는 속설이 있다. 김남일 감독은 남자답고 터프하지만 가까이 다가가기 어려울 것 같은 강성 이미지도 있었다. 대표팀 코치 시절에는 뜬금없는 '빠따' 발언으로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공교롭게도 김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성남은 구타 사건으로 불명예 낙마한 박종환 전 감독이 있었던 팀이다. 김감독이 부임하게 되면 박 전 감독을 능가하는 '빠따타카' 시즌2가 펼쳐지는게 아니냐는 우스갯소리도 나올 정도였다. 과연 감독 김남일이 어떤 축구스타일과 리더십을 보여줄지 많은 관심과 추측이 난무했다.

김감독은 성남 취임 기자회견에서 당시의 발언을 후회하는 모습을 보이며 앞으로는 달콤한 '버터'같은 축구를 선보이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그만큼 김남일이라는 이름값이 주는 무게감과 화제성이 컸음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코로나19 사태로 K리그가 다소 늦게 개막의 시동을 건 가운데, 성남FC는 불과 3경기만에 벌써 '김남일 효과'를 실감하고 있다. 김남일 감독의 데뷔전이자 시즌 개막전이던 9일 광주FC와의 원정에서 양동현의 멀티골을 앞세워 2-0으로 완승하며 감독 공식 첫 승을 선물했다. 홈에서 열린 17일 2라운드에서는 인천과 0-0 무승부를 거뒀다. 성남이 주도권을 쥐고 문전을 흔들었지만 인천의 견고한 수비를 끝내 열지 못했다. 상대 전력이 그리 강하지 않았던 점을 고려해도 2경기 연속 무실점에 성공한 수비는 안정적이었다.

3번째 경기였던 강원전은 비겼지만 원정에서 지고 있던 상황을 극복하며 승부를 원점으로 되돌렸다는 점에서 의미있는 결과였다. 성남은 전반 17분 김승대와 고무열의 완벽한 콤비플레이에 수비가 무너지며 김남일호의 시즌 첫 실점을 허용했다. 하지만 공세를 늦추지않은 성남은 후반 10분 임선영의 슈팅이 수비에 맞고 나온 것을 쇄도한 권순형이 집념을 발휘하며 재차 오른발로 골문 빈구석을 공략하여 동점골을 뽑아냈다. 이후로도강원 골키퍼 이광연의 거듭된 선방이 아니었다면 역전골도 뽑아낼수 있을 만큼 후반은 성남이 주도한 경기였다.

전체적으로 보면 김남일의 성남은 아직은 팀을 만들어가는 단계이고 보완해야할 점도 많았다. 하지만 김남일 감독이 지향하는 축구의 색깔만큼은 확실히 드러나고 있다는 평가다. 김 감독은 이미 취임 초기부터 전임 감독들이 선택했던 수비 중심의 지지않는 축구에서 벗어나 '능동적이고 창의적인 공격축구'를 지향하겠다고 선언한바 있다. 김감독의 현역 시절 보수적인 이미지나 포지션이 수비형 미드필더였음을 감안하면 의외였다. 객관적인 전력상 K리그1에서 강팀이라고 할 수 없는 성남의 전력을 감안할때 의욕만 앞선 초보 감독의 무리수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었다.

뚜껑을 열자 김감독의 공약은 허풍이 아니었다. 선수들에게 휘두르는 '빠따'가 아닌, 상대팀을 끊임없이 위협하는 공격적인 빠따 축구였다. 다만 골결정력이나 공격루트의 세밀함 면에서 아직 다듬어지지 않은 탓에 '버터'같은 달콤한 마무리는 부족한 게 아쉬운 부분이었다.

그래도 전체적으로 경기 템포가 빨라지고 무의미한 백패스 대신 전진 패스 위주의 플레이가 늘어났다는 것은 확실히 달라진 부분이었다. 또한 감독교체로 인한 선수단의 전술적 적응기간, 실험적인 경기운영에도 불구하고 어쨌든 3경기에서 패배없이 승점 5점을 챙기며 결과를 이끌어냈다는 것은, 앞으로 김감독의 축구철학을 소신있게 밀어붙이는데 큰 힘이 될 전망이다.

경기외적으로 봐도 성남은 스타 감독으로 인한 홍보 효과까지 톡톡히 누리고 있다. 이미 개막전에서 마스크에 말끔한 검은 정장차림으로 등장한 김남일 감독의 패션이 큰 화제가 됐다. 김남일 감독 특유의 남성적인 분위기와 맞물려 축구팬들 사이에는 마치 느와르 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 것 같다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다.

역시 남성적인 카리스마와 검은 옷을 즐겨입는 것으로 유명한 디에고 시메오네(아틀레티코 마드리드)를 빗대어 김남일 감독에게 '남일오네'라는 별명도 붙었다. 지난 시즌까지 전북, 서울, 울산 등 빅클럽들에 비하여 크게 주목받지못했던 성남이 특출한 스타플레이어 없이도 미디어와 팬들의 주목도가 급격히 높아진데는 역시 김남일 감독만의 독특한 캐릭터와 스타성이 주는 효과가 컸다고 볼 수 있다.

물론 현실적으로 김남일 감독은 아직 초보 감독에 불과하고 성남은 타이틀보다 1부리그 생존을 위하여 싸워야하는 언더독에 가깝다. 우승후보급 팀들과는 아직 제대로 붙어보지도 못했기에 섣부른 낙관론은 이르다. 하지만 그만큼 더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이 충분하고, 이야기가 어디로 흘러갈지도 모르는 예측불허라는 것이 바로 축구라는 성장드라마의 매력이기도 하다. 버터와 빠따라는 상반된 이미지 사이에서 조금씩 자신만의 색깔을 찾아가고 있는 김남일 감독의 '달콤한 느와르 축구'는 과연 K리그에서 성공할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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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일 성남FC 빠따타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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