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책 5개와 병살 4개를 기록한 두산이 화끈한 불방망이로 KIA를 크게 꺾었다.

김태형 감독이 이끄는 두산 베어스는 15일 광주 KIA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20 신한은행 SOL KBO리그 KIA타이거즈와의 원정경기에서 홈런 3방을 포함해 장단 18안타를 터트리며 13-4로 대승을 거뒀다. 두산은 이날 수비에서 5개의 실책을 저지르고 타격에서도 4개의 병살타를 기록하는 어수선한 경기를 펼치고도 화끈한 타격쇼를 펼치며 KIA를 완파하고 공동 2위로 올라섰다(6승 3패).

두산은 선발 유희관이 5이닝 비자책 2실점을 기록하며 시즌 첫 승을 챙겼고 불안하던 불펜진도 3명의 투수가 4이닝을 비자책 2실점으로 막아냈다. 타선에서는 교체로 들어온 오재원과 류지혁이 9회 백투백 홈런을 터트렸고 허경민도 9회 투런 홈런을 기록하며 손맛을 봤다. 그리고 두산이 자랑하는 '안타 제조기' 호세 미구엘 페르난데스는 시즌 개막 9경기 만에 20안타 고지를 밟으며 역대 최다안타 기록 경신을 위한 빠른 걸음을 이어가고 있다.
 
에반스 제외 전부 '꽝'이었던 외국인 타자, 페르난데스로 한 풀었다
 
 벌크업을 통해 거포 변신을 노리는 두산 페르난데스

벌크업을 통해 거포 변신을 노리는 두산 페르난데스 ⓒ 두산 베어스

 
두산은 2016년과 2017년 두 시즌 동안 활약하며 256경기에서 타율 .301 51홈런171타점을 기록했던 닉 에반스(AZL. 다이아몬드백스 감독)라는 걸출한 외국인 타자가 있었다. 후반기에 단 하나의 홈런도 치지 못했지만 2014년 111경기에서 타율 .309 18홈런 72타점을 기록했던 호르헤 칸투의 활약도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두산은 칸투와 에반스 사이에 있던 2015년, 그리고 에반스가 떠난 2018년 다시 떠올리기 싫은 끔찍한 '외인 흑역사'를 경험했다.

두산은 2015년 은퇴한 '두목곰' 김동주의 자리를 메울 외국인 3루수 잭 루츠를 영입했지만 루츠는 8경기에서 타율 .111 1홈런 3타점의 민망한 성적을 남기고 조기 퇴출당했다. 대체 선수로 들어온 데이빈슨 로메로 역시 타율 .253 12홈런 50타점으로 외국인 선수로는 전혀 만족스런 활약을 하지 못했다. 만약 허경민이라는 걸출한 토종 3루수가 등장하지 않았다면 2015년 두산의 핫코너는 한국시리즈 우승 도전에 커다란 걸림돌이 됐을 것이다.

두산은 에반스와의 재계약을 포기한 2018년에도 지미 파레디스와 스캇 반 슬라이크를 통해 끔찍한 악몽을 경험했다. 파레디스와 반 슬라이크는 각각 21경기 타율 .138 1홈런 4타점, 12경기 타율 .128 1홈런 4타점이라는 민망한 성적을 남기고 조기 퇴출당했다. 결국 외국인 타자 없이 한국시리즈를 치른 두산은 김재환마저 옆구리 부상으로 4경기에 결장했고 SK 와이번스에 2승 4패로 패하며 우승 탈환에 실패했다. 

이렇게 외국인 타자의 복이 없었던 두산이기에 쿠바 국가대표 출신에 LA 에인절스 산하 트리플A에서 .330이 넘는 고타율을 기록한 페르난데스를 영입했을 때도 기대보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컸던 게 사실이다. 페르난데스는 한국 진출 당시 이미 만 30세가 넘어가고 있었고 수비에서도 큰 기대를 할 수 없었으며 스프링캠프 연습경기와 시범경기 성적도 썩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본 결과 페르난데스는 그야말로 최고의 우량주였다. 두산의 주전 지명타자로 전 경기에 출전한 페르난데스는 타율 .344 197안타 15홈런 88타점 87득점을 기록하며 최다안타 타이틀과 지명타자 부문 골든글러브를 휩쓸었다. 무엇보다 페르난데스가 활약한 2019시즌 두산은 3년 만에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외국인 타자 페르난데스의 맹활약이 없었다면 불가능했던 기적이다.

경기당 평균 2.2안타 치는 '안타장인', 시즌 320안타 페이스

흔히 개인타이틀과 골든글러브까지 수상한 특급 외국인 선수들은 시즌이 끝나자마자 구단에서 곧바로 재계약 협상에 들어간다. 하지만 페르난데스는 두산에서 재계약을 망설였다. 4번 타자 김재환이 갑자기 메이저리그 도전을 선언했기 때문이다. 만약 김재환이 메이저리그 구단과 계약해 팀을 떠난다면 팀에 거포는 오재일 정도밖에 남지 않는다. 이에 장타력 저하를 걱정한 두산에서는 김재환의 빈자리를 대신할 거포형 외국인 타자를 알아봤다.

하지만 너무 늦은 타이밍에, 그리고 상대적으로 부진했던 시즌에 메이저리그 도전을 선언했던 김재환은 뚜렷한 성과를 얻지 못한 채 두산으로 복귀했다. 굳이 외국인 거포 영입의 필요성이 없어진 두산은 페르난데스와 총액 90만 달러에 재계약했다. 하지만 페르난데스는 2020시즌의 새로운 동기부여를 위해 총액 90만 달러 중 절반(45만 달러) 옵션으로 걸었다. 보장연봉이 적은 대신 옵션을 크게 걸어 시즌 내내 긴장감을 유지하기 위함이었다.

페르난데스가 올 시즌 중점을 두고 있는 부분은 바로 장타력 향상과 200안타 도전이다. 작년 15홈런에 장타율 .483를 기록했던 페르난데스는 올해 20개 이상의 홈런과 5할 이상의 장타율을 목표로 했다. 더불어 2014년 서건창(키움 히어로즈) 이후 끊어진 200안타 계보를 다시 잇는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리고 시즌 개막 후 9경기를 치른 현재 페르난데스는 타율 .526 20안타 2홈런 9타점 11득점의 성적으로 초반부터 무서운 속도로 기록을 쌓아가고 있다.

올 시즌 출전하고 있는 9경기 중 7경기에서 멀티히트를 기록하고 있는 페르난데스는 42타석에서 삼진은 단 3개에 불과한 반면에 OPS(출루율+장타율)는 무려 1.387에 달한다. 15일까지 타율과 최다안타, 출루율, 장타율 부문에서 모두 선두를 달리고 있는 페르난데스는 15일 KIA전에서도 4타수 3안타 2타점 1득점으로 맹활약했다. 페르난데스는 때로는 밀어치고 때로는 당겨치며 수비가 없는 곳으로 타구를 보내는 탁월한 능력을 발휘하고 있다.
 
 지난해 최다안타 타이틀을 차지한 두산 페르난데스

지난해 최다안타 타이틀을 차지한 두산 페르난데스 ⓒ 두산 베어스

 
9경기에서 20안타를 적립하고 있는 페르난데스는 올 시즌에도 작년처럼 전 경기에 출전할 경우 산술적으로 320안타를 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물론 날씨가 더워지면서 체력적인 문제가 올 수도 있고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한 변수도 결코 무시할 수 없다. 하지만 올 시즌 2014년 서건창이 세웠던 201안타 기록이 깨진다면 현재까지 새로운 신기록의 주인공은 두산의 외국인 타자 페르난데스가 될 확률이 매우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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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두산 베어스 호세 미구엘 페르난데스 최다안타 200안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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