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실히 트로트가 대세이긴 한 모양이다. 최근 MBC와 KBS가 각각 전국 단위 트로트 오디션 프로그램 신설 계획을 밝혀 관심을 모았다. TV조선이 <미스트롯> <미스터트롯>을 연달아 성공시키면서 돌풍을 일으킨 데 자극 받은 지상파 채널들도 뒤늦게 이 대열에 합류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이들 방송사는 과거에도 각종 오디션 프로그램을 만들었지만 큰 재미를 보지 못한 공통점을 지닌 곳이다.

MBC <트로트의 민족>, KBS <트롯전국체전> 신설 예정
 
 MBC '놀면 뭐하니'에 출연한 유산슬(유재석)과 송가인.  MBC와 KBS는 각각 두사람의 이름을 앞세워 하반기 신규 트로트 오디션 프로 신설을 적극 홍보하고 나섰다.

MBC '놀면 뭐하니'에 출연한 유산슬(유재석)과 송가인. MBC와 KBS는 각각 두사람의 이름을 앞세워 하반기 신규 트로트 오디션 프로 신설을 적극 홍보하고 나섰다. ⓒ MBC

 
가장 먼저 트로트 오디션 프로그램 신설을 알린 방송국은 MBC였다. 지난 6일 보도자료를 통해 MBC는 <트로트의 민족>(가제)를 하반기 편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로트의 민족>은 전국 팔도에서 트로트를 가장 잘 부르는 사람을 뽑는 버라이어티 쇼로 구성되며 MBC 지역 네트워크를 활용해 트로트 고수들을 발굴할 계획이다. 해당 소식을 알리면서 '제2의 유산슬'이란 용어를 사용할 만큼 MBC로선 자사 인기 프로그램 <놀면 뭐하니?>가 탄생시킨 유산슬 못잖은 트로트 스타를 키우겠다는 야심을 드러냈다. 

KBS 역시 비슷한 구성의 오디션 <트롯전국체전>을 준비 중이다. <미스트롯> 제작사였던 포켓돌스튜디오의 제작으로 당초 SBS에서 선보일 것으로 알려졌지만 7일 KBS 최종 편성을 확정지었다. 소속 가수 송가인을 앞세워 일찌감치 홍보전에 돌입한 이 프로그램 역시 MBC와 크게 다르진 않다. <트롯전국체전>은 각 지역에 숨어있는 진주 같은 신인을 발굴해 최고의 가수와 작곡가들이 선의의 경쟁 속 새로운 트로트 신인들을 탄생시킨다는 내용을 담을 예정이다.  

이미 <미스트롯> 성공에 영향받아 MBN이 주부 대상 보컬 경연 <보이스퀸>을 선보이며 재빨리 대응에 나섰던 데 이어 양 지상파 방송사들도 결국 오디션 프로그램으로 올해 하반기 반격을 준비하게 되었다.

큰 재미 못 본 KBS-MBC 오디션 프로그램
 
 지난 2017년 방영된 KBS '아이돌 리부팅 프로젝트 더 유닛'의 한 장면. 엠넷의 인기 시리즈 '프로듀스101'을 따라 만든 프로그램이었지만 큰 인기를 얻지 못했다.

지난 2017년 방영된 KBS '아이돌 리부팅 프로젝트 더 유닛'의 한 장면. 엠넷의 인기 시리즈 '프로듀스101'을 따라 만든 프로그램이었지만 큰 인기를 얻지 못했다. ⓒ KBS

 
과거 KBS, MBC는 케이블 채널의 오디션 프로 성공에 자극 받아 유사 성격 프로그램을 연달아 만든 전력이 있다. Mnet이 아이돌 서바이벌 <프로듀스101>로 큰 재미를 보자 2017~2018년 KBS는 <아이돌 리부팅 프로젝트-더 유닛>을 방영했고 MBC는 2018~2019년에 걸쳐 <언더나인틴>을 선보였다. 하지만 낮은 시청률, 데뷔조 그룹의 미미한 인기로 인해 두 업체의 기획은 실패로 끝났다. 

지상파 방송사들의 오디션 '흑역사'는 이 뿐만이 아니었다. MBC 역시 Mnet의 <슈퍼스타K> 성공을 벤치마킹한 <위대한 탄생>을 2011년 등장시켰지만 큰 성과를 거두진 못했다. 한동근, 에릭남 등을 배출했다지만 이는 해당 프로그램 때문이 아니라 수년이 지난 후 본인의 노력 등이 덧붙여진 결과였다. KBS는 록그룹 경연 < TOP밴드 >를 특이하게 교양국에서 제작했지만 역시 변변한 실적으로 연결되지 못했다.  

그나마 SBS는 사정이 다소 나은 편이었다. < K팝스타 >는 가장 성공적인 지상파 오디션으로 기록됐지만, 장기 방영에 따른 피로감을 결국 피하지 못했고 스스로 명예로운 퇴장을 선택했다.

이유 있는 지상파 오디션들의 실패
 
 지난 2012년 방영된 MBC '위대한 탄생' 시즌2의 한 장면.  엠넷의 '슈퍼스타K'를 참고해 만들었지만 시청자들로 부턴 외면 당하고 말았다.

지난 2012년 방영된 MBC '위대한 탄생' 시즌2의 한 장면. 엠넷의 '슈퍼스타K'를 참고해 만들었지만 시청자들로 부턴 외면 당하고 말았다. ⓒ MBC

 
특정 예능이 인기를 얻게 되면 이와 유사한 성격의 프로그램이 여기저기 등장하는 건 한국 방송계에선 흔히 목격되는 일이다. 이를 통해 일부는 살아남고 그 외 다수 프로들은 조기 종영 등으로 마무리 되곤 했다.  

과거 지상파 오디션 예능 역시 마찬가지였다. 주로 Mnet의 성공작들을 따라했지만 SBS < K팝스타 >를 제외하면 모두 시청률, 화제몰이 면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고 스타 발굴이라는 목적에 도달조차 하지 못했다. 일반인 혹은 기존 데뷔 경력자 등을 대상으로 경연을 펼치는 기본 방식만 가져왔을 뿐 정작 시청자들이 기대했던 재미와는 거리가 멀었기 때문이다.

기발한 아이디어를 녹여낸 내용, 젊은 세대의 감각에 맞는 속도감 넘치는 편집 등이 적절히 조화를 이룬 Mnet표 오디션에 비해 지상파 오디션은 느린 속도감 속에 진부함을 극복하지 못했다. 특히 KBS 혹은 MBC만의 장점, 특징, 필살기 등은 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이렇다보니 상대적으로 연령대가 높아진 시청자층을 겨냥한 올해 하반기 트로트 오디션 역시 과거 프로들의 전례를 뒤따르지 않겠냐는 성급한 예상마저 등장할 정도다. 물 들어올 때 노 젓는다고 하지만 "남이 하니까 나도 한다" 식의 안이한 대응은 그간 닮은 꼴 예능의 실패 확률만 높이는 결과를 낳았다. 과연 이번 만큼은 달라질 수 있을까?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상화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https://blog.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오디션 트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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