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가 개막전 9연패의 사슬을 끊고 2020 시즌의 포문을 활짝 열었다.

한용덕 감독이 이끄는 한화 이글스는 5일 인천 SK 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2020 신한은행 SOL KBO리그 SK와이번스와의 개막전에서 장단 8안타를 때려내며 3-0으로 승리했다. 2010년대에 열린 9번의 개막전(2014년은 우천취소)에서 단 한 번도 승리를 하지 못했던 한화는 새로운 10년을 여는 첫 번째 개막전에서 기분 좋은 완봉승을 따냈다.

한화는 팀의 프랜차이즈 스타 김태균이 2회 결승 적시타를 때렸고 부상에서 돌아온 하주석은 7회 2타점 적시타로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5번 3루수로 출전한 베테랑 송광민도 3안타 경기와 함께 2득점을 기록하며 공격을 주도했다. 타선에서 여러 선수가 활약한 반면에 마운드에서는 여러 투수가 필요하지 않았다. 한화의 개막전 선발로 나선 워윅 서폴드가 2피안타 1볼넷 2탈삼진 무실점 역투로 시즌 첫 승을 완봉승으로 장식했기 때문이다.

'슈퍼 에이스' 류현진 거느리고도 깨지 못한 2010년대 개막전 징크스

한화는 지난 2009년 '디펜딩 챔피언'이었던 SK와의 개막전에서 '괴물' 류현진(토론토 블루제이스)의 호투와 송광민, 이범호(GCL 필리스 코치), 빅터 디아즈의 홈런을 앞세워 8-2로 승리했다. 하지만 한화는 이 승리를 끝으로 10년 동안 개막전에서 승리를 맛보지 못했다. 2010년에는 류현진을 홈 개막전으로 돌리고 외국인 선수 호세 카페얀을 개막전에 등판시켰지만 SK에게 2-3으로 역전패를 당했다.

한화는 2011년부터 다시 류현진을 개막전에 투입했지만 한 번 빠진 징크스에서는 쉽게 벗어날 수 없었다. 류현진은 2011년과 2012년 개막전에서 연속으로 롯데 자이언츠를 만나 각각 4.1이닝 5실점, 6이닝 3실점(2자책)으로 패전투수가 됐다(당시 롯데는 5년 연속 가을야구에 진출했던 강팀이었다). 결국 류현진은 2012 시즌이 끝난 후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LA 다저스에 입단했다.

한화는 3년 연속 롯데를 만난 2013년 개막전에서 9회초까지 5-4로 앞서 있었다. 하지만 8회 2사 후에 등판한 안승민이 9회말 투구에서 장성호(KBS N SPORTS 해설위원)에게 동점 적시타, 박종윤에게 끝내기 희생플라이를 허용하며 무너졌다. 2014년 우천으로 개막전을 치르지 못한 한화는 2015년에도 넥센 히어로즈(현 키움)와 연장 12회까지 가는 접전을 펼쳤지만 서건창에게 끝내기 홈런을 맞으며 개막전 연패사슬을 끊지 못했다(4-5).

한화는 2016년 개막전에서도 LG 트윈스와 연장 12회까지 가는 접전을 벌인 끝에 김민우가 양석환(상무 야구단)에게 끝내기 적시 2루타를 허용하며 개막전 연패 횟수가 '6'으로 늘어났다(4-5). 2017년에는 한국시리즈 2연패를 차지한 두산 베어스를 만나 메이저리그 출신의 카를로스 비에누에바가 6이닝 비자책 2실점으로 호투했다. 하지만 두산의 선발로 나와 8이닝 7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한 더스틴 니퍼트라는 거대한 산을 넘지 못했다(0-3).

한화는 2018년 2008년부터 2017년까지 이어진 10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 실패라는 흑역사를 이겨내고 정규리그 3위에 오르며 가을야구 무대를 밟았다. 하지만 오랜 만에 한화가 기를 폈던 2018 시즌에도 '개막전 잔혹사'는 끊어지지 않았다. 한화는 넥센과 3년 만에 재회한 2018년 개막전에서 넥센보다 1개 많은 13개의 안타를 치고도 집중력 부족으로 단 3득점에 그치며 3-6으로 패하고 말았다. 

호주산 에이스 서폴드, 자가격리 후유증 따윈 없었다
 
 5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개막전 SK 와이번스와 한화 이글스의 경기. 1회말 한화 선발투수 서폴드가 역투하고 있다. 2020.5.5

5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개막전 SK 와이번스와 한화 이글스의 경기. 1회말 한화 선발투수 서폴드가 역투하고 있다. 2020.5.5 ⓒ 연합뉴스

 
한화는 작년 시즌에도 두산을 만나 12안타를 때려내고도 6안타의 두산에게 4-5로 역전패를 당하며 개막전 9연패의 수렁에 빠졌다. 개막전 9연패의 한화가 1패를 안고 시즌을 시작하는 것은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니었다. 따라서 작년 한화의 개막전 선발 투수로 나와 5.2이닝 3실점을 기록하며 5.2이닝 2실점의 조쉬 린드블럼(밀워키 브루어스)과 대등한 투구를 펼쳤던 서폴드 역시 야구 팬들에게 크게 주목 받지 못했다.

2008년과 2009년 한화의 마무리 투수로 활약하며 44세이브를 기록했던 브래드 토마스와 같은 호주 출신의 서폴드는 호주리그에서 활약하다가 2012년 미국 무대에 진출했다. 빅리그에서는 2016년부터 2018년까지 3년 동안 활약하며 8승 4패 평균자책점4.98을 기록했다. 그리고 작년 KBO리그에 진출한 서폴드는 31경기에서 12승 11패 ERA 3.51을 기록하며 11승을 올린 좌완 채드 벨과 함께 팀 평균자책점 9위(4.80)로 추락한 한화의 마운드를 지탱했다.

한화는 시즌이 끝나자마자 서폴드에게 총액 130만 달러를 안기며 재계약했고 서폴드는 올해도 한화의 에이스로 활약하게 됐다. 코로나 19사태로 인해 귀국 후 자가격리에 들어갔던 서폴드는 연습경기 등판에서 4이닝 3실점으로 만족할 만한 구위를 선보이지 못했다. 하지만 채드 벨이 팔꿈치 미세 염좌로 인해 한 동안 등판이 어렵게 됐고 서폴드는 올해도 한화의 개막전 선발로 낙점 받았다.

자가격리를 끝내고 컨디션을 완전히 끌어 올리지 못한 만큼 개막전에서 서폴드에 대한 한용덕 감독의 기대는 길어야 6이닝과 투구 수 80개 정도였다. 하지만 서폴드는 7회 2사 후 최정에게 볼넷을 허용할 때까지 단 한 명에게도 출루조차 허용하지 않는 퍼펙트 투구를 선보였다. 탈삼진은 단 2개 밖에 없었지만 노련한 승부로 9이닝 내내 단 3명에게만 출루를 허락하는 눈부신 호투를 펼치며 KBO리그에서의 첫 완투를 완봉으로 장식했다.

작년 최하위 롯데가 안치홍 영입 등 전력 보강을 착실히 하면서 한화는 많은 야구팬들로부터 꼴찌후보 1순위로 꼽히고 있다. 하지만 한화는 시즌 첫 경기부터 작년 실질적인 정규리그 공동 1위였던 SK에게 완승을 거두며 만만치 않은 전력을 예고했다. 한화의 개막전 이변을 보면 관중도 없고 하이파이브도 못하는 어색한 리그지만 야구팬들이 코로나19사태 속에서도 애타게 야구를 기다려 온 이유를 금방 알 수 있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KBO리그 한화 이글스 개막전 워윅 서폴드 완봉승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