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팬들이 오랫동안 손꼽아 기다려온 K리그가 마침내 오는 8일 개막한다. 코로나19 사태의 여파로 두달여 늦게 개막하게 됐고, 팀당 경기 수는 38경기에서 27경기로 크게 줄었다. 선수들의 컨디션 조절과 승점 관리가 어려워졌고 그만큼 사령탑들의 위기관리능력이 더욱 중요해진 시즌이다. 

2020시즌은 선수들의 활약 못지않게 새롭게 K리그에 도전장을 던진 감독들의 활약을 지켜보는 재미도 쏠쏠할 전망이다. 올시즌 K리그 1,2부리그 총 22개팀 중 무려 9개팀의 사령탑이 바뀌었다. K리그1에서는 성남 김남일 감독, 인천 임완섭 감독, 대구 이병근 감독대행이 각각 올해 새로운 사령탑으로 선임됐다.

전체 구단의 절반이 넘는 총 6개 구단의 감독이 교체된 K리그2는 경남 설기현 감독, 대전 황선홍 감독, 서울이랜드 정정용 감독, 안산 김길식 감독, 제주 남기일 감독, 수원FC 김도균 감독이 지휘봉을 잡아 1부 승격에 도전한다. 코치나 아마추어-유스팀 경력을 제외하고 프로 성인팀 감독으로서 첫 데뷔하는 인물만 무려 5명(김남일, 설기현, 정정용, 김길식, 김도균)이나 된다. 최고령은 64년생인 김형열 안양 감독이고, 최연소는 79년생 동갑내기인 설기현-박동혁 감독이다. K리그 감독 평균연령은 48세다.
 
 김남일 성남FC 신임 감독이 26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탄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소감을 얘기하고 있다.

김남일 성남FC 감독 ⓒ 연합뉴스

 
주목할 부분은 '스타 출신 감독'들의 약진이다. '2002 한일월드컵 세대'가 배출한 대표적인 스타로 꼽히는 김남일과 설기현 감독이 프로 사령탑으로서 첫 도전에 나선다. FC서울에서의 성적부진으로 사임했던 2002 세대의 맏형 황선홍 감독은 대전의 지휘봉을 잡아 생애 첫 2부리그 무대에서 명예회복에 도전한다. 서울의 터줏대감 최용수 감독까지 포함하면 2002 멤버 출신 사령탑만 K리그에 4명이나 된다. 역시 2002세대 출신인 유상철 인천 감독은 지난 시즌 인천의 잔류를 이끌었으나 건강 문제로 아쉽게 하차하면서 임완섭 감독이 새롭게 지휘봉을 잡았다.

황선홍과 최용수 감독은 어느덧 지도자로서도 베테랑의 반열에 접어들었다. K리그와 FA컵, 우승트로피도 여러 차례 들어올렸다. K리그 지도자들도 세대교체가 활발하게 이뤄지면서 어느덧 혈기왕성한 젊은 감독에서 이제는 후배 감독들의 도전을 받아줘야하는 선배에 가까운 위치가 된 만큼 모범을 보여야 한다는 책임감은 더 커졌다.

황선홍 감독은 K리그 부산, 포항, 서울에 이어 대전이 벌써 4번째 소속팀이자, 프로 감독 연차(12년)로만 따지면 어느새 현역 최고참이 됐다. 성적부진과 선수들과의 소통 문제 등으로 서울에서 감독 커리어 사상 최악의 좌절을 겪었던 황 감독에게는 대전에서의 명예회복 여부가 향후 지도자 경력의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최용수 감독은 중국 장쑤 쑤닝 지휘봉을 잠시 잡았던 시기를 제외하면 K리그에서는 서울에서만 9시즌째 지휘봉을 잡으며 현역 감독 중 한 팀에서 가장 오랜시간 재임한 사령탑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2018시즌 극심한 부진 속에 창단 이후 처음 파이널 B(하위 스플릿)로 추락한 서울을 다시 맡아 강등 위기에서 구해낸 최 감독은 2019시즌에는 팀을 3위까지 끌어 올리며 명가의  자존심 회복에 성공했다. 하지만 K리그 복귀를 타진하던 기성용과 이청용 영입에 연달아 실패하며 전력보강과 구단의 이미지 하락은 최 감독에게 부담스러운 상황이 됐다.

김남일-설기현 감독은 K리그 40대 젊은 지도자를 대표하는 인물이자 현역시절 일본-중동-유럽 등 다양한 무대를 경험한 해외파 세대라는 점에서 더 주목받고 있다. 클럽팀에서 국가대표에 이르기까지 선진축구와 현대축구의 트렌드를 누구보다 가까이서 경험했을 젊은 감독들이 리더십에서도 얼마나 새로운 바람을 불러올 수 있을지 기대를 모으는 대목이다. 무엇보다 현역시절부터 자신만의 캐릭터가 확실했던 두 감독이 지도자로서는 어떤 이미지를 보여줄지도 흥미롭다.

2002 멤버는 아니었지만 같은 세대라고 할수있는 김도훈 울산 감독은 지난해 못다 이룬 우승의 꿈에 다시 한번 도전한다. 지난해 포항과의 최종전에서 다잡은 리그 우승을 아깝게 놓치며 전북에 역전을 허용했던 울산은 올시즌 폭풍 영입을 통하여 이청용, 조현우 등을 영입하며 전북의 독주를 저지할 대항마로 꼽힌다. 좋은 전력에도 불구하고 중요한 경기마다 지도력에서 엇갈린 평가를 받았던 김도훈 감독에게는 올시즌이 마지막 기회가 될 수도 있다.

2019 U20 월드컵 준우승 신화의 주역에서 K리그2 최하위 이랜드의 사령탑으로 깜짝 변신한 정정용 감독 역시 주목을 받고 있다. 정 감독은 선수로서는 무명에 가까웠지만 지도자로 변신하여 축구협회 유소년 축구 전문가로 오랫동안 활약하면서 명성을 쌓았다. 선수 육성과 데이터 축구에 일가견이 있는 정 감독에게도 프로 구단 사령탑은 처음이다. 유명 감독들의 합류로 올시즌 K리그2의 승격 전쟁은 1부리그 이상으로 치열할 수 있다고 전망되는 이유다.

K리그 디펜딩챔피언이자 유일한 외국인 사령탑인 조세 모라이스 감독은 2년차 징크스를 넘어야한다. 포르투갈 국적의 모라이스 감독은 지난해 전북의 우승을 이끌며 성공적으로 연착륙했지만 경기력이나 선수운용 면에서 아쉽다는 지적도 종종 받았다. 전북은 올시즌에도 강력한 우승후보 0순위로 꼽힌다. 여전히 전임 최강희 감독의 그림자가 짙게 남아있는 전북에서 2년차를 맞이하게된 올시즌은 모라이스 축구의 진정한 색깔과 경쟁력을 확인하는 무대가 될 전망이다.

이밖에도 안드레 전 감독과 불미스러운 모양새로 결별한 대구는 이병근 감독 대행 체제로 2020시즌을 치르게 됐다. 정식 감독 없이 대행체제로 시즌을 맞이하는 것은 대구가 유일하다. 이병근 대행에게는 2018년 수원 삼성에 이어 두 번째 감독대행이다. 데얀, 에드가, 세징야, 츠바사 등 수준급 공격진을 보유한 대구지만 골키퍼 조현우가 떠나면서 무게가 떨어진 수비진, 연고지가 코로나 사태로 직격탄을 맞이한 후유증을 어떻게 추스를지가 관건이다.

새로운 인물이 주는 화제성도 중요하지만 결국 핵심은 새로운 리더십이다. 현대축구는 갈수록 감독의 권위나 카리스마보다는 소통과 공감능력을 중시하는 '형님 리더십', '전지전능한 1인 만능주의보다'는 체계적인 전문성과 분업화를 중시하는 시대다. 나이가 젊거나 현역시절에 스타였다고 해서, 혹은 예전에 성공했다고 해서 새로운 팀에서도 모두가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올시즌 K리그 무대에 도전장을 던진 지도자들이 당장의 성적을 넘어 프로무대에서 자신만의 개성과 매력있는 축구로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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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감독대전 김남일 설기현 정정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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