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도 그렇고 단체도 마찬가지다. 태어난 지, 혹은 만들어진 지 30년 정도의 시간이 흐르면 지난 시간들을 돌아보며 그 해를 기념하기 마련이다. 그리고 30년째가 되는 해를 더욱 의미 있는 한 해로 만들고 싶어 한다. 지난 1990년 MBC 청룡을 인수해 'LG 트윈스'라는 이름으로 리그에 참가한 LG가 올해로 30주년이라는 기념비적인 시즌을 맞는다.

LG의 이름을 걸고 리그에 참가한 지 5년 동안 2번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달성하며 90년대를 대표하는 명문팀으로 떠올랐던 LG는 이후 25년 동안 한번의 우승도 추가하지 못했다. 심지어 이제는 야구원로가 된 김응용 감독과 김성근 감독이 격돌했던 2002년을 마지막으로 단 한 번도 우승에 도전할 기회조차 얻지 못했다. 2003년부터 2012년까지는 10년 연속 가을야구 실패라는 돌이키기 싫은 '흑역사'도 있었다.

창단 30번째 시즌을 맞는 올 시즌 LG의 목표는 오직 한국시리즈 우승뿐이다. 작년 준플레이오프에서 키움 히어로즈에게 1승3패로 패했던 4위팀의 목표 치고는 너무 거창하게 보일지 모르지만 LG에게는 30주년이라는 이유 말고도 올해 반드시 우승해야 하는 또 하나의 분명한 이유가 있다. 바로 올해가 KBO리그 역대 최다안타(2439개) 기록 보유자이자 LG의 마지막 한국시리즈를 경험했던 박용택의 선수생활 마지막 시즌이기 때문이다.

[투수진] 최고의 선발 트로이카 보유, 4,5선발과 필승조 활약이 관건
 
 LG 트윈스 2020 시즌 예상 라인업 및 투수진

LG 트윈스 2020 시즌 예상 라인업 및 투수진 ⓒ 양형석

 
LG에는 2010년대 들어 벤자민 주키치, 레다메스 리즈, 헨리 소사(푸방 가디언즈), 데이비드 허프 같은 좋은 외국인 투수들이 수시로 등장했다. 하지만 이들은 리그를 지배하는 에이스가 되기에 치명적인 약점이 있었다. 주키치나 리즈는 활약한 기간이 짧았고 허프는 부상을 달고 살았으며 소사는 속구의 위력을 극대화할 변화구 주무기가 없었다. 하지만 LG는 긴 기다림 끝에 작년 타일러 윌슨과 케이시 켈리라는 완벽한 외국인 원투펀치를 만났다.

윌슨과 켈리는 작년 시즌 나란히 180이닝 이상을 책임지며 28승을 합작했다. 특히 켈리는 24번의 퀄리티스타트에도 무려 12패를 당하며 상당히 불운한 시즌을 보내긴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리그 4위에 해당하는 2.55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다. LG는 올 시즌에도 외국인 원투펀치에게 310만 달러의 몸값을 투자하며 선발진을 이끌어 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LG의 토종 에이스 차우찬은 시즌마다 다소 기복을 보였음에도 3년 동안 35승을 따내는 꾸준함을 보였다. FA계약 마지막 시즌이 된 올해는 더 좋은 활약이 기대된다. 구위로 보나 내구성으로 보나 리그 정상급의 선발 트로이카를 보유한 LG의 고민은 송은범과 임찬규로 낙점된 4, 5선발이다. 상위권, 특히 우승권 다툼에서는 의외로 4,5 선발 투수의 활약에 따라 순위가 결정되는 점을 고려하면 송은범과 임찬규의 활약은 매우 중요하다.

뛰어난 구위를 바탕으로 언젠가는 잠재력이 폭발할 거라 기대했던 우완 고우석은 작년 시즌 8승2패35세이브1홀드 평균자책점1.52를 기록하며 KBO리그를 대표하는 젊은 마무리 투수로 급부상했다. 작년 준플레이오프와 올해 연습경기에서 연일 난타를 당하고 있는 게 심상치 않지만 LG팬들은 고우석의 난조가 정규리그에서 더 좋은 성적을 올리기 위한 '액땜'이라고 믿고 있다.

키움의 김상수나 SK 와이번스의 서진용, 두산 베어스의 윤명준 같은 '불펜 에이스'는 없지만 LG불펜진도 양적으로는 그 어떤 팀에게도 뒤지지 않는다. 우완 김대현과 좌완 진해수, 잠수함 정우영이 건재하고 김지용도 부상을 털고 마운드 복귀를 위한 준비를 마쳤다. 여기에 LG 마운드의 비밀병기로 꼽히는 이상규와 루키 김윤식이 '즉시전력감'인 게 증명된다면 LG 불펜은 더욱 날개를 달 수 있다.

[타선] 외국인 거포 라모스 합류, 백전노장 정근우 영입 효과는?

LG의 간판타자 김현수는 작년 시즌 좌익수로 110경기, 1루수로 29경기에 출전했다. 물론 1루수로 68경기에 출전했다가 부상까지 당했던 2018년에 비하면 '1루 알바' 횟수가 줄긴 했지만 전문 외야수인 김현수가 1루 미트를 끼는 장면은 썩 바람직한 그림은 아니었다. 하지만 올해 김현수는 좌익수 수비와 타격에만 전념할 수 있을 거 같다. 새 외국인 1루수 로베르토 라모스가 합류했기 때문이다.

멕시코 출신으로 1994년생의 젊은 우투좌타 1루수 라모스는 비록 메이저리그 출전 경험은 없지만 작년 트리플A에서 타율 .309 30홈런105타점을 기록했을 만큼 장타력이 뛰어난 선수다. 물론 홈런도 많고 삼진도 많은 전형적인 거포형 타자라는 점에서 작년에 활약했던 카를로스 페게로와 비슷한 유형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마이너리그 시절 상위리그로 갈수록 성적이 더 좋아졌다는 점에서 기대할 요소가 많은 외국인 타자다.

작년 시즌 LG 타선의 가장 큰 수확은 바로 붙박이 1번 중견수 이천웅을 발굴했다는 점이다. 꾸준히 타격재능을 인정 받으면서도 확실한 자기 포지션이 없어 백업 및 대타요원에 머물렀던 이천웅은 작년 주전 중견수 자리를 차지하며 138경기에서 타율 .308 2홈런48타점88득점21도루라는 호성적을 기록했다. 올해도 이천웅이 풀타임 중견수와 1번타자로 활약해 준다면 LG의 외야와 타선은 공수에서 더욱 활기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최근 2년 동안 264경기에 출전했던 유강남은 이제 LG에서 대안을 찾을 수 없는 부동의 안방마님이다. 물론 당장 양의지(NC다이노스)같은 대선배와 비교할 수는 없지만 지난 3년 동안 연평균 17.3개의 홈런을 때린 20대 포수는 유강남이 유일하다. 작년 두산의 박세혁이 '우승포수'가 되면서 지명도가 급상승한 것처럼 유강남 역시 LG의 주전포수에 만족하지 말고 LG를 우승으로 이끌 수 있는 든든한 안방마님이 되기 위한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내부 FA들을 붙잡는데 열중하느라 외부 전력 수혈이 거의 없었던 LG에서 유일한 전력보강은 작년 2차 드래프트를 통해 줄무늬 유니폼을 입은 '레전드 2루수' 정근우다. 물론 39세 시즌을 맞는 정근우에게 3번의 골든글러브를 수상했던 전성기 시절의 기량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하지만 통산 1840안타364도루를 기록 중인 백전노장 정근우의 가세는 작년 시즌 2루 자리에 무혈입성했던 정주현을 긴장시키기 충분하다.

[키 플레이어] 40억 유격수 오지환, LG 승리 위해 경기를 지배하라
 
통산 1207경기 타율 .261 103홈런530타점648득점188도루. 강한 어깨와 넓은 수비범위, 강철체력을 자랑하는 호타준족 유격수. 게다가 팀에 이 선수를 대체할 다른 유격수 자원을 찾을 수 없다면 구단은 이 선수가 FA자격을 얻었을 때 많은 투자를 해서라도 반드시 잔류시켜야 한다. 2012년부터 2019년까지 8년 연속 100경기 이상 출전한 LG의 '대체불가 유격수' 오지환 이야기다.

하지만 오지환이 작년 12월 LG와 4년 40억 원에 FA 계약을 맺었을 때 야구팬들 사이에서는 '오버페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이는 위험한 주루플레이로 상대 선수를 위험에 빠트리곤 하는 오지환의 안 좋은 버릇 때문이기도 하지만 논란 끝에 출전한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병역혜택을 받으며 '밉상 이미지'가 생겼기 때문이다(심지어 논란 끝에 출전한 아시안게임에서 오지환의 성적은 3타석 2타수1안타에 불과했다).

아시안게임 논란은 오지환이 선수생활을 하는 한 '꼬리표'처럼 따라 다니며 논란거리를 만들 것이다. 결국 오지환이 이 논란을 털어 버릴 가장 좋은 방법은 성적으로 자신이 40억 짜리 유격수임을 증명하는 것 뿐이다. 물론 오지환은 데뷔 후 한 번도 3할 타율을 넘긴 적이 없고 3번의 리그 최다 삼진,5번의 리그 최다 실책을 기록했을 정도로 안정된 플레이를 하는 유격수와는 거리가 멀다.

하지만 오지환은 잠실야구장을 홈으로 사용하는 유격수로는 유일하게 시즌 20홈런 고지를 밟았고 까다로운 타구를 처리하는 능력도 단연 뛰어나다. 여기에 팀 내에서 가장 많은 27번의 루를 훔친 선수이기도 하다. 경기 흐름을 단숨에 LG의 것으로 바꿀 수 있는 플레이를 할 수 있는 능력을 두루 갖춘 선수라는 뜻이다. 오지환이 좋은 의미로 경기를 지배하는 날이 많아질 수록 올 시즌 LG는 우승에 한층 더 가까워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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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전력분석 LG트윈스 박용택 오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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