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월화드라마 <반의반>이 아쉬운 성적표를 남기고 종영했다. <반의반>은 인공지능 프로그래머 하원(정해인)과 클래식 녹음 엔지니어 서우(채수빈)를 중심으로 시작도 끝도 자유로운 사랑이야기를 담아낸 힐링 로맨스를 표방했다.

28일 방송된 최종회에서는 남녀주인공이 서로의 상처를 극복하고 해피엔딩을 맞이하는 모습이 방영됐다. 지수(박주현)의 인격과 감정을 지닌 대화 프로그램 지수D의 존재로 힘겨워하던 두 사람은 잠시 각자의 시간을 가지는 것에 합의한다. 서우는 자신을 없애달라는 지수D의 제안에 고민하고, 하원은 노르웨이 오슬로로 떠난다.

시간이 흘러 서우는 지수D를 없애는 대신 마음 속에 영원히 기억하겠다는 선택을 내린다. 비로소 슬픔과 죄책감에서 벗어난 서우는 배송지에서 하원을 기다릴 것이라는 연락을 전하고, 이튿날 재회한 두 사람은 서로를 포옹하며 새로운 사랑의 시작을 알린다.

<반의반>은 각자 다른 트라우마를 지니고 살아가던 이들이 서로를 통해 상처를 치유해가는 과정을 그렸다. 정해인과 채수빈이라는 매력적인 선남선녀 청춘 스타들의 조합, 인공지능이라는 이색적 소재, 오감을 만족시키는 아름다운 영상미와 감미로운 클래식 음향의 조화 등 다양한 매력포인트를 갖추고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는데는 실패했다.

당초 16화로 예정된 방송분은 압축편성이라는 명분으로 12회로 줄어들었다. 사실상의 조기종영이었다. 하지만 다소 빨라진 극적전개에도 불구하고 시청률은 최종회까지 1%대에서 반등하지 못했다.

오늘날에는 시청률이 작품의 가치를 평가하는 전부는 아니라고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의반>이 배우들의 이름값이나 소재의 독특함에 비하여 극적 완성도에서 기대에 못미쳤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것은 <반의반>의 문제만이 아니라 <더킹 영원의 군주>나 <어서와>, <포레스트>,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 등 최근 청춘스타들을 내세운 로맨스물의 성적표가 대체로 저조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

<반의반>이 시청자들과의 거리감을 좁히지 못한 가장 큰 이유도 역시 '공감대' 부족에 있다. 드라마가 내세운 '인공지능'이라는 소재 자체가 시청자들에게 생소하다는 지적도 있었지만, 사실 그보다 더 어려운 설정이나 판타지에 가까운 소재를 다룬 작품들은 이미 넘쳐난다.

문제는 아무리 낭만적인 로맨스라고 해도 결국 '현실성'이라는 기반 위에서 더 설득력을 지닌다는 사실이다.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시청자들이 내 이야기라고 느끼거나, 내가 꿈꾸는 이야기라고 생각될만한 입체적인 설정과 묘사, 리얼리티한 분위기가 강조되는 게 요즘 인기 드라마들의 공통점이다.

어찌 보면 <반의반>은 극과 극의 감성이 공존하는 이야기였다. 인공지능이라는 최첨단의 소재를 내세운 듯 하면서도, 정작 극의 세밀한 흐름으로 들어가면 짝사랑, 순애보, 클래식 등 올드하다 싶을만큼 복고적인 감수성에 더 기대고 있었다. 하지만 드라마는 개연성 측면에서 각 구성요소들을 설득력있게 결합시키는데 실패했다.

속도감 있고 압축적인 전개를 선호하는 요즘 드라마의 추세에 반하여, <반의반>의 전개 속도는 '짝사랑'이라는 코드를 감안해도 지나치게 느리고 답답했다. 초반부 극의 서사보다 영상미와 시적인 대사에 더 집중한 듯한 연출은, 시청자들에게는 오히려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알 수 없는 산만한 구성으로 다가왔다.

등장인물들의 캐릭터를 시청자들에게 뚜렷하게 각인시켜야 할 초반부부터 난해하고 불친절한 스토리 진행은, 오히려 인물들의 행위에 대한 당위성을 떨어뜨리고 '본론'이 되어야 할 로맨스의 공감대까지 반감시키는 부작용으로 이어졌다.

시종일관 진지하게 심각한 주인공들에 비하여 정작 시청자들은 인물들의 감정선이나 극중 상황에 제대로 공감하지 못하다 보니, <반의반>은 우리 주변의 현실적인 사랑이야기라기보다는 시종일관 '그들만의 세계'를 보고 있다는 위화감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주연배우인 정해인이나 채수빈의 연기는 역시 로맨스 장르에 최적화된 배우들답게 더도 덜도 아닌 딱 기대만큼의 연기력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하지만 바꿔말하면 캐릭터 측면에서는 전작에서 보여준 연기에 비하여 별다른 진화나 차별화없이 기존의 안정적인 이미지를 답습하고 있다는 느낌이었다.

오히려 극중에서 가장 돋보이는 연기력을 보여준 것은 조연으로 출연한 인욱 역의 김성규였다. 영화에서 남성적이고 강렬한 캐릭터를 자주 연기했던 김성규는 <반의반>에서는 슬럼프에 빠진 피아니스트 캐릭터를 맡아 예민함과 섬세함, 냉정과 열정, 죄책감과 원망 등이 뒤섞인 복합적인 감정 연기를 출중하게 소화하며 출연분량마다 오히려 주연 이상의 존재감을 보여줬다.

결과적으로 <반의반>은 특유의 영상미와 배우들의 매력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장점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아쉬운 작품으로 남게 됐다. 장르극들의 인기몰이에 비하여 최근의 청춘 로맨스 드라마들이 시청자들에게 공통적으로 외면받고 있는 부분이 무엇인지 다시 돌아봐야 할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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