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개팀에서 우승반지를 차지했던 '우승제조기' 이효희가 정든 코트를 떠난다.

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 구단은 지난 24일 공식 홈페이지와 SNS를 통해 V리그 원년부터 활약했던 '레전드 세터' 이효희가 2019-2020 시즌을 끝으로 현역생활을 마감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효희는 은퇴 후 도로공사에서 지도자 생활을 하기로 구단과 합의했고 도로공사는 다가오는 2020-2021 시즌 중 이효희의 은퇴식을 열 예정이다.

1998년 실업리그 KT&G에 입단하며 성인배구 무대에 입성한 이효희는 V리그 출범 후 KT&G 아리엘스(현 KGC 인삼공사)와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 IBK기업은행 알토스, 그리고 한국도로공사까지 4개팀에서 활약했다. 그리고 이효희가 거쳐 간 4개 팀은 모두 이효희가 활약할 때 챔프전 우승을 차지했다. 이효희는 각기 다른 4개의 팀에서 4개의 우승반지를 수집한 V리그 여자부 최고의 '우승 제조기'였던 셈이다.
 
 통산 4번의 챔프전 우승을 달성했던 이효희가 현역 생활을 마감한다.

통산 4번의 챔프전 우승을 달성했던 이효희가 현역 생활을 마감한다. ⓒ 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

 
KT&G-흥국생명-기업은행 거치며 챔피언 반지 3개 수집한 이효희

프로 출범과 함께 국가대표 부동의 주전세터였던 강혜미가 은퇴를 선언한 후 V리그 여자부의 세터 구도는 이숙자(KBS N 스포츠 해설위원)와 김사니(SBS스포츠 해설위원), 그리고 이효희의 3파전이었다. 세 선수는 우열을 가리기 힘들 만큼 기량이 출중했지만 국제대회에서는 182cm의 큰 신장으로 블로킹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김사니가 중용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국내리그에서 유독 많은 우승을 차지한 선수는 단연 이효희였다. 이효희는 KT&G 소속이었던 프로 원년 최광희,김세영(흥국생명) 같은 쟁쟁한 동료들과 함께 김사니가 이끌던 도로공사를 꺾고 원년 우승을 차지했다. 하지만 KT&G는 2007년 FA로 김사니를 영입했고 졸지에 갈 곳을 잃은 이효희는 사인앤트레이드 형식으로 이영주가 은퇴한 흥국생명으로 이적했다.

흥국생명 이적은 이효희에게 전화위복이 됐다. 당시 흥국생명은 김연경(엑자시바시)과 황연주(현대건설 힐스테이트)로 이어지는 쌍포가 V리그를 지배하던 시절이었기 때문이다. 이효희는 흥국생명 유니폼을 입은 2008-2009 시즌 2번째 우승을 경험했다. 하지만 김연경을 일본으로 보내며 전력이 약화된 흥국생명은 이효희에게 플레잉코치를 제안했고 현역 연장에 미련이 남았던 이효희는 다시 신생팀 기업은행으로 이적했다.

기업은행에서도 이효희의 '우승본능'은 계속 이어졌다. 기업은행은 2012-2013 시즌 박정아(도로공사),김희진, 알레시아 리귤릭으로 이어지는 삼각편대를 구성했고 강력한 공격력을 적극 활용한 이효희는 챔프전에서 GS칼텍스 KIXX를 꺾고 개인 통산 3번째 우승을 차지했다. 기업은행의 정규리그 우승을 이끈 2013-2014 시즌에는 공격성공률과 블로킹 부문에서 1위를 차지한 양효진(현대건설)을 제치고 최초로 정규리그 MVP에 선정됐다.

2013-2014 시즌이 끝난 후 FA자격을 얻은 이효희는 기업은행과의 협상이 결렬되고 연봉 2억 원의 조건에 도로공사로 이적했다. 이효희는 함께 이적한 정대영과 함께 도로공사를 정규리그 우승으로 이끌며 외국인 선수 니콜 포셋과 함께 정규리그 MVP를 공동수상했다. V리그 역사에서 두 시즌 연속 정규리그 MVP에 선정된 선수는 '여제' 김연경(세 시즌 연속)과 이효희 뿐이다.

도로공사 창단 첫 우승 견인한 이효희, 지도자로 새 출발
 
 현역 시절 코트에서 뛰어난 리더십을 발휘했던 이효희는 다음 시즌부터 지도자로 새출발한다.

현역 시절 코트에서 뛰어난 리더십을 발휘했던 이효희는 다음 시즌부터 지도자로 새출발한다. ⓒ 한국배구연맹

 
도로공사는 이호 감독이 중도 사임하고 외국인 선수 문제로 고전했던 2016-2017 시즌 최하위로 떨어졌다. 하지만 도로공사는 2007년 FA 박정아 영입과 외국인 선수 이바나 네소비치 지명을 통해 전력을 대폭 강화했고 2017-2018 시즌 프로 출범 14년, 그리고 팀 창단 48년 만에 통합 우승을 차지했다. 기업은행에 이어 도로공사에서도 창단 첫 우승의 꿈을 이뤄준 세터는 바로 이효희였다.

이효희는 김사니와 이숙자가 런던 올림픽 4강신화를 끝으로 대표팀 은퇴를 선언한 후 30대 중반의 늦은 나이에 대표팀 주전 세터로 활약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효희가 대표팀에서 이뤄낸 성과는 김사니,이숙자와 비교해도 결코 떨어지지 않았다.이효희는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금메달과 2016년 리우 올림픽 8강,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동메달을 목에 걸며 대표팀에서도 많은 업적을 이뤄냈다.

불혹의 나이에도 2018-2019 시즌 도로공사를 챔프전 준우승으로 이끌었던 이효희는 2019-2020 시즌 도로공사의 최하위 추락을 막지 못했다. 이효희는 2019-2020 시즌이 끝나고 다시 FA 자격을 얻었고 이다영(흥국생명)을 놓친 현대건설로 이적한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하지만 현대건설은 이효희의 높은 보상금과 불혹을 넘긴 많은 나이에 부담을 느꼈고 결국 이효희는 3번의 이적과 4번의 우승을 차지했던 파란만장했던 현역 생활을 접었다.

이효희가 은퇴한 도로공사는 다음 시즌부터 프로 4년 차가 되는 이원정 세터를 중심으로 팀을 꾸려야 한다. 작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4순위로 선발했던 182cm의 장신세터 안예림은 루키 시즌 7경기에서 11세트만 소화했을 정도로 아직 프로 경험이 턱없이 부족하다. 도로공사의 코치로 활약하게 될 이효희로서는 당장 이원정 세터를 붙박이 주전으로 키워야 한다는 과제가 생긴 셈이다.

이효희 세터는 173cm, 57kg의 불리한 체격조건으로도 성인 무대에서 20년이 넘는 세월을 버텼다. 그 점 하나 만으로도 이효희는 4번의 우승 경험과 백투백 MVP, 아시안게임 금메달 같은 업적을 꺼낼 필요도 없이 충분히 여자배구의 레전드로 꼽히기에 부족함이 없다. 선수로서 더할 나위 없는 시간을 보낸 이효희는 앞으로 지도자로서도 성공적인 커리어를 이어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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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배구 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 이효희 우승제조기 은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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