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력도 우정도 '영원한 레전드'... 김연경과 양효진 선수

실력도 우정도 '영원한 레전드'... 김연경과 양효진 선수 ⓒ 박진철 기자

 
한국 여자배구 대표팀 핵심이자 레전드인 김연경(32세·192cm·에자즈바쉬)과 양효진(31세·190cm·현대건설). 두 선수가 코로나19 국면에서 또다시 훈훈한 우정을 과시해 화제가 되고 있다.

대표팀 후배인 양효진은 16일 자택에서 혼자 격리 생활 중인 김연경을 위해 즉석 떡볶이, 낙지볶음, 닭가슴살 등 반조리 식품 일체를 택배로 공수해줬다.
 
그 정성에 감동을 받은듯, 김연경은 자신의 SNS에 반조리 식품 사진과 함께 "자기야, 나 너무 놀랐잖아. 매일 보내 주는 거지?"라는 익살스런 글을 올렸다. 이에 양효진도 "자기야 밥 잘 먹고 댕겨"라는 답글로 응수했다.

김연경은 지난 15일 오전에 특별 전세기편으로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공항 검사 결과 '무증상 입국자'로 판명돼, 곧바로 수원 자택으로 가서 2주간 자가 격리에 돌입했다.

김연경은 정부의 자가 격리 지침을 철저히 준수하기 위해 자택에서 가족 없이 '나 혼자 산다'를 실천하고 있다. 부모님도 김연경이 도착하기 전에 반찬 등을 미리 냉장고에 넣어놓고 돌아갔다. 김연경 소속사 관계자들도 개인 훈련을 위해 필요한 운동 기구나 생필품 등을 택배 기사처럼 현관 앞에 놔두고 간다.

17일에는 관내 보건소에서 코로나19 검사를 받을 예정이다. 보건소에 갈 때도 자신의 차를 직접 몰고 반드시 혼자 가야 한다. 다른 차량은 물론 대중교통을 이용해서도 안된다.

강제 '나 혼자 산다'... 가족·관계자도 '현관 앞에 놓고 가'
 
 양효진 선수 SNS 글 (2020.4.16)

양효진 선수 SNS 글 (2020.4.16) ⓒ 양효진 SNS 캡처

 
김연경과 양효진은 한국 V리그 역사에서 남녀 선수 전체를 통틀어 전무후무한 '불멸의 레전드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김연경은 2005-2006시즌 V리그에서 '개인 기록(비시상 포함)' 부문에서 7관왕을 달성했다. 득점, 공격성공률, 서브, 오픈공격, 시간차공격, 이동공격, 퀵오픈 등 7개 부문에서 1위를 휩쓸었다. 

'개인상 시상' 부문에서도 6관왕을 차지했다. V리그 한 시즌 최고의 영예인 포스트시즌 챔피언결정전 MVP를 비롯해, 정규리그 MVP, 신인선수상, 득점상, 공격상(공격성공률), 서브상을 수상했다.

더욱 놀라운 사실이 있다. 이 기록들을 김연경이 프로 무대에 갓 데뷔한 신인 선수 시절에 달성했다는 점이다. 김연경은 외국인 선수가 전면 도입된 시즌에도 개인 기록 부문 3관왕, 챔피언결정전 MVP 3회 수상, 정규리그 MVP 3회 수상 등 독보적인 활약을 이어갔다.

이후 해외 리그에서도 뛰어난 활약하면서 세계 최상급 반열에 올랐다. 각종 클럽 대회에서 수많은 우승과 MVP 수상 경력을 쌓았다. 단연 최고봉은 '올림픽 MVP' 수상이다. 

특히 공격과 수비력 모두 최정상급 실력을 갖춘 세계 최고의 '완성형 공격수'가 됐다. 공격력이 뛰어난 선수는 많지만, 김연경만큼 공격과 수비력이 모두 뛰어난 선수는 세계 배구 역사에서도 극히 드물기 때문이다. 
 
양효진도 V리그 블로킹 부문에서 2009-2010시즌부터 2019-2020시즌까지 무려 11년 연속 블로킹 1위를 달성했다. 개인 기록 부문에서도 국내 선수 중 김연경 다음으로 다관왕 기록을 갖고 있다. 2019-2020시즌 V리그에서 공격성공률, 블로킹, 오픈공격, 속공 부문에서 모두 1위를 차지하며 4관왕을 달성했했다. 현재 V리그 국내 선수 중 4관왕은 남녀 통틀어 양효진이 유일하다.

터키 리그, 전 세계 유일하게 '종료 선언' 안해

한편, 김연경은 에자즈바쉬 팀 주장으로서 책임감과 의리를 지키기 위해 그동안 터키에서 계속 머물렀다. 그러다 터키 정부가 지난달 27일 모든 국제선 운항을 전면 중단하는 조치를 내리면서 오도 가도 못하며 발이 묶였다.

사실 김연경도 귀국하겠다고 마음만 먹었다면 그 전에 올 수 있었다. 각 팀들의 주요 외국인 선수도 대부분 고국으로 돌아갔다. 때문에 에자즈바쉬 구단 입장에서도 귀국을 말릴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그러나 김연경은 팀 주장으로서 책임감, 코로나19 사태로 한국에 돌아오면 다시 터키로 재입국이 불가능한 상황 등 때문에 "터키배구협회가 시즌 종료 선언을 하면 돌아가겠다"며 기다렸다.

문제는 그 이후 터키의 코로나19 사태가 연일 폭증하며 심각한 수준으로 전개됐다는 점이다. 최근에는 8일 연속 하루 4000명이 넘는 확진자가 발생했다. 15일자 기준으로 누적 확진자 수가 6만9392명으로 7만 명에 근접했다. 확진자 수가 불과 며칠 사이에 전 세계 9위에 해당될 정도로 폭증했다. 누적 사망자도 1518명로 연일 100명 이상씩 발생하고 있다.

그럼에도 터키 배구 리그는 아직도 '시즌 종료'를 선언하지 않고 있다. 터키 리그는 지난 3월 19일 모든 대회의 '무기한 연기'를 결정한 바 있다. 그 사이 이탈리아, 러시아, 브라질 등 전 세계 배구 리그는 대부분 '시즌 종료'를 선언하고, 휴가 또는 다음 시즌 준비에 돌입했다. 터키 리그만 유일하게 5~6월 중 리그 재개에 대한 미련 갖고, 종료 선언을 미루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여러 가지 상황을 감안했을 때, 다시 재개하기는 사실상 어려운 게 현실이다.

중국 베이징 '김연경 영입설'... 다음 행선지 초미 관심

터키의 코로나19 확산 추세로 볼 때, 터키 정부의 국제선 운항 중단 조치가 더 연장될 가능성도 있다. 아울러 코로나19 감염 위험도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김연경은 귀국길까지 막혀 더욱 난감했다. 그러던 중 희소식이 들려왔다. 터키 주재 한국 대사관, 터키 내 한인회, 한국 대기업 등이 적극 나서 터키 이스탄불에서 한국 인천공항으로 오는 특별 전세기를 마련했다. 특별 전세기의 운항 일정은 한국 시간으로 14일 오후 이스탄불에서 출발해, 15일 오전 6시 25분에 인천공항에 도착하는 것이었다.

결국 김연경도 더 이상 귀국을 늦출 수 없게 됐다. 이 전세기마저 놓친다면, 언제 올 수 있을지 기약이 없기 때문이다. 김연경은 당분간 자택에서 개인 훈련 등을 하며 향후 활동 계획, 다음 시즌 진로 등에 대한 구상을 할 예정이다.

해외매체들은 최근 "중국 리그 베이징 팀이 김연경에게 영입 제의를 했다"는 보도를 계속 하고 있다. 김연경은 어디에서 뛰느냐에 따라 리그의 위상과 화제성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세계적인 스타다. 

때문에 김연경이 지난 2017-2018시즌 중국 리그 생활을 마치고 다시 터키 리그로 떠나려고 할 때, 당시 소속팀 상하이는 김연경을 붙잡기 위해 45%에 달하는 세금까지 대신 납부해주겠다며 상상을 초월하는 연봉 금액을 제시했었다. 김연경의 다음 행보는 여전히 세계적 관심사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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