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방영을 시작으로 약 6년만에 부활한 KBS < 날아라 슛돌이 - 뉴 비기닝 >(이하 슛돌이)은 잘 알려진 대로 축구 예능의 원조격인 프로그램이었다.  2006 스위스 월드컵을 전후로 큰 사랑을 받았던 <슛돌이> 시리즈는 특히 현역 국가대표 선수 이강인을 처음 발굴한 프로라는 점에서도 남다른 의미를 지니고 있다.

지난해부터 불어닥친 스포츠 예능 붐에 힘입어 돌아온 <슛돌이>는 비록 시청률, 화제성 측면에선 살짝 아쉬움을 남기고 있지만 경기에서만큼은 진지한 태도로 임하는 어린이들을 화면에 담으면서 한 걸음씩 착실히 성장하고 있다.  

10일과 17일 방영된 강팀 FS오산과의 경기 내용은 특히 지금까지 소개된 이번 시즌 방송 중 제법 인상적인 모습을 안방에 전달했다. 여기엔 스페셜 감독으로 등장한 축구스타 겸 예능인 안정환의 역할이 컸다. 

축구 예능 2편에 연이은 출연, 과감한 안 감독의 결단
 
 '날아라 슛돌이 - 뉴 비기닝'의 한 장면

'날아라 슛돌이 - 뉴 비기닝'의 한 장면 ⓒ KBS

 
'월드컵 스타' 유상철 중심의 전임 감독 체제로 운영되던 과거와 달리 최근의 <슛돌이>는 매회 이동국, 박주호 등 유명 프로선수들이 '스페셜 감독'이라는 직함으로 등장해 아이들 지도에 임하고 있다.   

자주 지도자가 바뀐다는 단점이 있지만 자녀를 둔 아빠이자 축구인의 입장에서 어린이들을 상대로 정성을 다해 가르치는 태도는 시청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기도 했다. 여기에 아이돌 가수 김재환, 실제 이탈리아에서 어린이 축구 지도자 경력이 있는 알베르토 등은 비축구인이지만 축구 선수 못잖은 열정으로 일일 감독 이상의 활약을 보여줬다.

이번에 새롭게 섭외된 스페셜 감독은 JTBC <뭉쳐야 찬다>에서 오합지졸(?) 축구팀 어쩌다FC를 이끌고 있는 안정환이었다. 각기 다른 방송국의 축구 예능 2편에 동시에 등장한다는 게 부담이 될 수도 있지만 그는 출연을 결심했다. 축구에 대한 애정이 없었다면 이는 분명 쉬운 결정은 아니었을 것이다. 

여기에 지난 2015년 KBS < 청춘FC 헝그리 일레븐 >을 통해 인연을 맺은 김동우와 이동현도 코치로 참여하는 등 이전에 비해 강화된 훈련을 예고했다. 

집중력 부족 등 예상 밖 난관... 눈높이 교육으로 해결
 
 '날아라 슛돌이 - 뉴 비기닝'의 한 장면

'날아라 슛돌이 - 뉴 비기닝'의 한 장면 ⓒ KBS

 
이렇듯 의욕적으로 시작한 FC슛돌이 감독직이지만 천하의 안정환도 현장에선 당황스러움을 감출 수 없었다. 미취학 어린이들이다보니 훈련할때도 집중력이 흐트러지는 일이 다반사였기 때문이다. 이는 앞서 '다둥이 아빠' 이동국도 힘겨워했던 부분이기도 하다.

잠깐의 고민을 거쳐 내놓은 그의 해법은 의외로 단순한 것이었다. 적절한 예시를 들어 어린이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눈높이에 맞춘 지도에 나선다. "찻길 다닐때 한쪽으로만 다니면 어떻게 되죠?"라는 안 감독의 질문에 아이들은 "사고나요"라고 답한다. 이에 "축구도 한쪽 길로만 가면 어떻게 될까?"라는 추가 질문에 역시 동일한 답변이 이어진다.  

이를 통해 경기 중 우루루 몰여 다니면서 공을 뺏기거나 상대팀 대비 패스 연결이 잘 이뤄지지 못하는 슛돌이의 약점을 간단 명료하게 짚어주면서 아이들에게 넓은 공간 활용법을 터득하게 해준다. 그동안 산만한 태도로 연습하던 슛돌이 선수들도 이날 만큼은 진지한 자세로 안 감독의 말을 경청하며 훈련에 임해 이전과는 180도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코치로 참여 중인 김종국 조차 "이렇게 말 잘 듣는 모습은 처음이다"라며 감탄할 만큼 그는 빠른 시간 안에 어린이 선수들을 자신의 품 안으로 끌어들이는데 성공했다.

"최선을 다해 뛰었잖아, 그러면 우리가 이긴거야"
 
 '날아라 슛돌이 - 뉴 비기닝'의 한 장면

'날아라 슛돌이 - 뉴 비기닝'의 한 장면 ⓒ KBS

 
비록 강팀 FS 오산과의 친선 경기에선 연습 때만큼의 성과가 나타나지 않았고 전국대회 득점왕 출신 상대 스트라이커의 맹활약 속에 3-9로 석패하고 말았지만 안정환 감독은 끝까지 웃음띤 얼굴로 아이들을 격려하며 경기를 마무리 지었다.

사실 이날 경기는 이번 시즌 슛돌이 시합 중 가장 힘들었던 내용에 속한다. 매번 씩씩하게 경기에 임하던 수비의 핵 전하겸 어린이 조차 경기 후 지친 기색을 보일 만큼 쉼없이 상대 선수들과 접전을 펼쳤기 때문이다.  

비록 "오늘 이기면 매일 오겠다"는 그의 공약은 무산됐지만 최선을 다해 경기에 임한 슛돌이들의 모습은 몇 골 이상의 가치를 만들어냈다.  

열심히 경기를 치르는 어린이들의 모습이 기특했던 안 감독은 이런 말로 선수들을 격려한다.

 "쓰러질 정도로 최선을 다해 뛰었잖아. 그러면 우리가 이긴거야."

어린 선수들은 "우리가 졌는데 어떻게 이긴 거예요?"라고 되물어 웃음을 자아냈지만 경기에서 꼭 승리만이 전부가 아님을 알려주려던 안정환의 속내는 시청자들의 공감을 자아내기 충분했다. 뿐만 아니라 어른의 관점에서도 어린이에 대한 진심어린 가르침을 보여준 안 감독은 예능인 이전에 최고의 축구인이었다. 
덧붙이는 글 필자의 블로그 https://blog.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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