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90년 MBC <10대 가수 가요제>에서 이문세와 신승훈 사이를 잇는 '발라드 황제' 변진섭은 <신사동 그 사람>,<짝사랑>에 이어 <잠깐만>으로 3연타에 성공한 '트로트 여왕' 주현미를 제치고 가수왕에 등극했다. 변진섭은 1989년 10월에 발표된 2집 앨범을 통해 타이틀곡 <너에게로 또 다시> 외에도 <희망사항>, <숙녀에게>,<우리의 사랑이 필요한거죠> 같은 명곡들을 불러 많은 사랑을 받았다. 

1990년 10대 가수 가요제와 골든디스크 대상을 휩쓴 변진섭은 분명 가수왕에 선정되기에 부족함이 없는 당대 최고의 가수였다. 하지만 심혈을 기울여 만든 3집 앨범이 1,2집 만큼의 성과를 얻지 못하면서 정상의 자리에서 조금 일찍 내려오게 됐다. 물론 90년대 중반에도 <그대 내게 다시>나 <니가 오는 날> 같은 명곡들을 발표했지만 상대적으로 전성기가 짧았던 아쉬움이 남은 건 분명했다.

이처럼 대중 예술을 하는 사람들은 최정점에 올랐을 때 그 자리를 지키기 위해 자신의 능력(?)을 꾸준히 증명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작년 <특별근로감독관 조장풍>(이하 <조장풍>)을 통해 MBC <연기대상>에서 모두의 예상을 깨고 대상을 수상한 김동욱이 바로 이런 위치에 있는 배우라고 할 수 있다. <조장풍> 종영 이후 10개월 만에 안방극장으로 돌아오는 김동욱에게 신작 <그 남자의 기억법>이 더욱 중요한 이유다.

2012년에 개봉한 영화 <후궁:제왕의 첩>이 전국 260만 관객을 동원하며김동욱은  <국가대표> 이후 오랜만에 흥행작을 만들었다. 하지만 모두가 알고 있는 것처럼 <후궁:제왕의 첩>의 스포트라이트는 김동욱이 아닌 조여정이 독차지했다. 결국 김동욱은 <후궁:제왕의 첩>을 끝으로 배우로서 잠재력을 폭발시키지 못한 채 의경홍보단에 입대해 군복무를 마쳤다.

<신과 함께>로 잠재력 폭발, '김동욱 시대' 활짝?
 
 김동욱은 <신과 함께-죄와 벌>에서 엄마 역의 예수정과 함께 1400만 관객을 울린 최고의 명장면을 만들었다.

김동욱은 <신과 함께-죄와 벌>에서 엄마 역의 예수정과 함께 1400만 관객을 울린 최고의 명장면을 만들었다. ⓒ 롯데 엔터테인먼트

 
김동욱은 2014년 군 제대 후 드라마 <하녀들>, 영화 <쓰리 섬머 나잇> 등에 출연했지만 이렇다 할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러던 2016년 김동욱은 <국가대표>를 연출했던 김용화 감독의 신작에 캐스팅됐다. 주호민 작가의 웹툰 <신과 함께>를 원작으로 한 <신과 함께>였다. 김동욱은 <신과 함께>에서 김자홍의 동생이자 육군 현역 병사 김수홍 역을 맡아 뛰어난 연기로 극찬을 받았다.

하정우와 주지훈, 김향기 등이 <신과 함께-죄와 벌>에서 주로 웃음을 담당했다면 김동욱은 차태현과 함께 슬픔을 담당하는 연기를 펼쳤다. 특히 이승을 떠나기 전 어머니(예수정 분)와 수화로 나누는 마지막 대화는 <신과 함께> 시리즈 최고의 명장면으로 꼽힌다. <신과 함께>로 단숨에 '쌍천만 배우'에 등극한 김동욱은 2018년 춘사 영화제와 황금촬영상에서 남우조연상을 수상하며 대중과 평단의 마음을 동시에 사로 잡는데 성공했다.

2018년 <손 the guest>에서 <커피프린스>에 함께 출연했던 김재욱과 재회했던 김동욱은 작년 <조장풍>을 통해 드디어 정상의 자리에 우뚝 섰다. 김동욱은 <조장풍>에서 갑질 악덕 사업주를 응징하는 고용노동부 근로감독관 조진갑 역을 맡아 시청자들에게 통쾌한 재미를 선사했다. 그 결과 김동욱은 작년 MBC <연기대상>에서 유력한 대상후보였던 <검법남녀 시즌2>의 정재영을 제치고 대상을 수상하는 이변의 주인공이 됐다.

김동욱이 자신에게 연기대상을 안겨준 <조장풍> 이후 10개월 만에 선택한 작품은 바로 18일 첫 방송되는 '상처 극복 로맨스' <그 남자의 기억법>이다. 김동욱은 <그 남자의 기억법>에서 1년 365일8760시간을 모조리 기억하는 '과잉기억증후군'을 앓고 있는 HBN 보도국 기자이자 앵커 이정훈 역을 맡았다. 김동욱은 소중한 기억을 망각하고 살아가는 라이징 스타 여하진(문가영 분)과 만나 서로를 치유하는 멜로 연기를 펼칠 예정이다.

사실 <커피프린스>와 <국가대표>에 출연할 때만 해도 김동욱은 귀여운 개구쟁이 소년의 이미지가 강했다. 하지만 <후궁>, <신과 함께>, <조장풍> 같은 작품을 거치면서 김동욱은 진중한 역할도 표현할 수 있는 배우로 성장했다. 김동욱은 <신과 함께> 홍보 인터뷰 당시 다시 태어난다면 이정재나 주지훈처럼 키 크고 잘 생긴 배우로 살아보고 싶다고 말했다. 하지만 개구쟁이 소년에서 대상배우로 성장한 김동욱은 이미 지금도 충분히 멋지고 빛나는 배우다.
 
 대상배우로 훌쩍 성장한 김동욱(왼쪽)은 침체된 MBC 수목드라마를 살린 구원투수로 투입된다.

대상배우로 훌쩍 성장한 김동욱(왼쪽)은 침체된 MBC 수목드라마를 살린 구원투수로 투입된다. ⓒ <그 남자의 기억법> 홈페이지

 
김동욱 그 남자의 기억법 신과 함께 연기대상 특별근로감독관 조장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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