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 이 기사에는 드라마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코로나 19 사태가 터지면서 넷플릭스 등에서 재난, 스릴러 영화의 순위들이 높아지고 있다. 그중 하나인 넷플릭스오리지널 드라마 <킹덤> 시즌 2가 3월 13일 공개되었다. <킹덤>은 한국에서 제작한 좀비 드라마 중 가장 성공했을 뿐 아니라 넷플릭스라는 거침없는 제작사가 한국에 필요한 이유를 훌륭하게 증명해 낸 작품이다. 어느 세계적인 드라마와 겨루어도 손색이 없을 정도의 완성도를 갖추었다.

<킹덤>은 조선 시대를 배경으로 한 외딴 마을부터 좀비 바이러스가 퍼지면서 시작한다. 시즌 1에서는 특히 시스템이 없는 사회에 치명적인 바이러스가 퍼지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보여주는데, 이 시점에서 우리는 코로나 19 감염증을 떠올릴 수밖에 없다. 생전 처음 보는 좀비, 즉 괴물을 본 사람들은 자기 살길을 찾느라 우스꽝스러울 만큼야단법석을 떤다. 

어이없고 한심해 보이지만 소위 시스템이 갖춰졌다는 대한민국의 현실과 크게 다르지 않다. 권력층은 백성들의 안전과 불안과는 상관없이 본인의 권력만을 위해 열을 올린다. 그 틈을 이용해 말도 안 되는 부적 따위를 팔며 돈을버는 사람들이 생긴다. 양반의 시신은 태울 수 없다는 맹목적 사상으로 역병을 퍼트리기도 한다.  

조선 시대 이야기가 아니다. 바로 지금의 대한민국의 정치권과 사이비 종교의 행태와 정확히 일치한다. 공포심에 질린 한 백성이 먹을 것을 훔치려다 남은 식량 모두를 없애버리는 사건에서는 두려움에 가득 찬 채 사재기를 시작하고 마스크를 사기 위해 약국 앞에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 있는 우리 주변의 풍경이 떠오른다. 수도권에서 시작된 역병이 경상도 지역에 본격적으로 퍼졌다는 지역적 공통점도 코로나 19 바이러스와 묘하게 일치한다. 

시즌 1에서 망설임과 두려움에 가득 차 있던 세자 '주지훈'은 시즌 2에서 완벽한 리더로 거듭난다. 좀비와 혜원 조씨 일가라는 두 가지 적을 현명한 계략으로 물리치고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신하들을 압도한다. 거기다 자신의 사람을 아끼고 갓난아이의 목숨 하나도 소중히 여기는 인성마저 갖췄다. 진정한 지도자, 권력자가 국민들 앞에서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잘 생각해볼 때다. 

<킹덤> 시리즈에 나오는 한국의 전통 복식이 좋은 평가를 받으면서 한때 '갓'에 대한 외국인들의 관심이 높아졌던 것도 신기한 일이었다. 어느 사극에서보다 <킹덤>이 전통 복식의 결과 색감, 특색을 상황과 신분에 맞게 살려 잘보여주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의복뿐 아니라 대한민국의 자연을 아름답게 넣으며 장면 전환하는 방식도 훌륭했다. 거친 산길과 아름다운 숲을 이렇게 아름답게 담아낸 사극이 있었던가. 특히 세자와 가장 가까웠던 이기사의 죽음이 하얀 자작나무 숲에서 진행되는 장면은 시리도록 아름다웠다. 

한편 거침없는 행동력과 실질적인 의학적 지식으로 극 중간중간 적절한 단서들을 던지며 이야기를 끌어가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배두나'인 것도 의미가 있다. 배두나는 외국에서 이미 얼굴이 꽤 알려진 배우라는 점도 좋은 마케팅 포인트이다. 배두나는 겸손하지만 똑똑하게 자신의 의견을 밝히는 의녀 역할을 잘 수행함으로써 누구보다 세자의 행보에 도움을 준다. 여태까지 한국 사극에서 여성들의 역할이 주로 궁궐에 앉아 음모를 꾸미거나 남성들의 사랑과 보호를 받던 것과 대조적이다.

<킹덤> 시즌 2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들은 조선 시대 배경의 최고의 액션신이다. 특히 마지막 화에서는 궁궐 안에서 수십 명이 함께 찍어 낸 롱테이크 씬에 깜짝 놀랐다. 칼과 총, 활 같은 다양한 무기를 자유자재로 활용하고 장면장면 주인공을 바뀌어 가면서 만들어낸 그 롱테이크 장면에 수많은 연출진이 얼마나 공을 들였을지 상상조차 가지 않는다. 특히 다양한 전투 장면에서 활이 화면을 가르며 직선으로 날아가 좀비를 관통하는 연출은 수많은 명장면을 만들었다.

시즌 2의 끝에서 좀비와 혜원 조씨를 처리하고 안정적인 정국을 만들어낸 세자는 또 다른 미션을 위해 떠난다. 가장 마지막 장면에서는 새로운 인물도 등장한다. 아직 생사초의 비밀을 다 밝히지 못했고 치료법도 완전히 개발되지 않았다. <킹덤> 시리즈가 어디까지 이어갈 수 있을지 기대되는 부분이다.

<킹덤>은 넷플릭스 최고의 한국 드라마라 칭하는 데 주저함이 없을 만한 명작이다. 넷플릭스에서는 이미 드라마와 영화의 경계가 사라진 지 오래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렇게 완성도 높은 넷플릭스 시리즈가 나온 것을 시작으로 많은 창작가가 영화와 드라마의 경계를 허물고 훌륭한 작품들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넷플릭스 주지훈 배두나 킹덤 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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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고 넷플릭스를 보고 글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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