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다크 워터스> 스틸컷

영화 <다크 워터스> 스틸컷 ⓒ (주)이수C&E

 
영화 <다크 워터스>는 미국 듀폰사와 20년 넘게 소송 중인 독성물질 유출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기업 이익으로 고통받는 인간, 끊을 수 없는 환경문제를 향한 고발 의식이다. 부정하고 싶지만 이 영화는 실제이며 현재진행형이다. 막대한 자산과 권력을 쥔 대기업과 개인의 싸움. 계란으로 바위치기는 오늘도 계속되고 있다.

<벨벳 골드 마인> <캐럴>을 연출한 토드 헤인즈 감독의 필모그래피와 결이 다른 영화다. <스포트라이트> 제작진과 만나 탐사보도 못지 않은 극영화를 내놓았다. 진실을 향한 강한 의지는 친절한 설명과 요약정리로 127분을 채운다.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한 사실적인 연출로 관객 스스로 문제를 직시하고 생각하게 돕는다.

영화는 감정을 꾹꾹 눌러, 개입하지 않았으나 유독 사치를 부린 장면이 있다. 바로 변호사 롭이 웨스트버지니아 마을을 지나는 장면이다. 따뜻한 컨트리 음악(존 덴버-take me home country road)과 대조되는 섬뜩한 듀폰화. 평범한 일상에 드리워진 듀폰의 은밀한 침투는 기업이 한마을을 어떻게 집어삼킬 수 있는지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테넌트 게이트의 시작
 
 영화 <다크 워터스> 스틸컷

영화 <다크 워터스> 스틸컷 ⓒ (주)이수C&E

 
어느 날 잘나가는 화학 기업 전문 변호사 롭(마크 워팔로)에게 테넨트(빌 캠프)라는 농부가 찾아와 막무가내로 하소연이다. 그리고는 동생과 함께 비디오 박스를 놓고 간다. 우리 마을에서 일어나는 실체를 도와달라는 강력한 호소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집 근처 땅과 계곡이 듀폰 매립지인데 독성물질을 폐기해 조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듀폰은 쓰레기라고 하지만 그들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젖소들은 성나 날뛰기 시작했고 장기들이 부풀거나 이빨이 검게 변하며, 말굽이 휘는 등 기형적인 모습을 보인다는 것이다.

롭은 처음에는 믿지 않지만 그의 농장을 찾아 190마리 젖소 무덤을 확인한 후 심각성을 인지한다. 그 후 1998년부터 진행되고 있는 기나긴 소송은 다윗과 골리앗 싸움으로 묘사된다. 독성물질 피해를 입증에 7년이나 걸렸다. PFOA의 유해성처럼 진실을 알리기 위한 투쟁은 느리고 더디게 진행되었다.

사람들은 믿지 않았다. 그리고 지쳐갔다. 듀폰은 마을을 위해 좋은 일을 하는 미국을 상징하는 기업이기 때문이다. 듀폰은 마을 사람들에게 직장을 만들어 주고, 자식을 키우고 늙어갈 수 있는 집을 마련해 준 고마운 기업이었다. 절대 독성물질을 주민 입으로 들어가게 하는 악덕 기업이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듀폰은 땅에 묻을 수 없게 되자 강 속에 유기했고, 이는 식수로 활용돼 웨스트버지니아 사람들을 오염시켰다. 기업이 한 마을을 생체실험장으로 쓰며 망쳐 놓고 방관했다. 기업의 이익, 정부의 방관 속에서 믿을 수 있는 것은 우리 스스로임을 다시 한번 인지하게 된다.

추악한 대기업의 민낯
 
 영화 <다크 워터스> 스틸컷

영화 <다크 워터스> 스틸컷 ⓒ (주)이수C&E

 
듀폰은 전쟁터에서 쓰던 테프론을 미국 가정으로 들여왔다. 원래 탱크에 코팅하는 방수 기능을 하던 화학 물질이었다. 날마다 우리 입으로 들어가는 음식을 조리하는 프라이팬에 둘러 판매했다. 테프론 코팅 제품은 눌어붙지 않아 깔끔하게 요리할 수 있으며 맛과 모양 모두 좋았다. 주부들에게 선풍적으로 인기를 얻었으며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때문에 테프론 축적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은 지구상에 없을 것으로 예상한다.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 혈액에 남아 있을 것이란 추정이다. 영원히 우리는 테프론과 함께 한다.

이 무서운 결과를 듀폰은 결코 모르지 않았다. 무려 40년 전부터 알았다. 1970년 대 테프론을 생산하면서 공장 노동자를 상대로 실험했다. 테프론 출시 후 노동자들은 두통과 메스꺼움을 호소했다. 노동자들이 피는 담배에 테프론을 섞었더니 병에 걸리기 시작했다. 테프론 공장에서 일하는 임산부는 결국 콧구멍 하나인 기형아를 출산했다. 인체 유해함을 알고 있으면서도 묵인했다. PFOA는 C8(탄소 8개가 체인처럼 연결돼 분해되지 않는 물질이란 뜻)로, 인간은 수용체라는 내부 용어로 둔갑시켰다. 더 많은 이득을 봐야 한다는 욕심에 입을 다물었던 것이다.

듀폰은 PFOA를 대기로 날리고, 땅에 묻고, 물속에 버려왔고 무엇보다 치밀했다. 1970대초 생긴 환경보호국(EPA) 보다 더 많은 사실을 알고 한 발짝 빠르게 움직였다. 당시 정부조차 이 물질에 대한 정보와 기준이 없던 점을 이용했다. 안전 규칙을 지키지 않은 게 아니라 기준 자체가 없었다. 롭의 증거자료가 무색하리만큼 대기업의 꼼수는 상상이상이었다. 이를 이용한 듀폰은 교묘하게 법망을 피해 간다.

길고 힘든 싸움, 계속해야 하는 이유
 
 영화 <다크 워터스> 스틸컷

영화 <다크 워터스> 스틸컷 ⓒ (주)이수C&E

 
정의는 반드시 이긴다. 감추려고 더 은밀하고 깊게 숨어 버릴수록 찾고 싶은 욕망은 커질 것이다. 이 사건에 의문을 최초로 제기한 웨스트버지니아 농부 테넌트와 변호사 롭은 진실을 알렸다는 이유로 친절한 이웃과 주변으로부터 따가운 시선을 받아야만 했다. 지난한 돈과 시간의 싸움 속에 변호사 롭도 지쳐가고 증언했던 사람들은 해코지를 당해야 했으며, 피해자들은 병들어 죽어 갔다.

그러나 포기하지 않고 굳건히 싸워주었기에 진실을 세상에 알릴 수 있었다. 지지부진한 재판에도 묵묵히 신념을 지키려는 사람들은 아직도 그 자리에서 싸우고 있다. 길고 힘든 싸움이지만 계속해야 하는 이유는 바로 우리와 미래 세대를 위해서다.

이를 뒷받침하는 일등공신은 환경운동가이자 사회운동가인 마크 러팔로다. 그는 실제 변호사 롭 빌럿과 여러 차례 만나 캐릭터 분석을 했다. 그는 <스포트라이트>에 이어 진실을 전하는 실존 인물을 연기에 도가 튼 배우다. 또한 분량은 많지 않으나 아내 사라 역을 맡은 앤 해서웨이의 선 굵은 연기도 몰입감을 더한다. 회사의 존폐가 걸렸음에도 방관하지 않고 롭을 믿어준 로펌 대표 톰은 팀 로빈스가 맡았다.

그밖에도 실제 인물들을 찾는 재미가 있다. 영화 후반에 등장해 강력한 이미지를 남기는 피해자 버키 베일리 부터, 월버 테넌트의 동생 짐 테넌트, 변호사 롭 빌럿 과 사라 빌럿 부부, 집단소송 원고 측 달린 키거와 조 키거 부부도 특별 출연했다.
다크 워터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보고 쓰고, 읽고 쓰고, 듣고 씁니다. https://brunch.co.kr/@doona90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