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대환 KBO사무총장이 10일 오후 서울 강남구 야구회관에서 KBO 이사회 결과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이날 KBO 이사회는 코로나19 여파로 정규리그를 개막을 4월 중으로 잠정 연기로 결정했다.

류대환 KBO사무총장이 10일 오후 서울 강남구 야구회관에서 KBO 이사회 결과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이날 KBO 이사회는 코로나19 여파로 정규리그를 개막을 4월 중으로 잠정 연기로 결정했다. ⓒ 연합뉴스

 
한국 사회를 강타한 코로나19 사태로 프로야구 정규시즌 개막도 결국 잠정 연기됐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10일 긴급 이사회를 열고 당초 오는 28일로 예정되어있던 2020시즌 프로야구 개막을 4월 중으로 연기하기로 결정했다. 역시 시즌 개막을 연기한 프로축구 K리그에 이어 두 번째다.

다만 프로축구와 조금 다른 점은 무기한 연기가 아니라 일시적인 조치라는 점이다. 프로야구는 다른 종목에 비하여 경기수가 월등하게 많다. KBO는 올시즌 개막 연기라는 악재에도 불구하고 일단 예정된 정규리그 144경기는 모두 정상적으로 소화한다는 목표다. 포스트시즌이나 연말 FA계약-스토브리그 일정 등까지 고려하면 늦어도 4월 중순에는 정상적으로 시즌에 돌입해야 일정을 맞출 수 있다. 만일 한 달 이상 개막이 늦춰질 경우 일정 파행이 불피해진다.

또한 KBO리그는 선수단에게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올 경우 2주간 리그를 중단하는 방안을 결정했다. 관중의 안전을 고려하여 무관중 경기를 여는 방안도 고려중이다. 또한 현재 스프링캠프를 마치고 국내로 돌아온 각팀 선수들은 시즌 개막전까지는 감염예방을 위하여 팀간 평가전 대신 자체 청백전만 허용하기로 했다.

KBO리그로서도 개막 연기라는 나름 어려운 결정을 내렸지만, 끝내 일정 단축을 고려하지 않고 144경기 체제를 고수하겠다는 방침을 내놓은 것에 대해선 다소 평가가 엇갈린다. 일단 늦어도 4월 이내에 시즌이 개막한다는 전제 하에 더블헤더(2경기)나 휴식일인 월요일 경기 등을 편성하면 144경기 일정을 모두 소화하는 것 자체는 어떻게든 가능해 보인다. 이 경우 포스트시즌은 11월, 한국시리즈는 최대 12월까지 일정이 늦춰질 수 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가 아직 진정 기미를 보이지 않는 상황이라, 4월 중순에 개막을 할 수 있다고 확신하기 어렵다. 예전보다 줄어든 기간 안에 빡빡하게 경기 일정을 소화하다보면 꼭 코로나19 때문이 아니더라도 선수들의 피로 누적과 부상 위험이 커지는 것은 막을 수 없고 이는 곧 경기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또한 올해는 7월말부터 8월 중순까지 도쿄올림픽으로 인한 리그 휴식기도 있다. 역시 코로나19 사태와 방사능 우려 등으로 정상 개최 여부에 물음표가 붙지만, 개최국인 일본은 일단 올림픽을 강행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여기에 프로야구 리그 일정의 또다른 변수인 우천 순연 경기가 올해는 얼마나 나올지도 알 수 없다.

KBO리그가 최악의 상황에서도 경기 수를 줄이는 것만큼은 쉽게 포기하지 못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144경기 체제에 맞춰서 이루어진 중계권과 각종 마케팅 계약 문제 때문이다. 경기수를 조금이라도 줄이게 되면 KBO나 각 구단들 모두 막대한 재정적 손실이 불가피하다. 하지만 이미 다른 종목들이 시즌 중인 리그를 중단하거나 심지어 시즌 완전 종료까지 논의하는 상황이라, KBO리그만 무리수를 두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어떻게든 시즌을 개막하더라도 여러 가지 변수의 불씨는 남아있다. 일단 현재 전국에서 코로나19 사태가 가장 심각한 대구-경북지역을 연고로 하는 삼성 라이온즈의 일정 편성 문제가 민감한 사안이 될 수 있다. 시즌 초반 삼성의 홈경기를 원정경기로 대체하는 임시 방편도 거론되고 있지만 형평성에 문제가 생길뿐만 아니라, 삼성 선수단과 관계자들이 각 지역을 돌며 원정 경기를 치르는 것도 조심스러운 것은 마찬가지다.

외국인 선수들의 거취 역시 지켜봐야할 부분이다. 프로농구나 배구의 외국인 선수들은 코로나19 사태가 심각해지자 계약 해지를 요구하거나 자국으로 돌아가기도 했다. 프로야구는 아직 그런 사례가 나오지는 않았지만 리그가 중단되고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불안감을 느끼는 외국인 선수들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시즌 개막이후 합류하기로 구단과 합의하거나, 혹은 가족을 고국에 두고 홀로 한국에 와서 생활하고 있는 외국인 선수들도 있다. 각 구단의 전력에 큰 비중을 차지하는 외국인 선수들이 정상적으로 합류하지 못하거나 경기에 집중할 수 없는 상황이 된다면 리그 운영에 큰 변수가 될 수 있다.

각 구단들은 이미 불규칙한 일정 때문에 부담이 커졌다. 예년처럼 정규리그 개막에 맞춰 컨디션을 조율하던 선수들은 몸상태와 동기부여를 유지하는 것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특히 도쿄올림픽 출전을 노리는 국가대표급 선수들에게는 부상 없이 경기감각과 체력을 유지하는 게 올시즌의 가장 중요한 숙제가 될 것이다. 여러 가지 불안정한 사회적 분위기와 리그 상황 속에서도 최대한 정상적으로 시즌을 소화하겠다는 KBO의 계획이 잘 이루어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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