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비> 포스터

<사이비> 포스터 ⓒ NEW


종교(宗敎)는 '초인간적 세계와 관련된 신념이나 의례 등으로 구성된 문화 현상'으로 정의된다. 과거부터 그 뿌리가 이어져온 종교는 멀게는 하늘 위의 유일신을 찬양하며 가깝게는 조상을 신으로 섬기기도 한다. 현재는 종교마다 각각의 교리를 지니고 있으며 이 교리에 맞지 않는 종교는 이단, '사이비'로 규정한다.

애니메이션 <사이비>는 왜 사람들이 이 이단으로 규정된 사이비 종교에 빠지는지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사이비와 일반 종교의 차이점은 그 목적에 있다. 사이비 종교의 목적은 사익의 추구다. 더 많은 돈을 버는 것이 그들의 목적이다. 자본주의 사회에 있어서 많은 수익을 올리고자 하는 방법을 종교로 택하는 것이다. 그래서 잔인하다고 느껴질 만큼 신도들을 몰아세우고 그들이 집단의 수입창출을 위해 헌신하게끔 만든다. 경석이 중심이 된 사이비 교단 역시 이런 목적을 지니고 시골 마을로 오게 된다.
   
 <사이비> 스틸컷

<사이비> 스틸컷 ⓒ NEW


이 마을은 댐 건설로 수몰 예정이다. 암울한 마을의 운명처럼 마을 사람들은 그 어떤 희망도 즐거움도 지니지 못한 채 살아간다. 경석은 서울에서 사고를 친 목사 철우를 얼굴마담으로 내세우고 종교를 가장한 장사를 시작한다. 하반신 마비가 있던 사람이 안수기도를 통해 일어설 수 있게 되었다며 사기극을 펼치고 정체를 알 수 없는 약물을 비싼 값에 판다. 그의 목적은 마을 사람들이 받게 될 보상금을 빼앗는 것이다.

이런 경석 일당의 속셈을 알아챈 민철은 마을 사람들에게 그들의 정체를 폭로하지만 아무도 믿지 않는다. 작품은 그 이유를 표면적인 측면과 근원적인 측면으로 나누어 제시한다. 표면적인 이유는 민철이란 사람이 지닌 평판이다. 그는 난봉꾼으로 가족을 버리고 도박과 술에 미쳐 살고 있다. 심지어 딸이 대학 등록금을 위해 모아둔 돈을 빼앗아 도박으로 날리면서 공장으로 향하게 만들기도 했다.

이런 민철 때문에 아내와 딸 영선 역시 경석이 이끄는 사이비 종교에 빠져들며 영선은 대학 등록금을 내주겠다는 경석의 꼬임에 넘어가 술집 도우미로 일하게 된다. 민철은 가족마저 망가뜨린 그들을 용서할 수 없지만 이 부당함에 같이 힘을 합쳐야 될 이들은 오히려 민철을 피한다. 그는 모든 이들이 싫어할 만한 거칠고 난폭한 인물이자 가족을 버린 무책임한 아버지기이 때문이다.
 
 <사이비> 스틸컷

<사이비> 스틸컷 ⓒ NEW


민철의 캐릭터성은 그가 홀로 사이비 종교와 맞서 싸우는 구조를 만들어 내며 장르적인 스릴감을 더한다. 액션과 범죄가 가미된 장르물의 매력을 살리며 드라마를 지루하지 않게 이끌어내는 힘을 보여준다. 여기에 근원적인 측면은 '왜 우리는 사이비에 빠지는가'라는 물음에 대한 나름의 답을 제시한다. 민철의 유일한 아군이라 할 수 있는 동네 슈퍼 주인 칠성은 아내가 사이비 종교에 빠졌음을 알지만 그 모습을 흡족하게 바라본다.

그는 한 평생 아내를 행복하게 해주지 못했다고 말한다. 아내는 사이비 종교를 믿게 되면서 웃음을 찾게 된다. 그에게는 그 어떤 물질적인 피해와 속임수보다 그가 주지 못했던 아내의 행복이 중요하다. 그래서 칠성이 아내가 죽자 넋이 나간 표정으로 이렇게 행복한 표정으로 죽은 것만 봐도 사이비 종교가 틀리지 않았다 말하는 모습은 씁쓸함을 안겨준다. 모든 믿음은 행복에서 비롯된다. 그것이 혹 잘못되었다 하더라도 진정한 행복은 그만큼 찾기 힘들다.

사이비 종교는 사랑과 믿음을 강요한다. 그 강요는 사랑과 믿음을 받지 못한 이들에게 따뜻한 단비처럼 다가온다. 칠성의 아내가 그랬고 민철의 가족들이 그랬듯 말이다. 사이비는 마치 악귀처럼 마음의 가장 약한 지점을 파고든다. 외로운 이들에게, 현실의 벽이 차갑고 무서운 이들에게 사랑과 믿음을 가장해 접근한다. 그리고 돈이라는 목적을 갈취하기 위해 달콤한 속삭임으로 목을 조른다.
 
 <사이비> 스틸컷

<사이비> 스틸컷 ⓒ NEW


그렇다면 현대사회는 어찌해야만 이런 사이비 종교를 근절시킬 수 있는가. 이에 대해 작품은 결국 세상이 사랑을 품지 못한다면 달콤한 악마의 속삭임은 없어지지 않음을 강조한다. 마을 사람들에게 수몰은 바뀌지 않는 운명이고 민철은 끝내 자신의 힘으로 가족을 지켜내지 못한다. 그 이유는 마을 사람들에게는 미래에 대한 희망이 보이지 않으며 민철은 끝까지 본인의 마음에 따뜻한 사랑을 품지 못하기 때문이다.

<돼지의 왕>, <창> 등을 통해 사회가 지닌 문제점을 날카롭게 조명한 연상호 감독은 특유의 디스토피아적 세계관과 성인 애니메이션의 묘미라 할 수 있는 무거운 주제의식을 바탕으로 '가짜'가 되어버린 세상을 말한다. 부모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가짜 웃음 뒤에 슬픔이 가득 담긴 세상에서는 마음의 안식이라 할 수 있는 종교마저 가짜가 될 수밖에 없음을 이 작품은 보여준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김준모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브런치에도 게재됩니다.
사이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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