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삼성 블루윙즈(이하 수원)가 지난 3일 AFC챔피언스리그 조별예선 3R 조호르 다룰 탁짐(이하 조호르)과의 말레이시아 원정에서 패하며 조 최하위로 내려앉았다. 이날 최악의 경기력을 보인 수원은 조별예선 2승 재물로 여겼던 조호르에게 2-1로 패배해 2패를 기록, 16강 진출 전망을 어둡게 만들었다.
 
 이임생 감독은 이날 다양한 전술을 실험했다.

이임생 감독은 이날 다양한 전술을 실험했다. ⓒ 한국프로축구연맹

 
선수단 구성에 맞지 않았던 포백

수원은 예로부터 쓰리백에 강점을 두고 있던 팀이었다. ACL 첫 경기였던 빗셀고베와의 경기에서도 중앙수비수 자리에 세명을 포진 시켰다. 비록 경기 막바지 실점을 기록하며 패배를 하긴 했지만 실점 장면 이외엔 수비적인 부분에서 안정감을 보였다.

하지만 이번 조호르전에선 포백을 들고 나왔다. 지난 빗셀고베전에서 강했던 수비에 비해 공격에서 아쉬운 모습을 보였던 수원은 2승 상대로 평가되는 조호르를 상대로 다득점과 더불어 완벽한 승리를 가져가겠다는 구상으로 중앙수비수 한명을 줄이고 공격수를 늘리는 파격적인 선택을 했다. 

그러나 이는 완벽한 전술적 실패로 귀결되고 말았다. 민상기와 헨리는 수비라인의 빈 공간을 채우지 못했고, 조호르의 빠른 역습에 허둥지둥 하는 모습을 보였다. 민상기는 경기 중 실점으로 연결된 PK를 내줬고, 헨리는 상대 공격수 디에고의 바디페인팅에 쉽게 젖혀지며 위기를 초래했다. 여기에 수비 부담이 적었던 윙백에서도 잦은 실수를 보였던 명준재는 수비부담이 늘어난 풀백의 위치에서 역시나 저조한 활약을 보이며 교체됐다.
 
 이날 김건희는 상주에서와는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팬들에게 실망을 안겼다.

이날 김건희는 상주에서와는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팬들에게 실망을 안겼다. ⓒ 한국프로축구연맹

 
측면 공격수 김건희?

지난 시즌 10경기 8득점에 빛나는 김건희의 측면 공격수 실험 역시 이날 경기의 악수가 되고 말았다. 김건희의 측면 공격수 기용이 아예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그는 공격수로서 가져야 할 모든 덕목을 가지고 있는 완성형 스트라이커다. 다른 타겟형 공격수들에 비해 드리블이나 스피드, 연계가 매우 뛰어나다.

하지만 그것은 김건희가 최전방 공격수로 나섰을 때 얘기다. 측면에서는 보다 빠르고 다양한 기회를 창출할 능력을 지닌 선수들이 많다. 김건희가 측면으로 나서게 된다면 그런 선수들에 비해 2% 부족한 선수라는 평가를 받는다. 실제로 이날 그는 아무런 위협도 되지 못한 채 전반을 마무리 했다. 결국 그는 전술적 패착을 시인한 이임생 감독의 빠른 교체의 희생양이 되고 말았다.

하지만 이 김건희의 조기 교체 역시 또 다른 악수가 되어 돌아왔다. 중원을 장악하지 못한 수원은 측면 크로스나 롱킥에 의존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 과정에서 피지컬적으로 약점을 가지고 있는 타가트는 전혀 우위를 점하지 못했고, 경기 내내 최악의 모습을 보였다. 차라리 김건희가 본인의 위치였던 타겟형 공격수로 경기를 길게 소화했다면 하는 진한 아쉬움이 남는 결말이었다.
 
 ACL 조별예선 최하위로 떨어진 수원은 팬들의 지탄을 받고 있다.

ACL 조별예선 최하위로 떨어진 수원은 팬들의 지탄을 받고 있다. ⓒ 한국프로축구연맹

 
다양한 시도는 좋으나 현실적인 판단 뒤따라야...

축구팀들이 다양한 전술적 시도를 하는 것은 매우 바람직하다. 감독이 가지고 있는 전술적인 무기가 여러개라면 상대의 대비를 어렵게 만들고 다양한 스타일의 축구를 구사하는 팀들을 상대로 맞춤형 전술을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수원의 현재 선수단 구성을 봤을 때 냉정하게 이런 다양한 전술을 소화할 수 있는 스쿼드를 갖췄는지 의문이다. 실제로 수원은 매 해 운영비 감축으로 인해 능력이 출중한 주요 선수들의 이적을 속수무책으로 바라봐야 했다. 이 과정에서 남아있던 선수들은 이제 노쇠화 되거나 부상으로 인해 기량이 정체되었고, 유망주들은 성장이 더디다. 이제 보유 하고 있는 선수들로만 가지고는 이런 다양한 전술을 사용하기 어렵게 되었다.

이럴 때일 수록 팀에 대한 감독의 현실적이고도 냉철한 판단이 필요하다. 더 이상의 실험은 곤란하다. 이제는 결과를 내야 한다. 이번 경기를 기점으로 팀이 나아가는 과정이라며 옹호하는 팬들은 거의 남지 않았다. 결과가 중요시 되는 프로의 세계에서 팬은 많은 시간을 기다려 주지 않는 다는 것을 이임생 감독은 명심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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