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엠마> 스틸컷

영화 <엠마> 스틸컷 ⓒ 유니버설 픽쳐스

 
영화 <엠마>는 영국의 작가 제인 오스틴의 1815년 고전 소설을 영화화했다. 부유한 나이틀리, 가난한 또래 헤리엇, 상속자 프랭크, 베니츠의 조카 제인 등 엠마와 함께 사랑과 전쟁을 치를 6명의 선남선녀가 등장한다. 사랑의 작대기를 누구에게 겨누어야 맺어질 확률이 높을지를 가늠하는 심리묘사가 압권인 고전이다.

건방지고 오만한 스물한 살 엠마 하우스(안야 테일러 조이)는 일찍 어머니를 여의고 아버지(빌 나이)와 단둘이 하트필드에 살고 있다. 예쁘고 영리한 엠마는 스물한 살이 되도록 괴롭거나 화낼 일이 거의 없는 평탄한 삶을 살아가는 중이다. 작은 마을 사교계 최고 인플루언서이며 부자다. 또한 오랫동안 티격태격한 남자사람친구 나이틀리(자니 플린)와 친하고, 그 때문에 울었다가 웃었다가를 반복하고 있다. 그는 매사에 직설적인 타입으로 늘 엠마의 오만방자한 태도가 문제라며 비판도 서슴지 않는 사람이다.
 
 영화 <엠마> 스틸컷

영화 <엠마> 스틸컷 ⓒ 유니버설 픽쳐스

 
무료한 일상을 중매로 보상받던 엠마는 가정교사였던 테일러의 결혼으로 한껏 들떠 있다. 커플 성공의 자신감은 날로 상승하고 친구 헤리엇(미아 고스)을 두 번째 타깃으로 삼는다. 헤리엇은 마음에 둔 청년 마틴이 있지만 엠마가 최근 눈여겨 둔 목사 엘튼(조시 오코너)을 점지한 탓에 심란하다. 이 결혼의 목적은 신분 상승이다. 하지만 갖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어긋나 버리고, 친구의 진심조차 오히려 부정하려 했던 잘못을 뉘우친다.

이로써 엠마는 세 번째 작전에 돌입한다. 부유한 상속자 프랭크(칼럼 터너)가 마을로 돌아오며 시작된다. 그와 연애를 해보려는 시도는 이내 불발돼 실망한다. 프랭크와 제인(엠버 앤더슨)을 통해 타인의 마음을 조정하는 일은 어리석으며, 자신의 마음 또한 알아차리기 힘들다는 것을 깨닫는다. 단순한 말 한마디가 날카로운 화살이 되어 자신에게 돌아올 수 있음을 반성하며 성장한다.
 
 영화 <엠마> 스틸컷

영화 <엠마> 스틸컷 ⓒ 유니버설 픽쳐스

 
당시 여성들은 결혼을 통해야만 뭐든 얻을 수 있었다. 지위, 재산, 직업 등 자질구레한 것들이 전혀 필요 없었떤 전형적인 상류층 아가씨는 미성숙한 잣대로 모든 걸 멋대로 결정하는 과오를 저질렀던 것이다. 엠마는 부족한 것 없이 태어나 결핍을 경험하지 못했다. 주변에는 사람들이 항상 몰려있는 탓에 고독도 알지 못한 채 어른이 되었다. 축복받은 유복함은 오만함으로 커져 남의 연애사업에까지 영향을 끼친다. 내 사전에 실패란 없다는 불패신화에 빠진 교만은 하늘을 찌르게 된다.

<엠마>는 고도의 심리게임, 눈치싸움 끝에 누구와 맺어질지를 알아맞히는 고전 로맨스물이다. 상류층의 허영심과 모순, 허례허식을 비꼬는 통속극이기도 하다. 지금도 다양한 매체, 분야, 세대를 뛰어넘어 형태만 바뀔 뿐 재해석 되어 많은 사람들에게 질문을 던지기 작품이다. 우리가 꾸준히 고전을 알아야 하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영화 <엠마> 스틸컷

영화 <엠마> 스틸컷 ⓒ 유니버설 픽쳐스

 
한편, 제인 오스틴의 다른 작품처럼 엠마도 영화 1996년 작 <클루리스>를 통해 현대적 하이틴 로맨스 버전으로 각색되는가 하면, 1997년 작 <엠마>로 클래식하게 리메이크되었으며, 2009년 BBC 드라마로 제작되었다. 이번 리메이크는 사진작가이자 뮤직비디오 감독 어텀 드 와이드의 장편 데뷔작으로 로맨틱 코미디 명가 워킹 타이틀 제작 인장을 찍었다.

감각적이고 아름다운 색감과 미장센은 물론, 감초 빌 나이의 능청스러운 연기가 발랄한 매력을 부추긴다. 우리나라에 < 23 아이덴티티 >로 강인하고 어두운 소녀 이미지가 강했던 안야 테일러 조이가 속물 엠마를 맡아 화려한 복식을 선보인다. 현시대에 태어났더라면 인스타그램으로 인기몰이 했을법한 탁월한 안목을 가졌다. 때문에 200년 전 영국 상류층의 저택과 아름다운 전원, 의상 스타일까지 충분히 눈요깃거리가 된다. 헤리엇 역을 맡은 미아 고스 마저도 이미지 변신에 성공한 귀여운 로맨틱 코미디로 그려냈다.
엠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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