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net 예능 프로그램 <프로듀스 48>을 통하여 탄생한 프로젝트 걸그룹 '아이즈원'이 조작 논란을 딛고 컴백한다. 아이즈원은 오는 17일 오후 8시 엠넷(Mnet)의 각종 미디어 채널을 통하여 전세계에 동시 방송되는 아이즈원 컴백쇼 'COMEBACKIZ*ONE BLOOM*IZ'를 통하여 활동 재개를 공식화했다.

당초 지난해 11월 발매될 예정이던 이 앨범은 한·일 양국에서 종합 예약 판매 차트 1위에 오를 만큼 큰 주목을 받았으나, 최근 프로듀스 시리즈 멤버 선발을 둘러싼 투표 조작 혐의가 드러나면서 발매가 무기한 연기됐다. 당시 조작에 관여했던 안준영PD와 김용범 CP 등 관계자들이 대거 구속되어 법정에 서게 됐고, <프로듀스48>을 비롯한 전 시즌에 광범위한 조작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 드러나며 팬들에게 큰 충격을 줬다.

엠넷은 결국 조작 논란에 책임을 통감하고 공식 사과했고, <프로듀스> 시리즈를 통하여 데뷔를 앞뒀던 프로젝트 보이 그룹 '엑스원'은 제대로 활동도 하지 못한채 지난 1월 결국 해체를 선언했다. <프로듀스> 파문이 장기화되면서 아이즈원 역시 해체 수순을 밟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으나 지난달 23일 엠넷 측이 아이즈원 활동 재개를 발표하면서 또다시 논란에 불을 지폈다.

대중의 반응은 극과 극으로 갈린다. 아이즈원을 지지하는 팬들은 당연히 컴백을 반기며 열렬하게 응원하는 반응이다. 반면 투표 조작 혐의가 만천하에 사실로 드러난 상황에서 논란이 아직 완전히 정리되기도 전에 아이즈원의 활동재개를 강행한 것을 두고 곱지 않은 시선도 쏟아지고 있다.

엠넷이 아이즈원의 활동 재개를 정당화하는 명분은, 멤버들은 조작 사태와 무관하며 그녀들 역시 이번 사태로 인하여 '마음의 고통'을 겪은 피해자라는 식의 논리다. 또한 시장의 수요는 결국 소비자가 결정하는 것이고, 팬들이 조작 논란에도 불구하고 아이즈원을 여전히 신뢰하고 지지하는 만큼 활동을 재개하는게 아무 문제가 없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어떤 궤변으로도 아이즈원이라는 그룹이 <프로듀스> 조작 논란의 최대 수혜자라는 본질은 바뀌지 않는다. 멤버 일부나 개인이 직접 조작에 가담했거나 사전에 알고 있지 못했다 할지라도, 아이즈원은 시청자 투표라는 방식을 왜곡하고 기만했던 불공정한 과정을 통하여 탄생한 그룹이고, 그럼에도 그 멤버와 소속사가 아이즈원 최종멤버에 선발되었다는 자격으로 지금까지 많은 혜택을 누렸다는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만일 멤버들이 '아이즈원'이라는 타이틀이 없었더라도 지금만큼의 대중적인 관심과 지지를 얻을수 있었을까.

<프로듀스> 조작 논란의 진정한 피해자는 자신들의 꿈과 열정을 오디션 방송의 불쏘시개로 이용당한 탈락 연습생들, 그리고 기만당한 국민프로듀서(시청자)들이지 아이즈원 멤버들이 아니다. 그들이 직접적인 가해자는 아니라고 해서 수혜자도 아니라고는 할 수 없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어차피 아이즈원 멤버들의 개별적인 연예활동까지 일일이 문제삼기는 어렵다. 조작 논란으로 직접 수혜를 입은 해당 멤버가 구체적으로 밝혀지지 않는 이상, 아예 연예계에서 퇴출되는 극단적인 상황까지 벌어지지도 않을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아이즈원'이라는 이름을 내걸고 각종 활동을 계속하겠다는 것은 명백히 잘못됐다. 이는 결국 대중을 또 한번 우습게 보고 기만하는 행태다. 아예 데뷔도 못하고 해체된 엑스원과의 형평성에도 맞지않으며, 엠넷의 사과에 대한 진정성까지 다시 의심이 들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엠넷과 소속사가 다수 여론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아이즈원 활동을 밀어붙인다는 것은 결국 팬덤과 해외 인기만 믿고 가겠다는 선언이다.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걸린 한국이나 일본과 달리, 해외에서는 조작 논란이 아이즈원의 인기나 평판에 영향을 미치는데 비교적 덜 민감한 분위기다.

실제로 각종 논란 속에서도 아이즈원의 첫 번째 정규앨범 '블룸아이즈(BLOOM*IZ)'는 각종 온라인 예약 판매 차트에서 상위권을 차지하며 여전한 영향력을 과시했다. 조작 사태 이후 다수가 무관심이나 냉소로 돌아선 대중들과 달리, 정작 구매력을 지닌 팬덤의 결집력은 더 강해졌다는 것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다만 조작 논란으로 인한 이미지 악화 때문에 엠넷 관련 채널이나 해외공연을 제외하면 방송 활동에는 제약이 따를 것으로 보이며, 이미 대중적으로 한번 실추된 이미지를 다시 회복하기는 불가능해보인다.

아이즈원의 무책임한 활동 재개는 연예계와 대중들에게 나쁜 선례만 각인시킬 뿐이다. 앞으로는 우리 연예계는 어떤 부조리에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게 될 것이다. 스포츠로 비유하자면 승부조작으로 수혜를 입은 사실이 만천하에 드러났는데도, 선수는 몰랐고 어쨌든 지나간 일이니까 '앞으로 운동을 더 잘해서 팬들에게 보답하겠다'는 식의 태도와 전혀 다를 게 없다.

또한 지금도 미래의 스타나 연예인을 꿈꾸며 오디션에 운명을 걸었던 청춘들에게는 아이즈원을 보면서 우리 사회의 도덕적 수준을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아이즈원이 용납되는 사회는 결국 '억울하면 출세해라.' '공정하지 않아도 결과만 좋으면 그만'이라는 사고방식만이 지배하는 세상일 것이다. '국민이 탄생시킨 그룹'이라는 간판이 거짓말로 드러난 상황에서도 여전히 뻔뻔하게 활동하겠다는 것이 용납되는 연예계라면 결코 보고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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