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테이젼> 포스터

<컨테이젼> 포스터 ⓒ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주)


그 때에는 주목받지 못했다가 다시 주목받게 된 영화들의 특징은 사회의 분위기와 연관되어 있다. 영화 속 상황이 현 사회의 분위기와 흡사하거나 이를 잘 묘사한 작품들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와 호기심을 자극하기 마련이다.

영화 <컨테이젼> 역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때문에 다시 주목을 받게 된 작품이다. 2011년 국내 개봉 당시 22만 관객을 동원한 이 영화는 전염병을 소재로 한 기존 작품들과는 다른 색깔을 보인다.
 
전염병을 소재로 한 기존 작품들은 과열된 에너지와 인류애에 중점을 둔다. 전염병이 퍼지면서 사람들 사이의 신뢰는 사라지고 정부는 막을 수 없는 전염 속도에 지역봉쇄나 민간인 사살 등 극단적인 대책을 내세운다. 이런 상황에서 백신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과 서로가 서로를 돕는 모습은 인류애라는 감동을 유발한다.
 
반면 이 작품의 색감은 굉장히 건조하다. 그 이유는 전염병이 닥쳤을 때 일어날 수 있는 다양한 상황들을 조명하기 때문이다. 에너지를 하나로 모아 주인공이 위기를 극복하는 구조를 지닌 영화들처럼 열을 내기 보다는 차분하게 상황을 조명한다. 그래서 한 순간 타오르는 공포가 아닌 차갑고 깊게 스며드는 두려움을 유발해낸다.
  
 <컨테이젼> 스틸컷

<컨테이젼> 스틸컷 ⓒ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주)

 
사스나 신종플루 같은 중국발 전염병에 대한 공포 때문일까. 영화에서도 전염병은 중국에서 시작되는 것으로 묘사된다. 홍콩 출장에서 돌아온 베스는 갑자기 발작을 일으키고 사망하고 만다. 남편 토마스는 아내의 죽음에 제대로 슬퍼하기도 전 아들을 잃고 격리된다. 토마스는 몸 안에 병에 걸리지 않는 항체가 있음이 밝혀지면서 풀려나지만 이후 더 큰 전쟁에 휘말리게 된다. 유일하게 남은 가족인 딸을 전염병에서 지켜야 되는 건 물론 폭동과 식량부족에 시달린다.
 
홍콩에서 처음 시작된 이 원인불명의 바이러스는 전 세계로 퍼져나간다. 이에 미국 질병통제센터의 치버 박사는 경험이 많고 뛰어난 에린을 현장으로 보내지만 에린까지 전염병에 걸리면서 책임감을 느끼게 된다. 세계보건기구의 오란테스 박사는 최초 발병경로를 조사하기 위해 홍콩으로 향하지만 미국 등 세계 강대국들이 백신이 있음에도 숨기고 있다고 생각한 손펑 박사와 그 일당들에 의해 감금당한다.
 
두 박사는 공통적으로 책임감이란 걸 느낀다. 하지만 주변에서는 그들이 대처에 열중할 수 있는 시간을 주지 않는다. 오란테스는 지인에게 전염지역을 봉쇄할 것이란 사실을 먼저 알려줬단 이유로 여론의 뭇매를 맞는다. 오란테스는 발병 경로를 찾기도 전에 백신을 원하는 일당들에 의해 감금당하며 제 역할을 해내지 못한다. 세계가 이런 혼란에 빠진 건 전염병이 지닌 공포뿐만이 아니다. 그 공포를 더욱 자극하는 이들 때문에 두려움의 맥박은 더 빨라진다.
  
 <컨테이젼> 스틸컷

<컨테이젼> 스틸컷 ⓒ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주)

 
기자 앨런은 전염병에 걸린 척 연기를 하며 증명되지 않은 의약품이 효과가 있는 것처럼 거짓말을 한다. 또 정부를 신뢰할 수 없다며 이미 치료제가 있음에도 제약회사와 협력해 가격을 올리려 한다는 유언비어를 퍼뜨린다. 때문에 전염병의 공포에 시달리는 시민들은 더욱 격렬하게 반응한다. 식량 배급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자 트럭에 달려들며 마트나 상점을 공격하는 폭동을 일으킨다.
 
전염병의 발병부터 그 사회적인 확산까지의 과정을 차분하지만 온몸이 떨리게 그려낸 이 영화는 타오르는 불과 같은 공포 속에 공기 같이 떠도는 두려움이 숨어있음을 발견한다. 세계는 서로를 신뢰하지 못한다. 중국과 홍콩은 미국 등 강대국들과 세계보건기구가 합심해 병을 키워 더 많은 이득을 챙겨먹을 것이라 생각한다. 미국에 사는 국민들 역시 정부와 제약회사가 합심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컨테이젼> 스틸컷

<컨테이젼> 스틸컷 ⓒ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주)

 
이를 막기 위해 노력하는 치버 같은 사람이 있는가 하면 반대로 부추겨 이득을 취하고자 하는 앨런 같은 이도 있기 마련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 공포는 불길을 더욱 거세게 만드는 산소처럼 공기에 숨어 퍼져나간다. 전염병보다 두려운 건 공포이며 공포에 빠진 이들은 병보다 사람을 더 무서워하고 자신을 지키기 위해 극단적으로 변해간다. 그리고 토마스 같은 이들은 그런 공포 속에서 그저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기 위해 분투하며 슬퍼할 시간도 갖지 못한다.
 
<컨테이젼>은 인간 내면의 불안이 어떻게 자극되는지를 전염병의 경로를 찾아가는 과정처럼 섬세하게 묘사한다. 전염이 되는 시발점이 존재하는 것처럼 불안이 자극되는 순간에도 원인이 있다. 그 불안을 막지 못한다면 전염병은 더 많은 사람들을 괴롭히고 두려움으로 몰아넣는다. 재난의 상황과 인류애적 가치를 추구하는 재난영화 속에서 이 영화가 지닌 차분함과 분석은 색다른 매력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김준모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브런치에도 게재됩니다.
컨테이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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