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승 1무 7패, 도쿄올림픽 본선 티켓이 걸려있는 2020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에서 동아시아를 대표하여 출전한 4개국이 지금까지 거둔 성적표다. 이 중 3승은 모두 대한민국이 올린 승리였다. 유일하게 동아시아 축구의 자존심을 지킨 대한민국을 제외하고, 일본, 중국, 북한은 모두 조별 리그에서 탈락하는 수모를 피하지 못했다.

김학범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C조에서 중국(1-0), 이란(2-1), 우즈벡(2-1)을 모두 연파하고 쾌조의 3연승으로 일찌감치 8강행 티켓을 확정지었다. 한국은 당초 이번 대회를 앞두고 이강인-백승호 등 정예 유럽파들의 합류가 불발되었고 강팀들이 몰린 '죽음의 조'에 편성되어 적지 않은 우려를 자아냈다.

하지만 9회 연속 올림픽 본선진출에 도전하는 한국축구의 저력은 대단했다. 첫 경기였던 중국전에서 다소 저조한 경기내용을 보였으나 이란-우즈벡전을 거듭하며 김학범호는 점점 조직력이 올라오는 모습으로 기대에 부응했다.

김학범 감독은 매 경기 선발명단을 큰 폭으로 교체하는 과감한 변화를 통하여 조별리그 3경기에서 벌써 골키퍼를 제외한 모든 필드플레이어를 고르게 가동하면서도 승리를 챙겼다. 유럽파가 빠진 빈 자리에서 이동준-정승원-조규성 등이 새로운 스타로 부상했고 초반 부진했던 오세훈이나 정우영도 서서히 살아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히던 우즈벡이나 이란을 격파하며 자신감도 높였다. 주요 외신들도 한국의 전력을 이번 대회 참가국중 최고로 높이 평가하고 있다.

반면 북·중·일은 세 팀을 모두 합쳐도 단 1승도 거두지 못하는 극심한 부진을 보였다. 특히 도쿄올림픽 개최국이자 한국과 함께 아시아 전통의 강호로 꼽히는 일본의 몰락은 이번 대회 최대의 이변으로 꼽힌다. 일본은 2016년 이 대회에서 당시 신태용 감독이 이끌던 한국에 3-2 역전승을 거두고 우승을 차지한 바 있다.

일본은 A대표팀 감독인 모리야스 하지메 감독이 올림픽 대표팀을 겸임하는 체제다. 일본은 이번 대회 결과와 상관없이 개최국 자격으로 올림픽 본선 출전은 확정된 상태다. 동기부여 문제가 변수로 지적되기는 했지만 그래도 일본이 설마 조별리그에서 무기력하게 탈락할 것이라고 예상한 이들은 많지 않았다. 하지만 B조에서 '중동세'에 포위된 일본은 앞선 1, 2차전에서 사우디 아라비아, 시리아에게 1-2로 패한데 이어 마지막 카타르전에서도 졸전 끝에 1-1로 비기며, 1무 2패로 최하위에 그쳤다.

일본축구협회는 자국에서 열리는 도쿄올림픽에서 금메달이라는 거창한 목표를 내세운 바 있다. 2018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은 물론이고 코파 아메리카와 동아시안컵(E-1 챔피언십), A매치 친선전까지 성인 1군이 나서야할 대회까지 도쿄올림픽 본선에 나설 젊은 선수들 위주로 팀을 구성하며 경험을 쌓는 데 주력할만큼 투자를 많이 했다.

그러나 골 결정력 부재라는 문제점을 극복하지 못하고 힘없이 무너졌다. 일본 축구계 내부에서의 후폭풍도 거세다. 일각에서는 모리야스 감독의 경질론에서부터 본선에서 와일드카드로 공격진 보강의 필요성 등이 거론됐다. 일단 모리야스 감독은 사퇴하지않고 도쿄올림픽 본선에서 명예를 회복하겠다는 입장이다.

중국은 자국에서 열린 2008 베이징올림픽을 끝으로 3회 연속 본선 진출에 실패했다. 중국은 축구에서 강호라고 할 수는 없지만 이번 대회는 '축구굴기'를 내세우며 어느때보다 적극적인 투자를 감행했다. 한국 팬들에게도 친숙한 네덜란드 출신의 거스 히딩크 감독을 영입하며 본선진출에 의지를 불태웠으나 대회를 불과 4개월 앞두고 성적부진으로 히딩크 감독을 경질하고 자국 출신 감독을 다시 선임하는 우여곡절을 거쳤다.

중국은 팀내 유일한 해외파 출신 공격수였던 장위닝이 한국과의 1차전에서 부상으로 이탈하며 그나마 가지고있던 공격루트마저 상실했고, 결국 3경기에서 단 한골도 넣지못하고 전패하는 망신을 당했다. 중국은 역대 AFC U-23 챔피언십에서 모두 토너먼트 진출에 실패하는 불명예 기록을 세웠다. 기본기-창의성-조직력 등 모든 면에서 아시아 경쟁팀들에 비하여 수준 이하였다. 거듭되는 희망고문에 낙담한 중국 축구 팬들 사이에서도 '이제 축구는 포기하자'는 자조섞인 반응이 나올 정도다.

'도깨비팀'으로 관심을 모았던 북한도 요르단전 1-2, UAE전 0-2 패배로 일찌감치 D조 최하위가 확정되며 남은 베트남전 결과와 상관없이 짐을 싸게 됐다. 다른 팀에 비하여 국제경험이 부족하여 베일에 가려졌던 북한은 뚜껑을 열자 저돌적인 압박과 골키퍼 강주혁의 선방으로 예상보다는 나쁘지않은 경기력을 보여줬다. 하지만 골결정력 부족과 후반 체력저하로 인한 수비붕괴를 막지 못했다. 북한은 최종전에서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을 만나게 되는데, 베트남도 8강진출을 위하여 일단 북한을 최대한 다득점으로 이겨야하는 상황이라 결과가 주목되고 있다.

한국은 조별리그에서 동아시아 축구의 자존심을 지켰지만 아직 안심할 상황은 아니다. 도쿄올림픽 본선진출을 노리고 있는 한국은 토너먼트에서 최소한 2승을 더 거둬야한다. 8강에서는 D조의 아랍에미리트(UAE), 요르단(이상 1승1무), 베트남(2무) 중 한 팀과 만나게 된다.

일본의 예선 탈락으로 올림픽 본선 진출권이 3장으로 줄어든 것은 한국 입장에서 반가운 일은 아니다. 한국은 자력으로 무조건 최종 순위 3위 안에 들어야 도쿄 올림픽 무대를 밟을 수 있다.

특히 이번 대회에서 동아시아는 한국이 조별리그에서 이란을 유일하게 꺾은 것을 제외하면 중동팀과의 나머지 맞대결에서 총 1무 5패에 그치고 있다. 한국도 동아시아의 자존심을 지키고 올림픽 본선으로 가는 길을 뜷기 위해서는 다시 한번 '중동의 모랫바람'을 넘는 것이 최대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올림픽축구 김학범호 북중일탈락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