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 시장에서 조용히 계약을 기다리고 있는 유격수 김선빈

김선빈 선수 ⓒ KIA 타이거즈

 
안치홍을 빼앗긴 KIA가 김선빈 재계약과 보상선수 지명으로 전력손실을 최소화했다.

KIA 타이거즈 구단은 14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FA자격을 얻은 내야수 김선빈과 계약기간 4년 총액 40억 원(계약금 16억+연봉18억+옵션6억)에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한편 FA자격을 얻어 롯데 자이언츠로 이적한 내야수 안치홍에 대한 보상선수로는 2019년 신인 드래프트 2차 3라운드(전체28순위)로 롯데에 입단했던 우완 투수 김현수를 지명했다.

2008년 KIA에 입단한 김선빈은 날렵한 수비와 정확한 타격, 빠른 발을 앞세워 KIA의 주전 유격수로 활약했다. 작년 타율 .292 3홈런 40타점 55득점으로 다소 주춤했지만 안치홍을 빼앗긴 KIA입장에서는 김선빈마저 놓칠 수는 없었고 결국 4년 최대 40억 원을 투자해 김선빈을 잔류시켰다. 김선빈은 계약 후 "운동에만 전념해 올 시즌 팀이 좋은 성적을 내는데 보탬이 될 것"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안치홍 빼앗기고 김선빈마저 놓칠 수 없었던 KIA

KIA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마른 하늘에 날벼락'이었다. "20년 동안 KIA에서 뛰겠다"고 팬들에게 선언했던 프랜차이즈 스타 안치홍이 지난 6일 롯데와 2+2년 최대 56억 원에 계약하며 이적을 선택한 것이다. 오지환이 LG 트윈스와 4년 40억 원에 계약하는 것을 보고도 계약을 서두르지 않고 주판을 두드리다가 롯데 성민규 단장의 과감한 투자에 허를 찔린 KIA는 팬들의 거센 비난에 휩싸일 수밖에 없었다.

작년 시즌 수비 불안에 시달리며 잠시 1루로 외도하기도 했지만 안치홍은 2루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3번이나 수상한 리그 정상급 2루수다. 안치홍이 11년을 활약했던 정든 팀을 떠나 롯데 이적을 선택한 결정적인 이유도 '2루 수비 보장'에 있었다. KIA에 대한 애정이 남다른 안치홍이 팀을 떠날 리는 없다고 판단한 KIA의 방심이 3할 타율이 보장된 '국가대표급 센터라인 내야수'의 이적으로 연결된 것이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KIA는 남은 FA 김선빈과의 계약을 반드시 따내야 하는 부담이 생겼다. 만약 김선빈마저 다른 팀에 빼앗긴다면 2017년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끌었던 '꼬꼬마 키스톤'이 해체되면서 센터라인의 완전한 붕괴로 연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침 유격수 자원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수도권의 모 구단에서 김선빈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는 루머가 돌면서 KIA를 더욱 긴장시켰다.

결국 KIA는 4년 최대 40억 원, 보장액 34억 원의 조건에 김선빈을 잔류시켰다. 보장액이 전준우(롯데)의 총액과 같고 총액은 오지환과 동일한 적지 않은 금액이다. 물론 김선빈은 2017년 타율왕(.370)에 오른 것을 비롯해 상무 전역 후 3년 연속 .290 이상의 타율을 기록할 정도로 정확한 타격과 안정된 수비를 자랑하는 검증된 유격수다. 하지만 안치홍의 이적으로 KIA의 상황이 다급해졌고 이로 인해 김선빈이 반사이익을 누린 것은 분명해 보인다.

김선빈은 6라운드라는 낮은 지명순위와 164cm에 불과한 신장의 핸디캡을 극복하고 리그 정상급 유격수로 성장했고 4년 40억 원이라는 FA계약까지 따낸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앞으로도 김선빈은 KBO리그에 입성한 단신 내야수들에게 롤모델이 될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고액연봉을 받는 FA 선수가 됐고 함께 내야를 지키던 안치홍마저 팀을 떠난 만큼 김선빈도 KIA의 간판 내야수로서 더욱 믿음직한 활약이 필요하다.

즉시전력감 내야수 대신 투수 유망주 선택, 올 시즌 내야 운용은?

사실 김선빈의 재계약 만큼이나 KIA팬들의 관심을 모았던 부분이 안치홍에 대한 보상 선수 지명이었다. 흔히 보상선수는 FA로 이적한 선수의 빈자리를 메우거나 팀의 약점으로 지적되는 포지션의 즉시전력감 선수를 뽑는 경우, 또는 포지션에 상관없이 나이가 젊고 잠재력이 풍부한 유망주를 선택하는 경우가 있다. 그리고 보상 선수 선택 마지막 날까지 고민을 거듭한 KIA의 선택은 후자였다.

KIA는 청소년대표 출신의 우완 투수 김현수(LG의 주장과 동명이인)를 지명했다. 작년 시즌 6경기에 등판해 6.1이닝을 던지며 1패(평균자책점1.42)를 기록한 것이 프로 경력의 전부인 김현수는 당장 1군 무대에서 큰 도움이 될 수 있는 '즉시전력감' 선수로 분류하긴 힘들다. KIA에서도 당장 올 시즌 1군에서의 큰 활약을 기대하기 보다는 미래를 위해 김현수를 선택했을 확률이 높다.

KIA는 이미 지난 2014년 FA 송은범(LG)의 보상 선수로 지명했다가 군복무를 마친 2017년 8승 6패 3.65의 성적으로 KIA의 한국시리즈 우승에 기여했던 임기영이라는 확실한 성공사례를 가지고 있다. 이용규(한화 이글스)의 보상선수였던 한승택 역시 KIA의 차세대 안방마님으로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김현수 역시 훗날 KIA의 주축투수로 성장한다면 안치홍 이적에 따른 아쉬움을 잊게 만들어 줄 것이다.

하지만 현재 대신 미래를 선택한 KIA는 당장 올 시즌 내야에 큰 공백이 불가피해졌다. 안치홍이 빠지면서 현재 KIA 내야에서 풀타임을 소화한 경험이 있는 선수는 FA 계약을 체결한 김선빈과 '도루왕' 박찬호 뿐이다. 만약 김선빈이 유격수, 박찬호가 3루수로 나선다면 안치홍의 자리인 2루에 구멍이 뚫리고 박찬호와 김선빈이 키스톤 콤비로 활약한다면 3루에 구멍이 생긴다. 어떤 조합을 만들어도 한 자리가 빈다는 뜻이다.

물론 안치홍의 이적은 최원준, 황윤호, 황대인 등 경험이 적은 백업 선수들에게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작년 11월 SK 와이번스에서 트레이드로 KIA 유니폼을 입은 전천후 내야수 나주환도 안치홍 이적을 재도약의 발판으로 삼으려 한다. 하지만 김선빈의 잔류와는 별개로 올 시즌 KIA 내야의 무게감이 예년에 비해 현저하게 낮아진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안치홍의 자리를 메울 주전 내야수 발굴은 올 시즌 맷 윌리엄스 감독의 첫 번째 과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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