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의 속편이 제작될 때 가장 중요한 요소는 역시 전편에 출연했던 주요 배우들을 그대로 캐스팅하는 것이다. 전편을 사랑했던 시청자들은 전편에 출연했던 배우와 캐릭터에 대한 애정이 강하게 남아 있기 때문에, 속편에서 주요 배우들이 바뀐다면 남모를 배신감(?)에 휩싸이곤 한다. 그리고 전작의 시청자들을 놓친 속편의 성공 확률은 매우 떨어질 수밖에 없다.

지난 2006년에 방영돼 주지훈, 윤은혜, 송지효 등 스타들을 대거 배출했던 MBC 드라마 <궁>은 1020세대 시청자들의 폭발적인 인기를 얻으며 최고 시청률 27.1%를 기록했다(닐슨코리아 전국 기준). <궁>의 시청자 게시판에는 속편 제작 요청이 줄을 이었고 MBC는 2007년 1월 속편을 방영했다. 하지만 주요 배역이 모두 바뀐 <궁S>는 최고 시청률 14.7%로 다소 저조했다.

지난 2016년 11월부터 2017년 1월까지 SBS에서 방영돼 최종회 시청률 27.6%를 기록했던 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가 3년 여 만에 두 번째 시즌으로 돌아온다. 이야기를 이끌어 갈 김사부(부용주) 역의 한석규가 그대로 캐스팅됐지만 젊은 의사의 성장과 멜로라인을 담당했던 서현진과 유연석, 양세종이 모두 빠져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특히 시즌1의 서현진 역할을 담당해야 할 흉부외과 펠로우 2년 차 차은재를 연기하는 배우 이성경의 어깨가 무겁다.

고3때 슈퍼모델 입상, 모델 생활 6년 만에 배우로 변신
 
 이성경은 <치즈인더트랩>의 백인하를 연기하면서 적지 않은 연기력 논란에 시달렸다.

이성경은 <치즈인더트랩>의 백인하를 연기하면서 적지 않은 연기력 논란에 시달렸다. ⓒ tvN 화면 캡처

 
175cm의 훤칠한 키를 자랑하는 이성경은 널리 알려진 대로 모델 출신이다. 2008년 SBS 슈퍼모델 선발대회에 참가해 렉스상을 수상하며 모델로 데뷔한 이성경은 2009년 아시아 태평양 슈퍼모델 선발대회에서 TOP10에 진출하며 떠오르는 신예 모델로 주목 받았다. 이성경은 패션쇼 무대는 물론이고 각종 뮤직비디오와 패션관련 프로그램에 출연하면서 젊은 모델로서 활동 영역을 착실히 넓혔다.

이성경은 2014년 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에서 품행 장애를 가진 오소녀 역을 맡으며 배우로 데뷔했다. 이성경은 175cm의 큰 키를 가진 배우지만 데뷔작에서 186cm의 조인성, 190cm의 이광수, 187cm의 장기용 등 장신 배우들과 함께 출연하면서 상대적으로 신장이 작아 보이는 효과(?)를 누릴 수 있었다.

<괜찮아, 사랑이야>를 통해 배우로 무난히 안착한 이성경은 2015년 MBC 주말 드라마 <여왕의 꽃>에서 김성령과 이형철 사이에서 태어난 강이솔을 연기하며 배우 데뷔 두 편 만에 주연으로 올라섰다. 이성경이 열연한 <여왕의 꽃>은 '막장'이라는 비판 속에서도 20%가 넘는 시청률을 기록하며 많은 인기를 끌었다. 이성경은 2015년 MBC 연기대상에서 신인상을 수상하며 자신의 이름 앞에 '모델'이라는 딱지를 떼는 데 성공했다.

2016년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한 tvN 드라마 <치즈 인 더 트랩>에서 백인하를 연기한 이성경은 SBS 드라마 <닥터스>를 통해 다시 한 번 연기력을 꽃피웠다. <닥터스>에서 주인공 유혜정(박신혜 분)의 라이벌이자 국일병원 신경외과 펠로우 진서우를 연기한 이성경은 초반엔 크고 작은 사고를 저지르는 악역 포지션이었다. 하지만 진서우는 드라마가 진행될수록 가장 큰 정신적 성장을 이루는 캐릭터였다. <닥터스>는 이성경에게도 배우로서 더욱 성숙해 질 수 있는 계기가 된 작품이었다.

3년 만에 돌아온 <김사부2>에서 서현진이 맡았던 역할 소화
 
 MBC <역도요정 김복주>의 한 장면

MBC <역도요정 김복주>의 한 장면 ⓒ MBC

 
이성경은 데뷔작 <괜찮아, 사랑이야>를 시작으로 <여왕의 꽃> <닥터스> 등 많은 인기를 누린 드라마에 출연했다. 하지만 많은 시청자들은 이성경의 진정한 대표작으로 5.2%의 낮은 시청률로 마감했던 <역도요정 김복주>를 꼽는다. 호리호리한 체격의 이성경은 -58kg급 역도 선수 김복주 캐릭터를 소화하기 위해 일부러 체중을 불리고 고강도의 역도훈련을 소화하는 등 김복주 캐릭터에 푹 빠져 연기에 몰두했다. 

2018년 tvN의 판타지 로맨스 드라마 <멈추고 싶은 순간: 어바웃 타임>에서 앙상블 전문 뮤지컬 배우 최미카엘라를 연기한 이성경은 작년 영화로 활동영역을 넓혔다(물론 이성경은 2018년에도 유해진 주연의 <레슬러>에 출연했다). 전국 160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 <걸캅스>였다. 이성경은 첫 상업영화 주연작에서 손익분기점을 넘기는 성과를 만들어 냈다.

그리고 이성경은 2020년의 시작과 함께 SBS 월화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2>로 돌아온다. 이성경이 연기하는 차은재는 어린 시절부터 '공부 천재' 소리를 들으며 전공의가 됐지만 정작 실전에 들어가면 울렁증에 시달리다가 돌담병원으로 쫓겨나는 역할이다. 돌담병원에서 김사부(한석규 분)를 스승으로 모시며 의사로서 새로운 삶의 의미를 찾아간다는 점에서 시즌1에서 서현진이 연기했던 윤서정과 비슷한 성격의 캐릭터다.

<김사부2>에는 김사부 역의 한석규 외에도 김홍파, 변우민, 진경, 임원희, 최진호, 김민재 등 시즌1에 출연했던 배우들 상당수가 시즌2에도 그대로 출연한다. 하지만 서현진과 유연석, 양세종이 연기했던 젊은 의사 3인방은 각각 이성경과 안효섭, 김주헌으로 교체됐다. 시즌1 출연 이후 더욱 큰 스타로 성장한 서현진, 유연석, 양세종에 비해 무게감이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시청자들이 <김사부2>에서 가장 크게 우려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물론 이성경이 연기할 차은재는 시즌1에서 서현진이 연기했던 윤서정과는 별개의 인물이다. 하지만 캐릭터의 비중을 봤을 때 <김사부2>의 성공을 위해서는 이성경이 서현진에 버금가는 존재감을 보여야 한다. 연기 경력을 봤을 때 당시의 서현진과 지금의 이성경을 비교하기엔 무리가 있다. 하지만 2016년의 서현진이 그랬던 것처럼 한석규를 비롯한 돌담병원 선배들을 잘 따른다면 <김사부2>는 이성경에게 분명 의미 있는 작품으로 남을 것이다.
 
 <낭만닥터 김사부2> 포스터 이미지

<낭만닥터 김사부2> 포스터 이미지 ⓒ SBS

이성경 낭만닥터 김사부2 슈퍼모델 역도요정 김복주 서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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