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대 K리그는 '어우전'(어차피 우승은 전북)이라는 신조어 한 마디로 요약됐다. 전북은 지난 10여년간 7차례나 K리그1 정상에 오르며 최고의 왕조로 군림했다.

장기집권의 원동력은 꾸준한 투자였다.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인기 없는 지방구단에 불과했던 전북은 최강희 시대를 거치며 K리그와 아시아의 강호로 성장했다. 어느 정도 위상을 굳힌 이후에도 전북은 매년 스타 선수들을 영입하는데 투자를 아끼지않으며 전력보강을 소홀히 하지 않았다.

최근 한국프로축구 연맹이 발표한 연봉랭킹에서 1인당 평균 연봉(4억 7901만 원), 국내 선수 최고 연봉 1-5위(김진수, 신형민, 이동국, 홍정호, 최철순), 외국인 최다연봉(로페즈)의 주인공까지 모두 전북이었다는 사실은 왜 이 팀이 K리그 최강일 수밖에 없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 장면이었다.

지난해 극적인 우승을 차지하며 3연패에 성공했던 전북은 2020년대에도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알차게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전북이 최근 울산으로부터 2019시즌 정규리그 MVP를 차지한 미드필더 김보경을 영입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김보경은 이미 전북에서 2016 아시아 챔피언스리그(ACL) 우승의 주역으로 활약한 바 있다. 2019시즌에는 울산에서 35경기에 출전하여 13골 9도움으로 맹활약했다. K리그 최고의 미드필더로 꼽히는 김보경은 중앙과 측면 등 여러 포지션을 소화할수 있으며 지난해 전북 미드필드진에서 다소 아쉬웠던 중원에서의 경기조율과 세트피스에서의 창의성을 더 높여줄수이는 최적의 카드라는 평가다. 또한 전북이 김보경을 재영입한 것은 2020년 K리그 4연패와 4년만의 ACL 탈환이라는 강력한 의지를 보여준 것이다.

전북에 비하여 경쟁구단들의 행보는 다소 지지부진하다. 특히 지난 시즌 전북과 막판까지 치열한 우승경쟁을 펼쳤던 울산은 J리그 가시와로 이적하는 골키퍼 김승규에 이어 MVP 김보경까지 잃으며 다음 시즌 전력구상에 큰 차질을 빚게됐다. 박용우가 군에 입대했고 외국인 선수 주니오, 믹스와 국가대표 수비수 윤영선 등도 이적설이 나오고 있다. 울산은 또다른 국가대표 골키퍼 조현우와 수비형 미드필더 원두재를 영입하기는 했지만, 전체적으로는 지난 시즌에 비하면 플러스보다 마이너스에 가까운 전력보강이다.

역시 K리그를 대표하는 또다른 명가 수원과 서울의 행보도 조용하다. 지난 시즌 극적으로 FA컵 우승을 차지했던 수원은 외국인 공격수 데얀이 대구로 떠났고 수비수 구자룡도 전북행이 유력하다. 그나마 구단 유스 출신 FA 민상기, 이종성을 잔류시켰고 캐나다 국가대표 수비수 도닐 헨리, 이용혁-이풍연-이강희 등을 신인급 수비수들을 대거 영입했다.

하지만 헨리 외에는 확실한 즉시전력감이 부족하고 그나마도 대부분이 수비쪽 자원이라 노장 염기훈과 타가트의 부담을 덜어줄 공격 자원 보강이 전무하다. 올시즌에는 ACL(2월 개막)까지 병행하면서 시즌 준비도 앞당겨진 상황인데, 보강은 커녕 기존 전력 유지도 실패한 스쿼드로 과연 작년보다 더 나은 성과를 올릴 수 있을지 회의적이다.

FC서울은 지난해에 이어 올시즌도 여전히 '리빌딩' 모드를 이어가고 있다. 올림픽 대표 풀백 김진야를 영입한 것을 제외하면 아직까지 눈에 띄는 선수 영입은 없다. 외국인 선수 페시치, 알리바예프, 오스마르는 2020년에도 함께 가는 것이 확정되었고 남은 자리는 1명뿐이다. 노장이 된 박주영은 지난 시즌 어느 정도 부활했지만 잔부상이 많아 풀타임을 장담하기 어려운만큼 의존도를 낮추는 것도 관건이다.

2019시즌 K리그가 흥행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스플릿제도나 구단의 적극적인 마케팅, 팬들의 성원 덕분도 있지만, 무엇보다 어느 정도 '전력평준화'가 이루어지며 마지막까지 치열한 순위경쟁이 펼쳐졌기 때문이다. 지난 시즌 울산은 비록 최종전에서 아깝게 미끄러졌지만 적극적인 투자를 통하여 전북의 아성을 마지막까지 위협한 대항마였다. 하지만 2020시즌 이적 시장에서 빅클럽 위주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계속된다면 리그의 재미와 경쟁력은 반감될 수밖에 없다. 

다른 K리그 구단들도 투자를 해야한다. 무조건 돈만 들이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K리그에서는 공룡구단이라는 전북도 지난해 김신욱(상하이)을 시즌중에 중국으로 떠나보낸데서 보듯, 아시아 부자구단과의 몸값 경쟁은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다른 대체자들을 키워내고, 선수의 가치를 끌어올려서 얻어낸 몸값으로 다시 구단에 투자한다. 

그러한 선순환 속에서 성적은 쌓이고 구단의 브랜드 가치도 자연히 올라간다. 합당한 투자나 비전도 없이 '육성'이나 '효율성'을 핑계로 현실에 안주하는 것은 길게보면 자멸을 불러올 뿐이다. 전북의 장기 독주가 지겹다면 다른 구단들도 그에 걸맞은 야망을 가져야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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