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구단에 FA 잔류 계약을 백지 위임한 오지환

오지환 ⓒ LG 트윈스

 
프로야구 LG 트윈스 내야수 오지환은 야구팬들 사이에서 항상 뜨거운 감자가 되는 선수중 한 명이다. 올 겨울 FA 자격을 얻은 오지환의 향후 거취를 두고 다양한 갑론을박이 나왔지만 최종적으로는 원 소속팀에 잔류했다. LG는 오지환과 계약기간 4년에 계약금 16억 원과 연봉 6억 원을 합한 총액 40억 원에 도장을 찍었다.

오지환측은 당초 프랜차이즈 대우를 요구하며 최대 6년 장기 계약을 제안했지만 오히려 현실에 맞지않는 과도한 요구라는 비난 여론이 쏟아지자 결국 계약 조건을 백지 위임하는 것으로 한발 물러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LG는 오지환에게 역대 FA 유격수로는 2017년 두산 김재호(4년 50억)에 이어 두 번째에 해당하는 대형 계약을 선물했다. 사실상 FA를 선언했을 때 오지환이 다른 구단으로 이적할 가능성이 거의 제로에 가까웠다는 것을 감안하면 끝까지 LG의 대우는 상당히 후한 편이었다.

오지환을 바라보는 야구팬들의 반응은 엇갈린다. 그의 가치를 높게 보는 시각에서는 오지환이 LG의 프랜차이즈 스타이며 내야수비와 타선에서 모두 중요한 전력임을 강조한다. 오지환의 통산 성적은 11시즌간 1207경기 타율 0.261, 103홈런, 530타점, 648득점이다. 팀의 주전 유격수로서 매년 풀타임에 가까운 경기를 소화할만큼 내구성이 좋고 장타력도 있다. 나이도 야구선수로 아직 한창인 30세에 불과하다. 어찌보면 오지환은 대중적인 평가보다는 구단 내부나 전문가들 사이에서 더 가치를 인정 받는 선수 중 하나이기도 하다.

반면 오지환의 가치에 부정적인 시각은 공수 양면에서 모두 안정감이 부족한데다, 현 FA시장의 상황을 고려할 때 '과대평가'되었다는데 초점이 맞춰진다. 오지환은 해마다 '삼진왕' '실책왕'이라는 조롱을 당하고 있다. 컨택 능력이 떨어져 몸쪽 직구에 약하다는 단점이 몇 년째 개선되지 않고 있는데다, 전형적인 거포도 아니면서 정작 삼진은 매년 상위권에 오른다. 빠른 발과 야구센스로 수치상의 수비율이나 넓은 수비범위 자체는 우수한 편이지만 통산 실책이 182개나 될 정도로 안정적인 수비수의 이미지와는 거리가 있다.

물론 오지환을 비판하는 이들도 현재로서 LG에서 '오지환을 대체할 선수가 없다.'는 것은 인정한다. 다만 LG를 제외한 다른 팀에서도 오지환이 그 정도의 대우를 받을수 있었을지는 고개를 갸웃하게 한다. 냉정히 말하면 오지환은 처음부터 LG외에는 갈 곳이 없었다.

FA시장에서 오지환이 LG와 협상에 장기간 난항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도 그에게 관심을 표명한 구단이 나오지 않았다는데서 그 실질적인 가치를 확인할수 있다. LG의 주전이자 프랜차이즈스타라는 상징성을 제외하고 나면 가뜩이나 얼어붙은 FA시장에서 오지환이 과연 40억이라는 거액을 들여야할 정도의 가치있는 선수인지는 의구심이 드는 게 사실이다.

무엇보다 대중들이 오지환에 대한 평가에 인색한 이유는 단지 야구만의 문제가 아니다. 어차피 KBO리그가 몸값 거품 논란에 시달린지는 사실 오래됐다. 하지만 오늘날 프로 선수의 가치를 결정하는 것은 더 이상 야구 성적만이 전부는 아니다. 오지환의 FA계약 협상과정에서 유독 싸늘한 반응이 높았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일부 LG 팬들을 제외하면 오지환은 야구팬들 사이에서 '미운 오리새끼'에 가까운 취급을 받고 있다.

1년의 시간이 흘렀지만 지난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을 둘러싼 '병역혜택 자격논란'은 여전히 그의 야구인생을 주홍글씨처럼 따라다니고 있다. 물론 오지환 때문에 체육계 군경팀이 줄줄이 폐지되고 제도까지 바뀌었다는 식의 아전인수식 해석은 다소 과장된 측면이 있지만, 그 정도로 오지환이 몰고온 사회적 파장이 컸던 것은 사실이다.

오지환은 여론의 비난에도 자신이 원하는대로 모든 수혜를 챙겼지만, 이후로는 형식적인 입장표명이나 자기 성찰의 의지조차 한번도 보여준 바 없다는 데서 팬들의 여론은 싸늘하다. 사실상 아시안게임 병역혜택 덕분에 올해 FA 대박까지 순탄하게 이어질수 있었던 셈인데, 심지어 협상과정에서 전례없는 6년 계약과 프랜차이즈 대우를 들고 나온 사실이 알려진 것은 불난 여론에 기름을 부은 격이었다. 여전히 아시안게임 사태의 여운이 가시지 않은 가운데 팬들 사이에서 몸값 규모를 넘어서 오지환의 이미지가 더 비호감이 될수 밖에 없었던 것은 필연적이었다.

물론 오지환의 입장에서는 병역혜택이든 FA협상이든 자신에게 주어진 '합법적 권리'를 행사했다고 생각할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대중의 시선에서 보기에는 오히려 그가 누렸던 각종 사회적 특혜들이 처음부터 정당한 자격과 절차를 갖추고 있는지,문제의식과 성찰이 결여된 '공감 능력의 부재'가 더 크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

그 간극을 이해하지못한다면 오지환이 앞으로의 남은 야구인생에서도 대중의 사랑과 신뢰를 회복하기란 불가능할 것이다. 물론 오지환이 대중의 사회적 평가야 어찌됐든 앞으로도 LG 유니폼을 입고 자신이 하고싶은 야구를 마음껏 하고 부와 명예를 누리는데 안주한다면 굳이 필요없는 고민일지도 모른다.

'40억짜리 유격수', 'LG의 프랜차이즈스타', '병역혜택의 최대 수혜자'에 이르기까지. 이슈메이커로서 오지환을 이야기할 수 있는 수식어는 다양하다. 시간이 흘러 오지환은 과연 자신의 야구인생을 정리할 시점이 되었을 때, 훗날의 야구팬들 사이에서는 어떤 이미지로 가장 먼저 기억될지 한 번쯤 생각해봤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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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지환 병역혜택 FA유격수 엘지트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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