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언더그라운드 > 포스터

< 6언더그라운드 > 포스터 ⓒ 넷플릭스 코리아

 
마이클 베이는 가장 할리우드적인 영화를 만드는 감독이라 할 수 있다. 세련된 스타일과 자본을 동원한 엄청난 스케일로 때려 부수는 액션을 선보이며 수많은 히트작을 만들어냈다. 상업광고와 뮤직비디오 감독으로 시작한 커리어는 그를 젊을 때부터 스타로 만들어주었고 <나쁜 녀석들>을 통해 성공적으로 영화계에 입성할 수 있었다.
 
이런 마이클 베이 감독이 넷플릭스와 손을 잡는다고 했을 때 기대와 불안이 공존했던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1억 5000만 달러로 넷플릭스 영화 최고 제작비를 경신한 점에서 본인의 장점인 액션 장면에 있어서는 최고의 퀄리티를 낼 것이라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감독에 대한 간섭을 최소화하는 넷플릭스의 스타일을 고려할 때 액션을 제외한 전체적인 연출에 대한 불안이 있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마이클 베이에게 기대할 수 있는 요소들이 모두 담겨 있다. 액션은 세련되고 스타일이 살아있으며 속도와 규모에서 엄청난 힘을 보여준다. 단순히 몰아치는 힘이 강한 게 아니다. 도입부 이탈리아를 배경으로 한 카체이싱 장면의 속도감이나 중반부 장관들의 숙소에 잠입해 펼쳐지는 긴장감 넘치는 작전, 후반부 6명의 대원이 뭉쳐서 펼치는 대규모 총격액션 장면은 각기 다른 매력을 지닌다.
  
 < 6언더그라운드 > 스틸컷

< 6언더그라운드 > 스틸컷 ⓒ 넷플릭스 코리아

 
조금 과장되게 표현하자면 <분노의 질주> 같은 레이싱 영화나 <미션 임파서블> 같은 첩보 영화가 지닌 각각의 장점을 액션의 측면에서만 볼 때 만족스럽게 보여준다. 다만 이런 액션 측면에서의 만족감이 과연 넷플릭스라는 플랫폼에 어울리는지의 측면에서는 의문이 든다. 넷플릭스는 극장보다는 집에서 즐기는데 주안점을 둔 플랫폼이다. 그래서 미드 같은 시리즈물이나 킬링 타임용 영화가 강세를 보인다.
 
이 작품은 극장용 영화다. 액션 장면을 제외하고는 재미를 느낄 요소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마이클 베이의 불안요소였던 스토리는 역시나 예상대로 발목을 잡는다. 존재하지 않는 거처럼 세상에서 자신의 기록을 모두 지운 6명의 정예요원 '고스트팀'이 투르기스탄의 독재자를 제거하고 민주주의 정권을 세우기 위한 작전을 펼친다는 스토리 라인은 팀이 뭉쳐 위기와 갈등을 극복하고 우정을 다져 원하는 목표를 이루는 낡지만 익숙한 재미가 있다.
 
문제는 낡은 재미를 속도감 있는 유머로 바꾸려는 과정에서 비롯된다. <좀비랜드>, <데드풀> 시리즈의 각본가 폴 워닉과 렛 리즈는 전작들처럼 유머러스한 캐릭터와 상황이 돋보이는 각본을 썼다. 다만 이 유머가 마이클 베이의 빠른 속도감에 적응하지 못하며 뭉그러지는 경향이 발생한다. 유머도 상황에 따른 기승전결과 약간의 쉼표가 있어야 되는데 텀과 텀 사이를 짧게 두고 액션에 몰두하다 보니 제대로 된 쉼표가 제공되지 않는다.
 
여기에 유머의 주 캐릭터가 라이언 레이놀즈라는 점도 아쉬움으로 남는다. 라이언 레이놀즈는 현재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코믹 액션 배우다. <데드풀>, <킬러의 보디가드> 등의 작품을 통해 자신의 진가를 보여줬다. 이런 구강액션의 경우 쫄깃한 재미를 주지만 잘못 사용할 경우 식상함을 주기 쉽다. 아쉽게도 이 작품에서의 라이언 레이놀즈는 조금은 식상한 모습이고 액션 사이에 쉼표 역할을 해줄 수 있는 양념인 유머의 맛은 심심하다.
  
 < 6언더그라운드 > 스틸컷

< 6언더그라운드 > 스틸컷 ⓒ 넷플릭스 코리아

 
이런 단점은 분명 액션이란 장점으로 가릴 수 있다. 심혈을 기울인 기술력이 돋보이는 강렬한 액션은 분명 시선을 사로잡는다. 다만 그 힘이 부족한 이유는 이야기의 원초적인 동력이 약하기 때문이다. '악을 처단한다'는 슬로건은 좋지만 왜 주인공들이 자신의 정체를 지워가면서까지 고스트 팀에 합류하는지에 대한 당위성은 확보되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피렌체에서의 카체이싱 장면도, 홍콩에서의 고층 빌딩 액션 장면도 화려하고 멋지지만 스토리에서 느껴지는 긴장과 쾌감을 느끼기 힘들다. 동시에 지나칠 만큼 잔인한 액션도 오락성 그 이상의 이유를 찾아보기 힘들다. 마이클 베이에게 기대할 수 있는 모든 걸 보여줬지만 실망할 수 있는 모든 지점을 동시에 안기는 아쉬움을 보여준다.
 
< 6언더그라운드 >는 세련된 디자인과 가슴이 뻥 뚫리는 스피드를 지니고 있지만 엔진이 없는 스포츠카 같은 느낌이다. 멋있고 빠른 건 알겠는데 정작 핵심이 빠져 앞으로 나아가질 못한다. 이야기를 이끌어 갈 수 있는 동력, 그 하나만 갖춰졌어도 액션이 지닌 장점이 더 빛나는 영화가 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김준모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브런치, 씨네리와인드에도 게재됩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합니다.
6언더그라운드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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