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19일 개봉한 <백두산>

12월 19일 개봉한 <백두산> ⓒ CJ 엔터테인먼트

 
'영화다양성확보와 독과점해소를 위한 영화인대책위원회(이하 반독과점 영대위)'가 지난 19일 개봉한 <백두산>의 스크린독과점 문제를 비판했다. 스크린독과점을 제한하는 규제 법안들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겨울왕국2>에 이어 <백두산>마저 스크린독과점 양상을 보이는 것에 깊은 우려를 나타낸 것이다.
 
반독과점 영대위는 입장문에서 "영화 <백두산>이 <겨울왕국2>에 이어 또 스크린을 독과점 했다"며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백두산>은 12월 19일(개봉일)에 상영점유율 44.5%, 좌석점유율 50.6%를 기록했다. 이날 총 상영작 128편의 상영횟수 중 44.5%를, 좌석수 중 50.6%를 <백두산> 한 편이 차지했다"고 밝혔다.
 
<백두산>은 개봉 2일째인 20일, 상영점유율 45.6%와 좌석점유율 52%를 기록해 전일보다 높아진 수치를 나타냈다. 100만 관객을 돌파한 지난 21일에는 주말을 맞아 상영횟수가 9900회에 달해 47.3%의 상영점유율을 나타냈다. 
 
반독과점 영대위는 "특정 영화의 스크린 독과점은 사실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라며 "올해의 경우 <어벤져스: 엔드게임> <겨울왕국2> <캡틴 마블>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 <극한직업> <기생충> <라이온 킹> 등 13편"이라고 지적했다. 또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등 3사 극장체인이 매출의 97%를 독차지하는 등 대기업이 주도하는 영화산업 내에서 자율적 정비가 전혀 이뤄지지 않는 가운데 정부와 국회가 법과 제도를 마련하지 않아 연중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디"고 비판했다.
 
프랑스 사례와 비교하기도 했다. "프랑스 CNC(국립영화센터)는 「영화영상법전」과 「편성약정」에 의거, 영화산업 제 분야에 대해 강력한 규제·지원 정책을 실시하고 있다"며 "상영의 경우 일례로 15~27개의 스크린을 보유한 멀티플렉스에서 한 영화는 최다 4개 스크린을 점유할 수 있고, 나머지 11~23개 스크린에서는 각기 다른 영화를 상영해야 한다"고 밝혔다.
 
반독과점영대위 대표단(이은, 최용배, 김병인)은 최근 프랑스를 방문해 현지에서 CNC 정책 책임자들을 만나 스크린독과점 제도에 대해 심도 있게 토론하는 자리를 갖기도 했다.
 
 프랑스 국립영화센터(CNC)를 방문한 반독과점 영대위 대표단

프랑스 국립영화센터(CNC)를 방문한 반독과점 영대위 대표단 ⓒ 반독과점 영대위

 
반독과점 영대위는 "대규모 자본금이 들어간 영화에 대해 제작·배급사와 극장의 공격적 마케팅은 그들이 펼칠 수 있는 전략의 하나라고 본다"면서도 하지만 이로 인해 영화 향유권과 영화 다양성이 침해받는 것은 부당하고, 산업 내 공정 환경 질서가 자율적으로 지켜지지 않을 때 국회와 정부는 당연히 앞장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국민이 부여한 자신들의 의무이자 책임을 완수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어 "제각각 다른 영화를 선택하고 향유하는 것은 관객의 권리이고, 영화 다양성은 영화(산업) 발전의 근간"이라며 "스크린 독과점은 이를 가로막는 반문화적인 폐단"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영화 향유권 보장과 영화 다양성 증진을 위한 스크린 독과점 금지 등은 프랑스의 사례에서 배워야 한다"며 "정부와 국회는 전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왜곡된 시장 질서를 바로잡고, 영화생태환경을 회복시킬 수 있도록 '영화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강력히 요구했다.
 
반독과점 영대위가 <백두산> 개봉 다음 날에 입장문을 발표해 비판에 나선 것은 연말 성수기를 맞아 스크린독과점 문제가 심해지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겉보기에는 스크린독과점 행태에 비판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이 문제를 수수방관하는 정치권에 대한 비판이 핵심이다.
 
법률적 규제가 필요한 사안에서 국회가 대기업의 로비 등으로 머뭇거리고 있는 모습을 비판한 것이다. 극장에서 다양성이 점차 사라지고 있는 데 따른 우려와 함께 심각한 사안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는 정부와 국회에 대한 불신감이 입장문에 포함돼 있다.
 
평소 스크린독과점 문제에 대해 강하게 지적해 온 최광희 평론가는 소셜 미디어에 "한국영화의 스크린독과점에 대해선 말을 아껴온 관행을 지적한 바 있는데, 영화인들이 <겨울왕국 2>에 이어 <백두산>의 스크린독과점도 비판하며 성명을 낸 것은 영화계의 진정성과 절박함이 증명된 셈이다"라며 "공은 국회와 정부로 넘어갔고, 더 이상의 직무유기는 죄악이다"라고 지적했다.
 
스크린독과점 반독과점영대위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