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수원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19-2020 V리그 여자부 현대건설-GS칼텍스와의 경기를 끝으로 여자부 상반기의 모든 경기가 종료되며 브레이크 타임에 들어갔다. 

여자부의 경우 상위권 세 팀과 하위권 세 팀의 격차가 라운드를 거듭할수록 뚜렷해졌다. 현재 3위 GS칼텍스와 4위 KGC인삼공사의 승점 차이가 12점이나 날 정도로 승점 격차가 심하다. 시즌의 반환점을 돈 지금, 봄 배구 진출에 유리한 고지를 점한 현대건설, 흥국생명, GS칼텍스가 상반기에 선전할 수 있었던 이유를 1위 현대건설부터 분석해보았다.
 
 이번 시즌 이다영이 좋아진 점은 무엇보다 세터로서 가장 기본적으로 갖추어야 할 토스의 정확도가 상당히 좋아졌다는 점이다.

이번 시즌 이다영이 좋아진 점은 무엇보다 세터로서 가장 기본적으로 갖추어야 할 토스의 정확도가 상당히 좋아졌다는 점이다. ⓒ 한국배구연맹

  
대표팀에 다녀온 이다영, 마침내 그 꽃을 피우다

사실 지난 시즌까지만 하더라도 이다영은 아직 기량이 올라오지 않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원래부터 장신에서 나오는 토스 타점이나 사이드로 밀어주는 힘은 좋았지만, 팀의 레프트 한자리가 비면서 흔들리는 리시브에 이다영도 토스 범실을 하며 같이 흔들리는 경기가 많았다. 하지만 대표팀에서 모든 공격수를 활용하는 라바리니 감독의 배구를 접한 후 눈부시게 성장했다. 라바리니 감독은 훈련에서부터 유독 이다영 세터와 많은 이야기를 나눴는데, 양 사이드를 활용한 과감한 토스와 보다 많은 선수가 공격에 참여하는 플레이를 하도록 주문했다.

이번 시즌 이다영이 좋아진 점은 무엇보다 세터로서 가장 기본적으로 갖추어야 할 토스의 정확도가 상당히 좋아졌다는 점이다. 특히 라이트 공격수에게 가는 백토스는 상당히 먼 거리임에도 불구하고 공격수가 스텝을 밟고 들어오는 그대로 타점을 잡고 때릴 수 있게 그림같이 올라가고 있다. 또한 반발력이 강한 사용구로 인해 상대 코트로 바로 넘어가는 공을 잘 잡아주며 상대 팀의 찬스를 허용하지 않는 한편, 11월 3일 IBK기업은행과의 경기에서는 여자부 세터 최초로 두 자릿수 득점을 돌파했다. 
 
 정지윤은 대체 불가능한 선배인 양효진을 점점 닮아가고 있다.

정지윤은 대체 불가능한 선배인 양효진을 점점 닮아가고 있다. ⓒ 한국배구연맹

  
현대건설 공격의 중심, 양효진-정지윤

센터 포지션임에도 불구하고 팀에서 가장 많은 득점을 하는 경기가 많았던 양효진이다. 늘 그렇듯이 이번 시즌에도 양효진은 팀이 어려울 때 결정을 해 주는 해결사 역할을 하고 있다. 디우프, 러츠, 이재영 등 다른 팀의 에이스들을 제치고 양효진이 오픈 공격 1위에 올라와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슬로우 스타팅으로 시작했던 블로킹도 어느새 1위를 다시 되찾았다. 양효진이 공수를 가리지 않고 중심을 잡아준 덕분에 현대건설은 전반기 단독 1위라는 높은 성적표를 받을 수 있었다.

현대건설이 올 시즌 더 무서운 건 양효진의 대각에 정지윤이 있다는 것이다. 보통은 잘하는 선수가 후위로 내려가면 상대적으로 약한 선수가 자리하는 것이 배구 로테이션의 묘미이지만, 정지윤은 올 시즌 배구에서 흔히 발생할 수 있는 징크스를 모두 깨버리고 있다. 19일 GS칼텍스와의 경기에서도 헤일리와 같은 17득점을 올리며 팀의 승리를 이끌었다. 이날 경기에서 눈에 띄었던 점은 오픈 공격 점유율은 오히려 헤일리보다 더 많이 가져갔다는 점이다. 어려운 볼을 정지윤이 잘 처리해줄 것이라는 세터의 믿음에서 나오는 기록이기도 하다. 정지윤은 대체 불가능한 선배인 양효진을 점점 닮아가고 있다.
 
 올 시즌 현대건설의 주장 마크를 단 황민경은 주장으로서의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올 시즌 현대건설의 주장 마크를 단 황민경은 주장으로서의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 한국배구연맹


주장 황민경의 책임감, 잘 버텨주고 있는 고예림, 눈부신 디그의 김연견

앞서 언급한 이다영과 양효진, 그리고 정지윤이 눈에 보이는 화려한 플레이를 보여준다면, 올 시즌 현대건설의 주장 마크를 단 황민경은 주장으로서의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다영이 분배 배구를 할 수 있게 리시브의 중심을 잘 잡아주고 있고, 공격에서도 자신에게 올라오는 좋지 않은 볼들을 말 그대로 책임감 있게 처리해주는 모습이 돋보인다. 분위기를 전환시키는 강력한 서브도 황민경의 무기이다. 황민경은 팀에서 가장 서브가 좋은 세트당 0.31개의 서브 득점을 기록하고 있다.

이번 시즌 FA로 현대건설에 들어온 고예림도 물론 고전하고 있기는 하지만 자신에게 날아오는 많은 서브들을 잘 버텨주는 모습이다. 레프트 한자리의 리시브가 흔들려서 어려운 시즌을 보냈던 현대건설이었기 때문에 고예림이 현대건설에 있고 없고의 차이는 생각보다 크다. 중앙의 오픈 공격 점유율이 높은 현대건설이지만, 배구에서는 어쩔 수 없이 양쪽 윙으로 공이 올라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 생기는데 고예림의 공격력은 현대건설이 사이드 아웃을 원활하게 돌릴 수 있게 기여했다.

김연견도 현대건설의 숨은 공신 중의 하나이다. V리그 여자부에서 플라잉 디그가 가능한 선수가 몇 되지 않는데, 김연견이 바로 플라잉 디그를 할 수 있는 대표 선수이다. 사실 리베로라는 포지션은 잘하면 다행이고, 못하면 눈에 크게 띄는 쉽지 않은 포지션이다. 공을 끝까지 쫓아가 살려내는 김연견의 희생이 현대건설이 마지막에 치고 올라갈 수 있었던 시작점이었는지도 모른다.
 
 결정적인 상황에서 공격 범실이 잦았던 마야보다 순도 높은 공격을 구사하는 헤일리의 합류로 현대건설은 우승을 향한 마지막 퍼즐을 채웠다.

결정적인 상황에서 공격 범실이 잦았던 마야보다 순도 높은 공격을 구사하는 헤일리의 합류로 현대건설은 우승을 향한 마지막 퍼즐을 채웠다. ⓒ 한국배구연맹


행복 배구를 하고 있는 헤일리와 강력한 신인왕 후보 이다현

순항을 하고 있던 현대건설에게 마야의 부상은 청천벽력과도 같은 소식이었다. 고심 끝에 현대건설은 이전에 KGC인삼공사에 뛴 적이 있었던 헤일리를 대체 용병으로 영입했다. 위기는 또 다른 기회라는 말을 증명하듯 결정적인 상황에서 공격 범실이 잦았던 마야보다 순도 높은 공격을 구사하는 헤일리의 합류로 현대건설은 우승을 향한 마지막 퍼즐을 채웠다. 팀을 위해 희생할 줄 알고, 인성이 바르고 착한 선수라는 점도 팀에 아주 좋은 에너지를 불어넣고 있다.

이번 시즌 코트를 처음 밟은 신인 이다현도 교체로, 필요할 때는 스타팅으로 들어가며 팀에 활력을 더하고 있다. 신인이지만 신인답지 않은 간결하면서도 묵직한 플레이가 인상적인데, A, B 속공, 이동 공격, 시간차를 비롯해 킬 블로킹, 유효 블로킹 등 공수에서 센터가 할 수 있는 모든 능력치가 다 좋은 이다현의 등장에 배구 팬들이 반색하고 있다. 이번 시즌 강력한 신인왕 후보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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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리그 여자부 현대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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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의 인생에 기여하고 싶어서 글을 쓰는 저널리스트(journalist)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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