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프루시안테의 복귀 이후 발표되었던 앨범 < Californication >

존 프루시안테의 복귀 이후 발표되었던 앨범 < Californication > ⓒ 워너뮤직코리아


지난 12월 16일 아침, 록 팬들에게 '행복한 경악'을 선사하는 소식이 울려 퍼졌다. 미국 록밴드 레드 핫 칠리 페퍼스(Red Hot Chili Peppers)가 기타리스트 존 프루시안테(John Frusciante)의 재합류를 선언했기 때문이다.

존 프루시안테는 레드 핫 칠리 페퍼스의 전성기를 상징하는 기타리스트다. 한편 2009년 이후, 10년 동안 레드 핫 칠리 페퍼스의 멤버로 활약해 온 조시 클링호퍼(Josh Klingoffer)는 팀을 떠나게 되었다. 밴드 측은 그에 대한 깊은 감사를 표현했다.

"록 음악 추천 좀 해줘."

종종 이런 부탁을 받을 때가 있다. 나는 그때마다 오아시스나 뮤즈, 콜드플레이, 너바나 등 다분히 모범적인 대답들을 꺼내곤 한다. 물론 레드 핫 칠리 페퍼스의 이름 역시 빼놓지 않는다. 이 밴드에게 장르적인 구분은 중요하지 않다. 얼터너티브 록의 토대 위에 훵크(Funk), 힙합 등 다양한 장르의 그루브를 받아들인 이들의 음악은, 록 팬이 아닌 이들에게도 자신 있게 권할 수 있는 것이다. '베이스의 신' 플리(Flea)의 절륜한 슬랩 연주와 앤서니 키 에디스가 들려주는 랩의 조화는 말할 것도 없다. 

이들의 음악은 듣는 이로 하여금 자연스럽게 춤을 추도록 만드는 힘을 갖췄다. 그리고 이 화려한 멤버들에 맞추어 그루브 한 연주를 들려주는 기타리스트가 존 프루시안테였다. 존 프루시안테의 연주는 그를 '젊은 전설'로 만들었다.  BBC가 선정한 '지난 30년간 가장 위대한 기타리스트' 1위에 꼽히기도 했고, 롤링스톤이 선정한 '역사상 가장 위대한 기타리스트 100'에서는 18위에 올랐다.

두 번의 탈퇴, 두번의 복귀

레드 핫 칠리 페퍼스가 결성될 당시의 기타리스트는 힐렐 슬로박이었다. 그러나 슬로박은 1988년 약물 과다 복용으로 사망했다(그 이후 합류한 존 프루시안테와 드러머 채드 스미스가 대표적인 멤버로 여겨진다). 열여덟 살의 나이로 밴드에 합류한 이후, 존 프루시안테에게는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1991년, < Blood Sugar Sex Magik >은 밴드를 상징하는 명반이었다. 롤링스톤이 선정한 '역사상 가장 위대한 앨범 500'에 선정되기도 한 이 앨범은 가공할만한 성공을 거두었다. 레게, 록, 랩의 그루브를 모두 결합한 'Give It Away', 그리고 이와 반대되는 감성의 'Under The Bridge' 등의 성공과 함께, 밴드는 정상을 점거했다. 그 중심에는 존 프루시안테의 기타가 있었다.

그러나 '록스타'를 동경하지 않았던 존 프루시안테의 입장에서, 자신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은 명성을 받아들이기란 어려웠다. 앨범이 발표된 지 1년이 되는 1992년, 그는 홀연히 팀을 떠났다. 이후 프루시안테는 수년 동안 심한 약물 중독에 시달렸다. 보컬 앤서니 키 에디스의 설득을 받아들이고, 팀에 다시 복귀했다. 복귀 직후 발표한 < Californication >과 < By The Way >, < Stadium Arcadium > 등 세 장의 앨범을 거치면서, 밴드는 최고의 자리를 굳혔다. 'Can't Stop', 'Californication', 'Snow(Hey Ho) 등, 밴드를 상징할 수 있는 히트곡들이 탄생했다. 

그러나 레드 핫 칠리 페퍼스의 정상궤도와 별개로 그는 다시 팀을 홀연히 떠났다. 불화가 아니라, 음악적 철학의 차이 때문이었다. 이후 솔로 활동을 통해 음악적 실험을 계속해 온 그는 팀을 떠난 지 10년 만에 레드 핫 칠리 페퍼스의 멤버로 돌아왔다. 실로 다사다난한 30년이었다.

레드 핫 칠리 페퍼스는 지금까지 한국을 두 번 찾았다. 한일 월드컵으로 온 나라가 뜨겁던 2002년 여름에 처음 찾았고, 두 번째는 2016년 지산 밸리 록 페스티벌을 통해서였다(당시에는 존 프루시안테의 후임 조시 클링호퍼가 기타를 연주했다). 프루시안테가 재합류한 레드 핫 칠리 페퍼스를 한국에서 볼 수 있기를 기대하는 것도 즐거운 일 아닌가. 기타의 명인이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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