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수요일은 음악프로>의 한 장면

tvN <수요일은 음악프로>의 한 장면 ⓒ CJ ENM

 
냉정히 말해 tvN 예능 프로그램 <수요일은 음악프로>는 아직까지 시청률, 화제성 등 여러 면에서 아쉬운 예능이다.

'음악'이라는 소재를 놓고 스튜디오 퀴즈, 당일 코스 도심여행, <유희열의 스케치북> 패러디 등 전혀 다른 구성의 방송을 매주 이어간다. 그렇다 보니 시청자들로선 집중력 있게 프로그램을 지켜보기 어렵다. 그럼에도 30일 방송된 제5화 '숨은 명곡회' 편은 이 프로그램의 존재 목적을 뒤늦게, 그리고 제대로 설명해주는 시간이었다.

이 역시 tvN <수요미식회>를 패러디한 제목에서 알 수 있듯, 대중에겐 덜 알려진 명곡들을 소개하면서 그 속에 얽힌 추억담 등을 주고 받았다. 이런 구성을 원하던 시청자들이 많았을까? 첫 회를 제외하곤 시청률 0.7% 대로 고전하던 <수요일은 음악프로>는 이날 만큼은 1.4%(닐슨코리아 유료가구 플랫폼 기준)를 기록하며 반등의 계기를 마련한다.

귀 호강하는 음악 감상회

가창을 주로 보여주는 기존 음악 예능과 달리 <수요일은 음악프로> '숨은 명곡회' 편은 철저히 출연진들의 대화를 중심으로 꾸며졌다. 제일 선배 격인 초대손님 노사연이 직접 기타 연주로 노래를 들려주는 대목도 있었지만 잠시뿐이었다. 장기하, 이찬혁(악뮤), 허지웅이 소개하는 자신만의 애청곡을 함께 들어보며 색다른 음악 여행에 돌입한다.

7080세대에겐 친숙한 김창완, 배인숙, 이문세, 해바라기부터 언니네 이발관, 이영훈, 문명진 등 시대와 장르는 제각기 달랐지만 누군가에게 위안과 즐거움을 줬다는 추억은 방송을 지켜보는 시청자들과도 진한 교감을 이룬다. 라디오에서조차 좀처럼 듣기 힘든 음악들이 평일밤 황금시간대 TV를 통해 울려 퍼지며 모처럼 음악 팬들로선 귀 호강하는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눈길을 모은건 제작진의 세심한 배려다. 특별한 영상이 존재하지 않던 과거 곡들이 상당수라는 점을 감안해 제작진은 각 노래에 어울릴만한 일러스트를 준비해 화면으로 구성하는 등 손이 많이 드는 작업을 기꺼이 감수한다. 

이밖에 폭소를 자아낸 노사연의 학창시절 경험담, 군복무 시절 음악을 만들었던 장기하와 이찬혁 등의 이야기를 중간에 섞어 자칫 지루할 수도 있을 법한 1시간반 남짓한 방송에서 윤활유 역할을 담당해줬다.  

실시간 인기곡만이 세상의 음악은 아니다.
 
 tvN <수요일은 음악프로>의 한 장면

tvN <수요일은 음악프로>의 한 장면 ⓒ CJ ENM

 
음악이 넘쳐나지만 정작 제대로 음악을 듣기 힘든 시대다. 이젠 돈 들여 음반을 살 필요도 없고 매달 일정 금액을 지불하면 다양한 곡을 무제한으로 감상할 수 있다. 그러나 정작 숨겨진 작품을 찾으려는 노력은 예전만 못하다.  

극장 관람에 앞서 각종 영화 프로그램과 유튜브 채널을 찾아보는 일은 흔하지만 음악을 듣기 위해 장시간을 할애하는 빈도는 그리 많지 않다. 굳이 타인의 추천까지 참고하면서 음악을 찾아보려는 수고는 마치 시간 낭비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결국 그냥 클릭 몇번으로 1~100위곡만 듣는 세태에, 시각적 즐거움을 주는 여러 음악에 제법 많은 좋은 노래들이 가려지는 게 현실이다.

"나이가 들다 보니까 예전에 무슨 노래를 들었을 때, 무슨 영화를 봤을 때로 과거가 생각나더라. 음악과 영화로 인생 구간이 정리가 되는 것 같다." 

이날 <수요일은 음악프로>에 출연한 허지웅은 이렇게 말했다. 누군가에게 음악은 그가 걸어온 인생을 되돌아보는 일기장이나 사운드트랙 역할을 담당하기도 한다. 그저 내가 좋아했던, 그 시절 나에게 즐거움을 줬던 음악들에겐 인기 순위라는 건 그저 무의미할 뿐이다. 세상 속 음악엔 실시간 인기곡만 존재하는 건 아니다.

이젠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수요일은 음악프로>
 
 tvN <수요일은 음악프로>의 한 장면

tvN <수요일은 음악프로>의 한 장면 ⓒ CJ ENM

 
<수요일은 음악프로>는 모처럼 시대를 역행하는 주제로 꾸며, 갈수록 가볍게 다뤄지는 음악의 소중한 가치를 일깨워준 기대 이상의 내용을 담아냈다. 색다른 음악을 알고 싶어하는 시청자들이 아직 많다는 것을 발견한 시간이기도 했다. 하지만 매회 다른 구성을 택하는 프로그램 특성상 '숨은 명곡회' 편은 단발성 기획에 그칠 가능성도 크다. 방송 직후 소개된 다음 주 예고편은 다시 야외로 나가 진행되는 버라이어티 예능의 방식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음악과 관련된 모든 것을 담아보겠다"는 당초 유호진 PD를 비롯한 제작진의 기획 의도와 욕심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그러나 이젠 백화점식 구성으로는 시청자들의 눈길을 끌기 어려워 보인다. 앞선 23일 4회 방영분에선 '전현무의 스케치북'이라는 콘셉트로 고정 출연진 vs. 음악 초대손님 간의 게임 대결에만 치우치면서 산만함을 떨쳐내지 못하기도 했다. 

'숨은 명곡회' 편을 계기로 <수요일은 음악프로>는 수요일밤 인기 예능으로 안착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는 데 성공했다. 시청자들이 이 프로그램에 무엇을 기대하고 어떤 내용을 바라는지를 파악했다면 이에 부응하는 기획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수요일은 음악프로>에게 선택과 집중이 필요해 보인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상화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https://blog.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수요일은음악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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