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키움 선수단과 하이파이브하는 허문회 수석코치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키움 선수단과 하이파이브하는 허문회 수석코치 ⓒ 키움히어로즈


 
창단 후 9번째 최하위를 기록한 롯데호의 19번째 선장이 결정됐다.

롯데 자이언츠 구단은 27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허문회 키움 히어로즈 수석 코치와 계약기간 3년에 총액 10억5000만원(계약금 3억 원+연봉 2억5000만원)에 감독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지난 7월 양상문 감독 사퇴 후 공필성 감독대행 체제로 잔여시즌을 치른 롯데는 한국시리즈 일정이 끝난 다음날 곧바로 허문회 감독과의 계약 소식을 공개했다.

롯데의 19대 사령탑이 된 허문회 감독은 키움의 장정석 감독, SK 와이번스의 염경엽 감독, 삼성 라이온즈의 허삼영 감독과 마찬가지로 소위 스타 플레이어 출신 감독과는 거리가 멀다. 하지만 2003년 현역 생활을 마친 후 LG 트윈스와 상무, 히어로즈에서 다년 간 코치 생활을 해온 '준비된 지도자'로 꼽힌다. 과연 허문회 감독은 풍부한 현장 경험을 살려 꼴찌로 추락한 롯데를 살려낼 수 있을까.

히어로즈의 '넥벤저스' 타선을 만들어낸 숨은 공로자

허문회 감독은 현역 시절 LG와 롯데, 그리고 다시 LG를 거치며 10년 동안 523경기에 출전해 타율 .269 20홈런129타점을 기록했다. 대부분의 야구팬들은 서용빈(SPOTV 해설위원)의 백업 1루수로 활약했던 LG 시절의 허문회 감독을 많이 기억하고 있다. 하지만 사실 허문회 감독은 1994년 신인드래프트에서 2차 1라운드로 해태 타이거즈에 지명됐을 정도로 뛰어난 유망주였다.

허문회 감독은 프로에 지명되자마자 해태와 LG의 간판타자 한대화와 김상훈이 포함된 4:2 트레이드를 통해 LG로 이적했고 LG에서 6라운드 출신의 '깜짝스타' 서용빈에게 밀려 백업을 전전했다. 허문회 감독은 2001년 트레이드를 통해 고향팀 롯데로 이적했지만 외국인 선수 훌리안 얀과 유망주 이대호에 밀려 기회를 얻지 못했고 2003년 다시 LG로 컴백해 한 시즌을 뛰고 현역 생활을 마감했다.

현역 은퇴 후 세광고와 춘천고에서 코치 생활을 한 허문회 감독은 2007년부터 5년 동안 친정팀 LG에서 2군 타격코치로 활동했다. 그 때까지만 해도 허문회 코치는 현역 은퇴 후 프로에서 간신히 코치 생활을 연명하는 평범한 지도자에 불과했다. 2012년에는 LG에서 김무관 타격코치(SK 루키군 야수총괄코치)를 영입하면서 LG를 떠나 상무로 자리를 옮기기도 했다.

상무에서 지도자 생활을 이어가던 허문회 감독은 2013년 염경엽 감독이 넥센 히어로즈 감독으로 부임하면서 히어로즈의 1군 타격코치에 선임됐다. 그리고 히어로즈는 허문회 감독이 타격코치로 선임된 후 박병호, 강정호, 서건창, 유한준(kt 위즈) 등의 타격이 폭발하면서 '넥벤저스'로 불리는 강력한 타선을 구축했다. 파워와 멘탈을 중요시 여기던 허문회 감독의 타격 철학이 히어로즈의 재능 있는 타자들을 만나 꽃을 피운 것이다.

2014 시즌이 끝난 후 심재학 타격코치(MBC SPORTS+ 해설위원)가 가세하면서 허문회 감독은 2군 타격 총괄 코치로 히어로즈에 잔류했다. 작년 5월부터는 히어로즈의 수석코치로 장정석 감독을 보좌하면서 작년 플레이오프 진출, 올해 한국시리즈 준우승에 기여했다. 스타 선수 출신이 아니라 전면에서 돋보이는 경우는 많지 않지만 히어로즈의 성공 스토리 뒤에는 언제나 허문회 감독이 있었다.

허문회 감독은 사직 야구장을 다시 시끄럽게 만들 수 있을까

사실 정규리그가 끝난 후 롯데의 새 감독에 대한 하마평이 돌 때도 허문회 감독은 야구팬들이 예상하던 1순위 후보가 아니었다. 많은 야구팬들은 롯데의 새 감독이 한국시리즈 진출팀에 있다는 소문을 들은 후 1순위 후보로 롯데의 주장 출신이자 두 차례 2루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수상했던 두산 베어스의 조성환 수비코치를 예상했다. 하지만 롯데의 선택은 우승팀 두산의 조성환 수비코치가 아닌 준우승팀 키움의 허문회 수석코치였다.

롯데의 새로운 수장으로서 허문회 감독이 손 봐야 할 자리는 대단히 많다. 롯데는 올해 48승3무93패로 9위 한화 이글스와 8.5경기나 뒤진 압도적인 최하위팀이었다. 팀 타율(.250)과 팀 평균자책점(4.83)에서 모두 최하위에 머물렀을 정도로 투타에서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이었다. 그나마 타율 .301 22홈런83타점85득점으로 롯데의 마지막 자존심을 세워준 간판타자 전준우는 올 시즌이 끝난 후 FA자격을 얻는다.

롯데와 허문회 감독의 가장 중요한 과제는 바로 외국인 선수 선발이다. 타율 .251 9홈런37타점에 그친 제이콥 윌슨, 롯데 이적 후 16경기에서 3승8패 평균자책점 4.95에 머문 브룩 다익손과의 재계약은 사실상 결렬이 유력하다. 여기에 작년 시즌 5승14패3.88로 리그 최다패의 불명예를 쓴 장수 외국인 투수 브룩스 레일리와의 재계약 역시 장담할 수 없다. 외국인 농사가 팀의 한 시즌을 좌우하는 만큼 롯데는 팀의 사활을 건 외국인 선수 영입이 필요하다.

허문회 감독은 히어로즈 타격 코치 시절 박병호의 잠재력을 깨워주고 슬럼프에 빠진 서건창에게 가장 잘 맞는 타격폼을 조언한 지도자로 유명하다. 물론 감독이 된 만큼 전면에서 선수들의 타격을 지도하는 일은 코치의 몫이다. 하지만 유능한 '타격 전문가'가 감독으로 부임한 만큼 롯데 팬들은 내년 시즌 고승민, 오윤석, 한동희 등 유망주 야수들의 성장에 많은 기대를 걸고 있다.

성적이 나오지 않아도 참고 기다려 '보살'이라는 애칭(?)까지 붙은 한화 이글스팬들에 비해 롯데팬들은 솔직하고 직설적이다. 성적이 좋으면 사직 야구장을 세계 최대 규모의 노래방으로 만들어 버리고 성적이 나쁘면 야구장은 물론 사직동 인근을 한산하게 만들어 버린다. 구단 수익은 물론 야구장 근처의 상권까지 책임질(?) 허문회 감독의 2020 시즌이 더욱 중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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