챔피언십시리즈에 맞붙는 워싱턴-세인트루이스

챔피언십시리즈에 맞붙는 워싱턴-세인트루이스 ⓒ 정강민

 
이번 4개의 디비전시리즈 중 3개는 모두 5차전까지 이어지는 혈투였다. 양키스와 미네소타의 천적관계가 그대로 이어진 것을 제외하면, 모든 시리즈는 일진일퇴의 공방 속에 치열한 전개를 이어왔다. 첫판부터 피, 땀, 눈물을 쏟아내고 나서야 다음 라운드로 갈 자격을 갖춘 팀들이 등장했다.

운명의 날이었던 10일(한국시간), 애틀랜타를 상대로 1회부터 10점을 뽑아내며 마지막 경기를 상당히 허무하게 만들고 올라온 세인트루이스, 내셔널리그 최다승 팀을 맞아 물러섬 없이 두들겨 결국 빗장을 뚫어내 승리를 쟁취한 워싱턴이 더 깊은 가을을 맞이할 내셔널리그의 두 팀으로 결정됐다.

한때 감독 경질설까지 나돌 정도로 흉흉했던 분위기를 알신한 끝에 첫 챔피언십시리즈 진출을 노리는 워싱턴은 이제 5년 전, 자신들의 디비전시리즈 악몽의 시작을 알렸던 세인트루이스를 상대한다. 이에 맞설 세인트루이스는 작년 중반 감독대행으로 합류한 실트 감독의 지휘 아래 결속력을 쌓아 올리며 차근차근 준비해온 팀이다.

가을의 고전으로 향하는 마지막 갈림길에서, 자이언트 킬링의 어려움을 해내고 올라선 두 팀이 마주하게 됐다. 오랜만에 밟는 NLCS(세인트루이스 2014 이후 처음 / 워싱턴 1981(당시 몬트리올) 이후, 워싱턴 연고지 시절 한정 첫 무대) 무대에서 또 하나의 혈투가 막을 올리려 한다.

# 세인트루이스 vs. 워싱턴, 첫 혈투 이겨낸 끈기들 간의 맞대결
 
 워싱턴-세인트루이스 주요 성적 비교

워싱턴-세인트루이스 주요 성적 비교 ⓒ 정강민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 티켓을 먼저 차지한 세인트루이스의 진출은 그들 중에서도 더욱 극적이었다고 할 수 있었다. 1차전부터 8회에 역전한 경기를 만들어냈으며, 4차전 패배 직전까지 몰린 경기를 큰형님 격인 몰리나가 동점, 그리고 끝내기 적시타까지 연거푸 쳐내 희망의 불씨를 살려줬다. '좀비 DNA'의 거센 저항에 애틀랜타가 쉽게 끝내지 못하자 5차전 대승을 통해 직접 시리즈를 집어 삼키기에 이르렀다.

워싱턴은 기적으로 점철된 포스트시즌을 보내고 있다. 단판전과 최종전의 8회 공격에서 극적인 승부를 만들면서 워싱턴 연고지 이전 후 첫 챔피언십시리즈 티켓을 따냈다. 하퍼 대신 선택된 소토의 기적을 이끌어내는 활약이 있었고, 팀 선발투수들의 헌신적인 피칭을 통해 워싱턴은 그토록 바랬던 2라운드 진출을 이룰 수 있었다.

상대 전적에서는 워싱턴이 세인트루이스에 크게 뒤쳐졌다. 4월 말 첫 대결에서 세인트루이스가 내셔널스파크 4연전에서 3승을 쓸어담았던 바 있다. 5개월이 지난 뒤에도 세인트루이스는 여전히 내셔널스를 틀어막았다. (2승 1패 위닝시리즈) 시즌 초와 시즌 말 모두 변함없이 일관된 상대 전적을 보여준 세인트루이스는 5년 전 좋은 기억과 더불어 워싱턴을 상대로 자신감 있게 시리즈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상대전적은 좋지 않은 워싱턴이지만, 전력측정 및 랭킹산정시스템인 ELO 레이팅 상에서는 세인트루이스에 우위를 점하고 있다. 다저스에 이은 내셔널리그에서만 2위(전체 4위)에 해당되는 워싱턴은 이제는 자신들보다 아래인 세인트루이스(전체 6위)를 만나게 된다. 또 4월의 경우 한창 자신들의 성적이 추락해 있었던 시기였기 때문에 분위기 반전된 이후 홈구장에서 어떤 모습을 보일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할 것이다.

# 선발 분석
 
 워싱턴과 세인트루이스의 선발진 성적 비교

워싱턴과 세인트루이스의 선발진 성적 비교 ⓒ 정강민

 
워싱턴의 선발 트로이카인 슈어저-스트라스버그-코빈은 우선 와일드카드와 디비전시리즈를 거치는 동안에는 크게 문제를 보이지 않았다. 코빈이 불펜등판에서 삐끗하긴 했지만 선발로는 무리없이 던져줬다. 여기에 아니발 산체스도 긴 이닝까진 아니더라도 자신이 맡은 이닝에서는 수준 높은 투구를 보일 수 있는 투수다.

다만 지금 현재 보직파괴를 지속적으로 실행하고 있어 피로도가 계속해서 더 많이 누적이 되어오고 있는데, 이 부분은 잠재적인 변수로 수면 밑에서 언제 터질지 모르는 상태다. 여기에 로테이션 순서도 어떻게 돌아갈지 지켜봐야 한다. 슈어저는 2차전 이후 등판이 가능할 예정이며 코빈이 어떤 경기에 선발로 복귀하게될지 마르티네즈 감독의 선택도 주목해봐야 한다.

세인트루이스의 선발진은 애틀랜타를 상대로 큰 무리 없이 던져줬다. 특히 큰형님인 웨인라이트의 혼신의 120구 피칭은 팀은 마지막에 패배하긴 했지만 상당히 고무적인 일이었다. 아무래도 성적에서는 밀릴 수 밖에 없는 노장 투수가 큰 무대에서 전성기로 돌아간듯한 피칭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웨인라이트의 이러한 활약이 계속된다면 세인트루이스의 선발진은 어떤 팀과 대결해도 밀리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나머지 투수들은 큰 무리가 없이 던져주긴 했어도, 후반기 좋았던 페이스에 비해서는 아쉬웠다. 잭 플래허티는 잘 던졌지만 2차전에서 7이닝째를 소화하다 일격을 허용했다. 다코타 헛슨은 애틀랜타 강타선 앞에서 고전했으며, 마이콜라스의 원정 울렁증은 그에게 1차전 6이닝째 등판을 허락하지 않았다. (정규시즌 원정 17경기 중 6이닝 소화 7회) 기세 오른 워싱턴의 강타선을 상대할 선발투수들이기에 컨디션을 더 끌어올릴 필요는 있다.

# 불펜 분석
 
 워싱턴과 세인트루이스의 불펜진 성적 비교

워싱턴과 세인트루이스의 불펜진 성적 비교 ⓒ 정강민

 
워싱턴의 불펜은 예상을 뒤집지 못했다. 대신 이기는 경기에서는 선발투수들의 도움과 기존 마무리 두리틀, 그리고 유일한 트레이드 성공작인 대니얼 헛슨으로만 최대한 투입하길 원했고 다른 투수들의 관여를 최소화해왔다. 그 결과 이긴 3경기만큼은 단 6실점만 허용하는 짠물투를 보여줬다. (패한 2경기 16실점) 마지막 경기 틈을 메우는 활약을 한 태너 레이니가 3차전과 5차전의 무실점 투구를 이어준다면 구위는 뛰어난 투수인만큼 승전조 구성에 매우 큰 도움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이제는 7차전 시리즈로 바뀌기 때문에 장기전으로 가면 선발투수들이 선발로 두 번을 던져줘야만 하는 상황이다. 당장 코빈도 선발진에서 산체스보다 더 믿음직한터라 지금부터는 선발로서의 코빈의 힘도 절실히 필요한 상황이다. 이들을 계속 불펜으로 중간중간 활용하는 데에 대한 위험과 난이도가 점점 올라가는 상황인 것이다.

실제 작년 불펜과 선발을 오가는 전천후 활약을 한 이볼디는 첫 2경기 선발 이후 나머지 4경기는 전부 불펜투수로 나왔다. 프라이스(5선발/1구원)는 월드시리즈 3차전에서야 실전 불펜등판을 했다. 포셀로(5경기)는 선발 중간중간 2경기 불펜 등판을 가졌지만 챔피언십시리즈 2차전 이후 이볼디에게 역할을 넘겼다. 워싱턴은 이대로 진행하면 이번 시리즈에 위에 언급된 투수들의 경기 수를 넘어설 가능성이 높은데 마르티네즈 감독의 운영법과 팀에 힘을 실어줄 새 얼굴이 나올 수 있을지 주목해야 한다.

워싱턴이 예상대로라면 디비전시리즈 세인트루이스의 불펜 성적은 실망스러웠는데 이게 마무리투수 카를로스 마르티네즈가 난타를 당한 데서 비롯됐다는게 팀 입장에서는 더 충격으로 다가올 것이다. 게다가 기존 마무리 조던 힉스가 이탈한 상황에 마르티네스가 흔들리면 대체할 투수도 마땅치가 않다. 앤드류 밀러(6세이브)는 마무리 상황에서 블론이 많았고 존 갠트(3세이브)는 현재 로스터에도 제외된 상황이다.

마르티네즈가 어려움을 겪고 있음에도 일단 다른 세인트루이스 불펜투수들은 건재한 건 긍정적인 부분이다. 밀러가 승계주자를 철저히 막아내는 소방수본능을 되찾았고 브레비아도 위력을 보여주는등 연결고리는 탄탄하다. 다만 마침표를 찍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으로, 가예고스(승리기여비율 WPA -0.12)가 조금 더 분발하고 마르티네즈의 부활만 이뤄진다면 세인트루이스표 불펜야구는 완벽에 가까운 상황이다.

# 타선 분석
 
 워싱턴과 세인트루이스의 타선 비교

워싱턴과 세인트루이스의 타선 비교 ⓒ 정강민

 
워싱턴은 9월 마지막 2주 간 부진해 속을 태웠던 렌돈과 소토가 완벽히 부진을 떨쳐내는 활약을 하면서 한껏 타선의 분위기가 고조된 상황이다. 하위 켄드릭도 마음의 짐을 덜어내는 마지막 만루홈런 한 방을 쳐내면서 좋지 못했던 요소들을 훌훌 털어버리고 챔피언십시리즈를 기다리게 됐다.

이제 그들이 또 한 번 씻어내야할 상황은 세인트루이스에게 약했던 모습이 될 것이다. 워싱턴 타선은 세인트루이스를 상대로 OPS가 .6에도 미치지 못하는 좋지 못한 활약을 했다. 세인트루이스의 OPS 역시 .652로 인상적이지 못한 편이지만 주축타자 중에 OPS형 타자들이 많았던 워싱턴의 팀컬러를 감안하면 워싱턴의 부진이 더 크게 느껴지는 상황이다. 특히 철저히 당했던 소토(시즌 OPS .949 / 상대 OPS .415)가 다른 모습을 보일 수 있을지 주목해야 한다.

세인트루이스의 복덩이로 불리는 토미 에드먼은 여전히 팀에 좋은 기운을 불어넣어주고 있다. 정확성과 펀치력을 통해 팀에 그간 없었던 OPS형 타자로 새로운 바람을 불러온 에드먼의 활약은 디비전시리즈에도 이어졌다. 여기에 3루와 우익수를 오가며 수비에서도 유틸리티로서의 본분을 다하고 있다. 루키의 활약에 베테랑 중심타자 골드슈미트와 오수나도 덩달아 각성했다. 여기에 다들 득점권에서 대단한 집중력을 발휘해 비율스탯이 낮으면 타점으로라도 기여하는 모습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타자들의 타격감이 좋지 못한 건 여전하다. 에드먼과 그 다음 OPS가 좋은 콜튼 웡의 기록차는 무려 .242에 이른다. OPS가 아닌 타율로 말하는 유형이긴 하지만 정작 타율도 .250으로 평범했다. 이게 그나마 좋은 성적이고 나머지 타자들은 많은 상황에서 어렵지 않게 제압이 가능한 타격감을 보여줬다. 허약하다던 워싱턴의 불펜을 상대로 애를 먹은 의외의 모습을 보였던걸 감안하면 세인트루이스의 타격감이 조금 살아날 필요가 있다.

양팀은 스몰볼에도 능통한 타선으로 내셔널리그 도루 1위를 양분했던 바 있다. 그러나 상대전에서는 9개의 세인트루이스가 4개의 워싱턴을 압도했다. 스즈키(도루저지율 10%)와 몰리나(도루저지율 27%)의 차이나 이름의 무게감에서 비롯된 부분들이 있겠지만, 워싱턴은 평균 이하의 도루저지율을 가진 직전 다저스와의 시리즈에 터너나 로블스, 테일러가 루상에 꽤 자주 나갔음에도 5경기 0도루로 마쳤다.

비록 지난 시리즈 도루시도가 적었지만, 스즈키를 크게 두려워하지 않는 세인트루이스 선수들이 루상에 나가면 큰 위협을 해올 것으로 예상된다. 워싱턴의 수비대응, 그리고 빠른 주자들이 맞불을 놓을 수 있을지도 주목해봐야 할 것이다.

# 관전 포인트

워싱턴은 타선의 활약이 지속되는 것을 1차적으로 바라고 있다. 특히 애틀랜타는 세인트루이스의 추격을 확실히 따돌리지 못했을 때 그 대가를 크게 치루며 패했다. (세인트루이스 역전승 2회) 선발투수들의 기량을 믿고 세인트루이스가 추격할 엄두를 못낼 만큼의 큰 리드를 확보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경기운영이 될 것이다. 가을좀비로 불릴 정도로 한층 더 끈끈한 야구를 펼치는 세인트루이스를 상대할 때는 추격권에서 이들을 떨쳐내는 것이 모든 팀에 있어 중요하다.

워싱턴을 상대하는 이번 가을야구 팀의 전략이라하면 거의 바뀌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선발을 일찍 내리고 불펜을 많이 끌어내야하는 것이 1차 목표다. 여기에 세인트루이스는 지난 디비전시리즈 5차전 벨린저(스즈키 상대 2도루)가 보여준 발야구를 통한 공략도 가능하다. 워싱턴 최강 선발진을 상대로도 물고 늘어지며 여러 방면을 괴롭히는 모습들이 충분히 나와줘야 한다. 투수들은 애틀란타에게 했던 것처럼, 워싱턴을 추격하더라도 최소한의 거리만큼은 계속 유지해주는 피칭이 이어져야 할 것이다.

세인트루이스의 가을은 깊기로 유명하고, 워싱턴은 가을의 깊이를 처음 맛보게 됐다. 가을야구 전문가들을 상대로 할 초심자들의 유쾌한 반란이 일어날지, 아니면 세인트루이스가 루키들을 철저히 요리하는 관록을 발휘할지의 싸움이 될 것이다. 2019시즌 분위기 반전이 징크스 반전으로까지 이어진 워싱턴이 내친김에 5년 전 아픔을 되갚고 가을의 최심부까지 밀고 올라갈지 주목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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