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이 접전 끝에 LG를 따돌리고 2019 준플레이오프의 서막을 장식했다.

장정석 감독이 이끄는 키움 히어로즈는 6일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2019 신한은행 MY CAR KBO리그 준플레이오프 1차전 LG 트윈스와의 경기에서 9회말 박병호의 끝내기 홈런에 힘입어 1-0으로 승리했다. KBO리그가 단일리그 체제로 전환된 1989년 이후 열린 지난 28번의 준플레이오프에서 1차전 승리 팀이 플레이오프에 올라간 확률은 무려 25회였다. 키움은 1차전 승리를 통해 89.2%의 확률을 선점한 셈이다.

키움은 선발 제이크 브리검이 6.2이닝 2피안타 2볼넷 6탈삼진 무실점 호투로 8이닝 8피안타 1볼넷 7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한 LG 선발 타일러 윌슨과 눈부신 투수전을 벌였다. 하지만 9회말에 등판한 LG 마무리 고우석이 던진 초구가 박병호의 홈런으로 연결되면서 순식간에 양 팀의 희비가 엇갈렸다. 양 팀의 2차전은 7일 저녁 같은 장소에서 키움의 에릭 요키시와 LG의 차우찬의 선발 맞대결로 펼쳐질 예정이다.

'노히트 투구' 브리검과 뛰어난 위기관리의 윌슨, 무실점 행진
 
 6일 오후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19 프로야구 준플레이오프 1차전 키움 히어로즈 대 LG 트윈스의 경기. 9회말 키움 선두타자 박병호가 솔로홈런을 친 뒤 장정석 감독과 포옹하고 있다. 2019.10.6

6일 오후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19 프로야구 준플레이오프 1차전 키움 히어로즈 대 LG 트윈스의 경기. 9회말 키움 선두타자 박병호가 솔로홈런을 친 뒤 장정석 감독과 포옹하고 있다. 2019.10.6 ⓒ 연합뉴스

 
LG는 MBC청룡 시절을 포함해 총 4번의 준플레이오프 시리즈를 치러 4번 모두 승리했다. 두산의 전신 OB 베어스가 1993년과 1998년 LG에게 패했고 NC다이노스가 2014년에 LG에게 패했다. 키움 역시 넥센 시절이던 2016년 LG에게 1승 3패로 패한 바 있다. 키움 역시 통산 4번의 준플레이오프를 치러 1승 3패의 시리즈 전적을 기록했는데 유일한 1승이 바로 작년 한화 이글스에게 거둔 3승 1패 승리다.

외국인 에이스 브리검을 선발로 내세운 히어로즈는 익숙한 상위타선에 시즌 막판 좋은 활약을 펼친 김웅빈을 6번 3루수에 배치했다. 임병욱이 부상으로 빠진 자리에는 이정후가 3번 중견수, 김규민이 8번 좌익수로 출전하며 빈 자리를 메웠다. 윌슨이 선발 등판한 LG는 지난 3일 NC와의 와일드카드 결정전과 같은 라인업으로 키움과의 첫 경기에 나섰다. 

키움은 1회 1사 1루, 2회에는 1사 1, 3루의 좋은 득점 기회를 맞았다. 하지만 1회에는 이정후의 타구를 정주현이 그림 같은 타이빙 캐치로 선행주자를 잡아내며 윌슨의 어깨를 가볍게 했고 2회 위기에서는 윌슨이 김규민을 루킹 삼진, 김혜성을 초구에 2루 땅볼로 유도하며 위기를 넘겼다. 윌슨은 매 이닝 주자를 내보내면서도 흔들리지 않고 땅볼을 유도하거나 삼진을 잡아내며 슬기롭게 위기를 탈출해 나갔다.

반면에 키움의 선발 브리검은 4회까지 볼넷 하나 만으로 LG 타선을 압도하며 에이스다운 투구를 선보였다. 브리검은 우타자를 상대로는 몸쪽, 좌타자를 상대로는 바깥쪽을 적극 공략하는 투구로 4회까지 삼진 5개를 곁들이며 노히트 투구를 이어갔다. 특히 3회에는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멀티출루를 기록했던 구본혁과 3안타 2득점으로 맹활약한 이천웅을 연속 루킹 삼진으로 돌려 세우며 위력을 발휘했다.

키움은 4회에도 제리 샌즈의 우전안타와 김웅빈의 좌익선상 2루타로 1사 2, 3루의 좋은 기회를 맞았다. 하지만 윌슨은 이지영을 3루 땅볼, 김규민을 삼진으로 처리하며 또 한 번 실점 위기를 넘겼다. 양 팀은 5회까지 무득점 행진을 이어가며 접전을 벌였지만 61개의 공으로 노히트 6탈삼진을 기록한 브리검과 5회까지 안타 7개를 허용한 윌슨의 투구내용에는 분명 차이가 있었다.

단 1개의 공으로 고우석을 울린 '홈런왕' 박병호의 끝내기 홈런
 
 6일 오후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19 프로야구 준플레이오프 1차전 키움 히어로즈 대 LG 트윈스의 경기. 9회말 키움 선두타자 박병호가 솔로홈런을 친 뒤 주먹을 쥐어보이고 있다. 2019.10.6

6일 오후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19 프로야구 준플레이오프 1차전 키움 히어로즈 대 LG 트윈스의 경기. 9회말 키움 선두타자 박병호가 솔로홈런을 친 뒤 주먹을 쥐어보이고 있다. 2019.10.6 ⓒ 연합뉴스

 
경기 중반까지 더 많은 기회를 만든 건 키움이었지만 선발투수를 먼저 마운드에서 끌어 내린 쪽은 LG였다. LG는 7회초 이형종의 볼넷과 채은성의 안타로 2사 1, 2루의 기회를 잡으며 투구수가 83개에 달한 브리검을 마운드에서 내렸다. 하지만 히어로즈의 두 번째 투수 조상우는 카를로스 페게로를 삼진 처리하며 위기를 넘겼다. LG는 8회초에도 무사 1루 기회에서 유강남의 보내기 번트가 병살로 연결되며 또 한 번 기회가 무산됐다.

윌슨이 8이닝 무실점으로 호투한 LG는 9회말 시즌 35세이브를 기록한 마무리 고우석을 마운드에 올렸다. 하지만 고우석이 만난 타자는 2019 시즌 KBO리그 홈런왕 박병호였다. 박병호는 고우석이 던진 시속 154km 짜리 강속구를 받아 쳐 가운데 담장을 넘기는 끝내기 솔로 홈런을 터트렸다. LG가 자랑하는 마무리 고우석을 울리며 키움의 1차전 승리를 가져다 주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은 한 방이었다.

박병호는 올해 정규리그 122경기에 출전해 타율 .280 33홈런 98타점 92득점을 기록하며 개인 통산 5번째 홈런왕을 차지했다. 하지만 박병호가 기록했던 작년까지의 성적과 이름값을 고려하면 아주 만족스런 시즌이라 할 수는 없었다. 박병호는 가장 큰 목표로 삼았던 6년 연속 100타점이 무산됐고 .280의 시즌 타율 역시 히어로즈에서 풀타임으로 활약하기 시작한 2012년 이후 가장 낮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상대 투수로 하여금 '걸리면 넘어간다'는 엄청난 위압감을 주는 박병호의 존재감은 여전했다. 정규리그에서 키움에게 2승 4세이브 평균자책점 0.96으로 강했던 고우석은 자신 있게 빠른 공을 초구로 선택했지만 박병호는 망설임 없이 배트를 휘둘렀고 타구는 펜스에 붙은 이천웅의 키를 넘어 가운데 담장 너머로 떨어졌다. 박병호는 가을야구 통산 8호이자 준플레이오프 6호 홈런을 가장 중요한 순간에 터트리며 키움에게 1차전 승리를 선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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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2019 포스트시즌 키움 히어로즈 박병호 끝내기 홈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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