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방영된 < 어서 말을 해 >의 한 장면

지난 24일 방영된 < 어서 말을 해 >의 한 장면 ⓒ JTBC

 
지난 8월 신설된 JTBC 화요일밤 예능 <어서 말을 해>가 좀처럼 탄력을 받지 못하고 있다. 편성 당시만 해도 MBC <나 혼자 산다> 인기의 주역, 전현무와 박나래의 재회만으로 관심을 모았는데, 막상 방송이 시작된 후에는 동시간대 전작 <취존생활>과 마찬가지로 시청자 반응이 뜨뜻미지근하다. 

얼마 전부터 개인전 대신 팀 대항전 및 출연진 조정 등 변화를 주긴 했지만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이른바 '예능 투톱 에이스' 전현무, 박나래를 활용하고도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하고 있다면 처음부터 단추를 잘못 끼운 것은 아닐까?

과거 KBS <상상플러스> 연상 시킨 방영 초기
 
 지난 8월 13일 방영된 < 어서 말을 해 >의 한 장면

지난 8월 13일 방영된 < 어서 말을 해 >의 한 장면 ⓒ JTBC

 
지난달 13일 첫 방송 당시 <어서 말을 해>가 내건 프로그램 기획 의도는 "연예계 내로라하는 '말발 센' 연예인들이 한자리에 모여 진정한 '말의 고수'를 가리는 신개념 퀴즈쇼"였다. 우리말, 외래어 등 각종 말, 단어와 관련한 퀴즈를 맞추고 각 출연진들의 입담을 강조한 토크쇼 형식이 양념처럼 가미되었다.  

그런데 모든 출연진이 바닥에 둘러 앉아 진행되는 기본 틀을 비롯해서 여성 아나운서가 근엄한 목소리로 문제를 출제하는 형식까지 과거 KBS 인기 예능 <상상플러스>와 제법 닮아 있다보니, 시청자 입장에선 신선함을 느끼기 어려웠다. 

SNS 신조어를 비롯한 최근 젊은 세대의 언어 습관 등을 반영하는 등 나름의 차별화 시도가 엿보였지만, 이것만으론 <어서 말을 해>만의 색깔을 만들기엔 부족했다. 방영 초반 부진의 원인은 이처럼 과거 프로그램을 연상시키는 개성 부족도 한몫 작용했다.

협업과는 거리가 먼 예능인들의 개인기 위주 방송 
 
 지난 21일 방영된 < 어서 말을 해 >의 한 장면

지난 21일 방영된 < 어서 말을 해 >의 한 장면 ⓒ JTBC

 
검증된 인기 예능인을 쓰면 안정적인 프로그램 진행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반대로 새로움과는 거리가 멀다는 약점도 지닐 수밖에 없다. 안타깝게도 <어서 말을 해>에선 후자의 기운이 강하게 감돌았다.  

특히 <어서 말을 해>는 전현무, 박나래, 문세윤, 붐을 비롯해서 김정난, 최근 합류한 <프듀X101> 출신 이진혁 등 새 얼굴을 투입했지만 하나의 팀으로 활약하기 보단 각자의 개인 기량에만 의존하다보니 전체적으론 어수선한 감을 떨쳐내지 못한다.  

최근 박나래, 붐을 앞세운 팀 대결로 구성을 바꾸면서 기존 출연진 중 강지영 아나운서, 정상훈이 별다른 설명 없이 사라졌지만, 구성의 변화가 아직까진 프로그램의 돌파구로 활용되진 못하고 있다. 여전히 붐은 무리수에 가까운 개인기를 펼치고 박나래와 문세윤은 얼마전 종영된 tvN <뭐든지 프렌즈> 속  분장쇼와 별반 차이 없는 모습만 보여줄 따름이다.  

다수의 인물이  등장하는 예능에서도 이른바 '케미'의 중요성이 프로그램의 성패를 크게 좌우한다는 걸 고려한다면 <어서 말을 해>로선 출연진뿐 아니라 시청자를 끈끈하게 이어줄 확실한 한방을 하루 빨리 마련할 필요가 있다. 

이유있는 2000년대식 게임쇼 예능의 부진
 
 지난 24일 방영된 < 어서 말을 해 >의 한 장면

지난 24일 방영된 < 어서 말을 해 >의 한 장면 ⓒ JTBC

 
올해 들어 천편일률적인 관찰, 해외여행 소재 등에서 탈피해 과거 2000년대 인기를 얻었던 게임+퀴즈 중심의 복고 성향 프로그램이 속속 케이블, 종편 등을 통해 등장했지만 결과물은 그리 만족스럽지 못하다. 

tvN <호구들의 감빵생활> <뭐든지 프렌즈>를 비롯해서 JTBC <찰떡콤비> 등이 몇 주 버티지 못한 채 사라지면서 소위 '뉴트로'를 앞세운 예능 안착이 생각보다 쉽지 않음을 확인시켜줬다.

과거의 추억은 가져왔을지 몰라도 정작 가장 중요한 재미는 소환하지 못했다. 그건 예능인들이 지닌 기존의 캐릭터쇼, 개인기 뽐내기에만 머물면서 정작 프로그램 속에 꼭 품고 있어야 할 치밀한 설계에는 소흘했기 때문이다. 

안타깝게도 <어서 말을 해> 역시 앞서 운명을 마감하고 만 2019년 신규 예능의 전철을 밟으려는 모양새다. 일부 구성의 재정비로 반등의 기회를 찾고 있지만 아직 확실한 돌파구는 찾지 못했다.  과거의 소재를 사용하더라도 이를 만드는 도구, 담아내는 그릇 만큼은 획기적으로 바꿔야 하지 않을까? 이미 예측 가능한, 뻔한 구성으로는 까다로운 시청자들의 입맛을 사로잡기 어렵다. 
덧붙이는 글 필자의 블로그 https://blog.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어서말을해 전현무 박나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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