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가 적지에서 이틀 연속 kt를 제압하고 5위 경쟁에 유리한 고지를 점령했다.

이동욱 감독이 이끄는 NC 다이노스는 13일 수원 kt 위즈파크에서 열린 2019 신한은행 MY CAR KBO리그 kt 위즈와의 원정 경기에서 홈런 1방을 포함해 11안타를 터트리며 5-2로 승리했다. 5위 경쟁의 분수령이 될 kt와의 원정 2연전을 쓸어담은 NC는 정규리그 12경기를 남긴 채 kt와의 승차를 3.5경기로 벌리며 포스트시즌 막차티켓 확보에 더욱 가까이 다가갔다(67승1무64패).

NC는 외국인 투수 드류 루친스키가 5이닝6피안타4사사구3탈삼진1실점으로 시즌 9승째를 올렸고 4명의 불펜투수도 남은 4이닝을 1실점으로 막으며 승리를 지켰다. 타석에서는 시즌 9호 홈런을 터트린 김성욱과 결승타를 포함해 2안타2타점1득점을 기록한 모창민의 활약이 돋보였다. 그리고 4년 전 가을야구에서 앙상해진 몸으로 힘 없는 시구를 던지던 원종현은 마무리로 활약한 올 시즌 생애 첫 30세이브 고지를 밟았다.
 
NC 마무리 원종현 역투 1일 경남 창원시 마산회원구 창원NC파크에서 열린 프로야구 NC 다이노스와 키움 히어로즈 경기. 9회 초 NC 마무리 투수 원종현이 역투하고 있다.

▲ NC 마무리 원종현 역투 1일 경남 창원시 마산회원구 창원NC파크에서 열린 프로야구 NC 다이노스와 키움 히어로즈 경기. 9회 초 NC 마무리 투수 원종현이 역투하고 있다. ⓒ 연합뉴스

 
방출과 암수술 시련 이겨내고 건강하게 마운드 복귀

2014 시즌 전까진 전혀 알려지지 않았고 테스트를 받고 육성 선수로 NC에 입단한 경력 때문에 여전히 원종현을 어느 신생 고등학교 출신의 무명 선수로 생각하는 야구팬이 적지 않다. 하지만 원종현은 '역전의 명수'라는 애칭으로 유명한 야구명문 군산상고에서 차우찬(LG 트윈스)과 함께 원투펀치로 활약하며 팀을 대통령배 4강으로 이끌었던 촉망 받는 유망주 출신이다. 

원종현은 2006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2차 2라운드(전체 11순위)라는 제법 높은 순번으로 LG에 지명됐다. 원종현은 입단 당시 계약금도 1억1000만 원이나 받았고 지명 순번도 덕수정보고의 천재타자 김문호(롯데 자이언츠)와 전전후 내야수로 이름을 날린 황재균(kt), 그리고 125억 짜리 포수 양의지(NC)보다 더 높았다. 하지만 원종현은 프로 입단 후 팔꿈치 부상에 시달리면서 자신이 가진 잠재력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다. 

2010년 팔꿈치 수술을 받고 LG에서 방출된 원종현은 2011년 테스트를 받고 육성 선수로 신생구단 NC에 재입단했다. 2012년 퓨처스리그에서 2승을 올린 원종현은 NC가 1군에 합류한 2013년에도 끝내 1군 무대를 밟지 못했다. 신생구단에서조차 이렇다 할 반전의 계기를 마련하지 못한 원종현은 2번째 방출의 위기에 놓였지만 원종현의 가능성을 높게 평가한 김경문 전 감독(국가대표 감독)의 만류로 간신히 생존에 성공했다.

2014년 4월 프로 입단 9년 만에 1군 데뷔전을 치른 원종현은 그 해 73경기에 등판해 5승3패1세이브11홀드 평균자책점 4.06으로 NC불펜의 핵심으로 자리 잡았다. 특히 LG와의 준플레이오프에서는 시속 155km의 강속구를 뿌리며 야구팬들을 놀라게 했다. 하지만 2015 시즌을 앞둔 스프링캠프 도중 심한 두통을 호소하며 중도 귀국했고 대장암 진단을 받으며 시즌을 통째로 날렸다. NC는 시즌 아웃된 원종현을 정식 선수로 등록시키며 의리를 지켰다.

오랜 투병과 재활 과정을 끝낸 원종현은 2016년 5월 31일 건강한 모습으로 1군 마운드에 돌아왔다. 비록 첫 두 달을 놓쳤지만 54경기에서 3승3패3세이브17홀드 3.18이라는 우수한 성적을 기록하며 원종현의 재활을 부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던 사람들을 머쓱하게 만들었다. 지독한 타고투저 시즌이었던 2016년 원종현은 1할대의 피안타율(.197)과 0.98의 이닝당 출루 허용수(WHIP)를 기록하며 NC불펜의 필승조로 돌아왔다.

작년까지 통산 6세이브, 풀타임 마무리 첫 해에 30세이브 달성

투병을 끝내고 돌아온 첫 시즌 54경기에서 70.2이닝을 던진 원종현은 2017년에도 68경기에 등판해 80이닝을 소화했다. 3승6패22홀드로 기록은 조금 더 좋아졌지만 평균자책점이 3.18에서 4.39로 상승하며 2016년 같은 위력이 사라지고 말았다. 원종현은 마무리 임창민이 일찌감치 시즌 아웃된 작년 시즌에도 58경기에서 64.1이닝을 책임지며 NC불펜의 마당쇠로 활약했다.

원종현은 대장암 수술을 받고 그라운드에 돌아온 후 3년 동안 181경기에 등판하며 팀을 위해 고군분투했지만 올 시즌 연봉은 작년에 비해 8.1%가 인상된 2억 원에 머물렀다. 이동욱 감독과 투수진을 총괄하는 손민한 수석·투수코치 역시 올 시즌을 앞두고 마무리 투수로 장현식을 낙점했다. 하지만 마무리로 기대했던 장현식의 초반 구위가 생각만큼 올라오지 않자 이동욱 감독은 불펜 경험이 풍부한 원종현을 새 마무리로 투입했다.

원종현은 4월까지 14경기에서 10세이브1.26으로 조상우(키움 히어로즈)와 함께 세이브 부문 선두를 다투며 마무리 자리에 순조롭게 안착했다. 시즌 전 마무리로 낙점 받았던 장현식 역시 원종현이 기대 이상으로 활약하자 자연스럽게 셋업맨으로 보직을 옮겼다. 결국 원종현은 전반기에만 24세이브를 올리며 SK 와이번스의 하재훈, LG의 고우석과 함께 올 시즌 리그에서 돌풍을 일으킨 '깜짝 마무리' 3인방으로 떠올랐다.

전반기까지 마무리로서 믿음직하게 NC의 뒷문을 지키던 원종현은 8월부터 다소 흔들리고 있다. 실제로 전반기 24세이브를 기록한 원종현은 후반기 단 6세이브를 추가하는데 그치며 하재훈(11개), 고우석(12개) 같은 경쟁자들에게 추월을 당했다. 하지만 13일 kt전에서 삼진 하나를 곁들이며 세 타자를 깔끔하게 막아낸 원종현은 풀타임 마무리 첫 해 30세이브를 올리는 대단히 의미 있는 기록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KBO리그에는 정현석(한화 이글스 육성군 타격코치)과 정현욱(삼성 라이온즈 불펜코치)이 위암을 극복하고 그라운드에 복귀했고 뇌종양 판정을 받았던 롯데의 김상호도 지난 6월 재활군에 복귀했다. 하지만 이들 중 누구도 원종현처럼 복귀 후 전성기를 능가하는 활약을 펼치진 못했다. 큰 병마를 이겨내고 프로 데뷔 후 최고의 시즌을 만든 원종현이 NC의 가을야구 복귀를 위한 도전에 큰 힘을 보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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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NC다이노스 원종현 30세이브 대장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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