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US 오픈 테니스대회 여자단식 결승에서 비앙카가 우승 후 세러머니를 하고 있다.

2019 US 오픈 테니스대회 여자단식 결승에서 비앙카가 우승 후 세러머니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세계 여자 테니스계가 또 한 번 지각 변동을 일으켰다. 올해 메이저 대회(호주 오픈, 롤랑 가로스)에서 2라운드(64강) 경험을 딱 두 번만 했던 선수가 US 오픈 본선 첫 도전에서 당당히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린 것이다.

'단풍국' 캐나다 선수로는 사상 처음으로 그랜드 슬램 단식 타이틀을 따낸 것이라는 사실도 놀랍지만 1999년이후 20년 동안 세계 여자 테니스계를 휩쓸어온 베테랑 세레나 윌리엄스를 2년 연속 이 대회 준우승에 머물도록 만든 주인공이 겨우 19살 소녀라는 사실이 더 놀랍다.

세계 랭킹 15위 비앙카 안드레스쿠(캐나다)가 한국 시각으로 8일 새벽 뉴욕에 있는 빌리 진 킹 테니스센터 아서 애쉬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2019 US 오픈 테니스대회 여자단식 결승전에서 8위 세레나 윌리엄스(미국)를 100분만에 2-0(6-3, 7-5)으로 이겨 메이저 대회 첫 우승의 감격을 누렸다.

대기록들 눈앞에 둔 세레나, 서브 흔들려

한국식으로 말하면 조카뻘 되는 소녀와 결승전에서 만난 세레나 윌리엄스는 첫 게임을 서브 에이스로 기분 좋게 출발했지만 예상 못한 더블 폴트를 저지르며 비앙카 안드레스쿠에게 끌려나니기 시작했다. 

첫 세트 일곱 번째 게임 소요 시간이 무려 10분을 넘겼다. 세레나 윌리엄스가 그토록 긴 랠리를 가져온 것은 이 결승전에 몇 가지 대기록들이 걸려있기 때문이었다. 

1999년 롤랑 가로스와 이 대회 우승을 차지하며 세계 여자 테니스계의 독보적인 존재로 우뚝 선 세레나 윌리엄스는 2017년 호주 오픈 우승에 이르기까지 그랜드 슬램 단식 우승 트로피를 무려 23개나 가져왔다. 이번 대회에서 우승했다면 호주 여자 테니스 전설 마거릿 코트가 세운 24회 우승 기록과 동률을 이룰 수 있었다. 

특히, 이 결승전에서 세레나가 이긴다면 미국 여자 테니스의 전설 크리스 에버트(미국)가 이룬 101승 기록을 뛰어넘어 US 오픈 본선 최다승 기록을 세우는 셈이었다.

하지만 꾸준히 세계 랭킹을 끌어올리며 많은 테니스 전문가들의 주목을 받아온 비앙카 안드레스쿠의 스트로크는 매우 위력적이었다. 세레나 윌리엄스의 서브와 스트로크 스피드는 종종 남자 선수들과도 비교할 정도로 정평이 나있지만, 비앙카도 전혀 밀리지 않았다.

비앙카 안드레스쿠의 파워 스트로크에 당황한 세레나 윌리엄스가 첫 세트를 42분만에 내줬다. 세트 포인트도 세레나 윌리엄스가 더블 폴트로 내준 것이었다.

비앙카의 집중력

대기록들을 눈앞에 둔 세레나 윌리엄스는 쉽게 물러설 수 없었다. 두 번째 세트 출발도 흔들리며 0-2까지 끌려갔지만 스트로크 싸움을 끈질기게 걸어 비앙카의 서브 게임을 브레이크했다. 세 번의 듀스 끝에 세레나의 포핸드 크로스가 네트 상단에 맞고 넘어가 비앙카의 코트에 떨어지는 행운이 찾아온 것이다.

하지만 비앙카 안드레스쿠의 집중력은 세레나 윌리엄스보다 뛰어났다. 이어진 세레나의 서브 게임에서 세레나의 서브와 스트로크 실수가 흔들리는 틈을 타 비앙카는 침착한 서브 리턴을 바탕으로 힘이 넘치는 포핸드 크로스로 세레나 윌리엄스를 궁지로 몰아넣었다.

두 번째 세트 여섯 번째 게임까지 1-5로 패색이 짙은 세레나 윌리엄스가 2만명이 훨씬 넘는 홈팬들 환호성을 듣고 바짝 정신을 차렸다. 이후 네 게임을 내리 따내며 끈질기게 따라붙은 것.

세레나 윌리엄스 특유의 불꽃 서브가 살아나며 비앙카의 백핸드 리턴 실수를 연거푸 유발했다. 아무리 그래도 두 번째 세트가 1-5에서 5-5가 될 줄은 몰랐다. 19살 소녀의 돌풍 앞에 30대 후반에 접어들고 있는 아이 엄마는 체력의 한계를 느끼며 포기할 수도 있었지만 세레나 윌리엄스는 끝까지 노란 공을 따라 뛰었다.

베테랑의 끈질긴 게임 운영에 흔들린 비앙카 안드레스쿠는 잠시 벤치에 앉아 쉬는 시간을 이용하여 수건으로 얼굴을 감싸고 생각에 잠겼다. 여기서 더 밀리면 흐름을 완전히 내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기에 마지막 힘을 쏟아붓기로 했다.

그 결과 이어진 열 두 번째 게임에서 세레나 윌리엄스의 백핸드 크로스 실수를 이끌어낸 비앙카 안드레스쿠가 2개의 챔피언십 포인트 기회를 잡았다. 스윙 하나하나의 집중력 차이가 확연하게 드러났다.

비앙카 안드레스쿠는 세레나 윌리엄스의 서브 패턴을 읽은 뒤 위력적인 포핸드 스트로크를 코트 왼쪽 옆줄을 따라 뿌렸다. 그랜드슬램 타이틀이 자기 품으로 다가온 것을 확인한 비앙카는 한동안 파랑색 코트 바닥에 드러누워 얼굴을 감싸고 감격을 누렸다.

이렇게 세레나 윌리엄스의 그랜드 슬램 관련 몇 가지 대기록들은 2020년을 기약하개 됐다. 2019 메이저 대회 여자단식 우승자 이름에 비앙카 안드레스쿠가 새롭게 이름을 올렸다. 가장 먼저 열린 호주 오픈에선 오사카 나오미(일본)가, 그 다음 열린 롤랑 가로스는 애슐리 바티(호주), 그리고 윔블던에서는 시모나 할렙(루마니아)이 반짝반짝 빛나는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린 바 있다.

9일 새벽 같은 코트에서 열리는 남자 단식 결승전은 정현을 물리치고 최고의 자리를 노리는 라파엘 나달(스페인)과 다닐 메드베데프(러시아)가 맞붙는다.

2019 US 오픈 테니스대회 여자단식 결승 결과
(8일 오전 5시, 아서 애쉬 스타디움 - 빌리 진 킹 테니스센터, 뉴욕)

★ 비앙카 안드레스쿠 2-0(6-3, 7-5) 세레나 윌리엄스

주요 기록 비교
서브 에이스 : 비앙카 안드레스쿠 5개, 세레나 윌리엄스 9개
더블 폴트 : 비앙카 안드레스쿠 3개, 세레나 윌리엄스 8개
첫 서브 성공률 : 비앙카 안드레스쿠 66%(45/68), 세레나 윌리엄스 44%(34/77)
첫 서브 득점률 : 비앙카 안드레스쿠 64%(29/45), 세레나 윌리엄스 74%(25/34)
세컨드 서브 득점률 : 비앙카 안드레스쿠 39%(9/23), 세레나 윌리엄스 30%(13/43)
네트 포인트 득점률 : 비앙카 안드레스쿠 63%(5/8), 세레나 윌리엄스 82%(9/11)
브레이크 포인트 성공률 : 비앙카 안드레스쿠 46%(6/13), 세레나 윌리엄스 38%(3/8)
리시빙 포인트 성공률 : 비앙카 안드레스쿠 51%(39/77), 세레나 윌리엄스 44%(30/68)
위너 : 비앙카 안드레스쿠 19개, 세레나 윌리엄스 33개
언포스드 에러 : 비앙카 안드레스쿠 17개, 세레나 윌리엄스 33개
총 뛴 거리 : 비앙카 안드레스쿠 1476.1미터, 세레나 윌리엄스 1347.6미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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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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