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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일 안타까운 기사들이 쏟아져 나온다. 얼마 전엔 서울에서 거주하고 있던 탈북 모자가 아사했다는 기사를 접했다. 2019년 대한민국에서 아사라니, 북을 떠나 행복한 미래를 꿈꾸며 서울에 정착했을 모자의 죽음. 일면식도 없는 나까지도 숙연해질 수밖에 없었다. 사람을 그림자 취급하게 된 차가운 사회적 공기, 그 속에 살아가는 우리들은 어쩌면 모두 병든 마음을 가지고 있는 게 아닐까.

<당신이 옳다>는 이 책의 저자이자 정신과 의사인 정해신이 그동안 만나온 사람들의 내면적 슬픔과 사연 그리고 그들과 공감하고 그들을 치유하고자 했던 모든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마음을 치유하는 것, 위대하지만 절대 특별하지 않다. 이제껏 전문적인 분야라고 생각했던 심리학을 '실용 심리학'이라 강조한다. 소박한 집밥과 같은 적정기술, 심리적 CPR(심폐소생술)은 전문의가 아니라 우리 모두가 할 수 있는 치유의 방식이다.

우리 모두 할 수 있는 심리적 CPR

 
 도서 <당신이 옳다>
 도서 <당신이 옳다>
ⓒ 해냄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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챕터 제목을 먼저 훑어봤다. 자기소멸의 벼랑 끝에서, 존재의 개별성을 무시하는 폭력적 시선, 만성적 '나' 기근에 시달리는 사람들… 아마도 저자가 지금껏 봐온 상처받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문장들이 아닐까 싶었다.

이 사람들은 지금은 과연 행복을 찾았을까. 그건 아무도 확답할 수 없다. 삶은 단거리 달리기가 아닌 길고 긴 마라톤이기 때문이다. 일생 동안 생애별로 이루어야 할 과제, 목표들은 끊임없이 생겨난다. 그리고 그 시기가 지나면 소멸하면서 당시 내 모습에 대한 후회를 남기기도 한다. 그래서 사람 마음이 가장 어려운 것이라 생각한다. 그만큼 어려운 사람 마음, 가장 필요한 건 공감과 감정에 대한 수긍이었다.

이 책을 읽으며 지나간 연애가 떠올랐다. 이전 연애에서 마음 고생을 많이 했다. 상대방은 자신의 감정에 크게 휘둘리는 사람이었다. 그날 회사에서 기분 안 좋은 일이 있었다면, 퇴근 후에도 그 일을 생각하며 자신을 갉아먹는 사람이었다. 그럴 때마다 나는 그의 옆에서 힘이 되어 주어야겠다 생각했다.

그러나 나의 도움은 잘못된 것이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그의 고민은 항상 자기 비하로 끝났다. 그리고 그의 어두운 면 뒤에는 아버지에 대한 원망이 늘 자리하고 있었다. 혹여나 이 사람이 지금 기댈 곳 없이 벼랑 끝에 서 있는 기분일까 걱정되었다. 산소 공급이 끊기면 생명유지가 불가능하듯, 당신이 옳다는 확신은 산소와도 같다고 한다. 나는 그에게 말했다.

"그래 오빠, 얼마나 힘들어. 회사에서 치이고, 집에서도 스트레스 받고. 충분히 이해해."

뒤이어 나는 그의 상황에 대한 조언을 덧붙였다. 예를 들어 집에서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부분에선 "나와서 사는 게 어때?" 회사 일에 대해선 "하지만 그건 그 분 입장에선 오해할 수도 있는 말이야. 다음엔 이렇게 하도록 해" 이제야 알게 되었다. 당시 그가 원했던 대화는 그게 아니었을 수도 있을 거란 사실을 말이다.

충고와 조언이 아닌 그저 묵묵히 들어주는 것, 그리고 자신의 아픔에 진심으로 공감해주는 것. 그게 바로 심리적 CPR의 한 방식이고, 관계 속 올바른 대화에 대한 답이었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나'는 소중하다

그러나 관계만큼 중요한 건 바로 '나' 자신을 지키는 것이다. 어떤 상황이든 나를 보호하는 것이 가장 우선이다. 정해옥 시인의 '섬'이라는 시가 떠올랐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섬이 있다'는 시인의 말처럼, 현실에서 우리 모두에겐 침범해선 안 될 나만의 경계가 있다. 그 경계 속에 누군가 들어와 나를 휘젓는다면, 그 바깥으로 타인을 내쫓을 필요성도 있다.

나는 과연 그 경계를 잘 지켰을까, 그리고 그 연애에 있어 나 역시 온전히 내 경계를 보호받았을까. 되짚어 볼수록 아니었단 생각이 들어 후회가 밀려왔다. 아픈 와중에도 나는 '조금만 더 버티자'라며 나를 채찍질 했다. 그때는 사람 사이에 경계를 세우고, 그 경계를 지키는 일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 온전한 공감은 건강한 경계 인식으로부터 온다고 한다. 공감은 상호적이고 동시적인 것이기 때문에 일방적인 수용과 배려는 공감이 될 수 없다.

다시금 관계와 감정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는 책이었다. '누구든 내 삶이 나와 멀어질수록 위험해진다'는 문장은 특히나 가슴에 박힌 못 같은 것을 빼주는 느낌이었다. 아, 그래서 내가 힘들었던 거구나. 내 감정에 수긍하고 이를 받아들이니 거짓말처럼 편안해졌다. 누르고 조절해 소멸시켜야 한다 배우며 직면할 기회들을 놓쳐버리는 나쁜 감정들.

감정은 극복의 대상이 아닌, 수용하고 직면해야 할 삶의 중요한 부분이었다. 이제껏 '남들이 좋아하는 나'를 만들기 위해 얼마나 노력해 왔는가. 그 때문에 반대로 내가 스스로를 얼마나 돌봐주지 않았는지 돌아보게 됐다. 책의 제목처럼 '당신이 옳다'라는 존재 자체에 대한 확신을 받았다. 이는 분명 위로와는 다른 개념이다. 그리고 나는 그 확신을 통해 한 발 더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힘을 얻었다.

당신이 옳다 - 정혜신의 적정심리학

정혜신 지음, 해냄(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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