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일 동안 100가지로 100퍼센트 행복찾기> 포스터

<100일 동안 100가지로 100퍼센트 행복찾기> 포스터 ⓒ 영화사 진진


2019년, 우리는 과거 그 어떤 시대보다 호화롭게 살고 있다. '총알 배송'으로 하루가 지나기도 전에 물품을 받을 수 있고, 스마트폰에는 평생 봐도 다 못 볼 콘텐츠들이 가득하다. 그럼에도 행복과 위로를 이야기하는 에세이가 서점 베스트셀러 순위에 늘 올라 있다. 또한 방송 프로그램마다 힐링을 이야기하기도 한다. 호화로운 시대에 '행복을 찾지 못한' 세대가 되어버린 셈이다.
 
< 100일 동안 100가지로 100퍼센트 행복찾기 >라는 독특한 제목으로 시선을 끄는 이 영화는 모든 것을 버린 후에야 진정한 행복을 찾게 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스타트업 종사자인 폴(플로리안 데이비드 핏츠)과 토니(마치아스 슈와바이어퍼)는 사람의 감정 상태에 따라 다른 방식으로 대화를 나눠주는 어플인 '나나'를 개발한다. 하지만 '나나'는 발표회에서 그리 큰 관심을 끌지 못한다. 

그 순간 토니는 깜짝 발표를 감행한다. 알고 보니 '나나'의 기능을 통해 폴의 소비습관은 물론 그에 대한 정보를 모두 파악하고 있었던 것. 사람의 데이터를 모을 수 있다는 사실은 계약이라는 대어를 낚는 데 도움을 주지만, 폴은 절친하다고 여겼던 친구에게 뒤통수를 맞았다는 생각에 기분이 상한다. 결국 파티 자리에서 토니와 다투는 폴. 술기운이 오른 폴은 토니에게 엄청난 대결을 제안한다. 각자의 집에 있는 모든 물건을 창고에 넣고 앞으로 100일 동안 하루에 한 가지씩만 필요한 물건을 가져오자고 말이다.
 
각자가 가진 주식의 절반을 직원들에게 주는 조건으로 내기를 시작한 두 사람. 하지만 폴과 토니는 속으로 술기운에 한 말이니 다음 날이면 다들 잊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눈을 뜬 아침. 폴과 토니는 텅 빈 집 안과 발가벗고 있는 자신들을 발견한다. 직원들은 눈에 불을 켜고 두 사람의 내기를 감시하고 폴과 토니는 100일 동안 아무것도 소비하지 못하는 나날들을 보내게 된다.

유쾌한 웃음 속 철학적 질문
 
 <100일 동안 100가지로 100퍼센트 행복찾기> 스틸컷

<100일 동안 100가지로 100퍼센트 행복찾기> 스틸컷 ⓒ 영화사 진진


제목만큼 독특한 대결을 통해 영화는 유쾌한 웃음 속에서도 철학적인 질문을 던진다. 그리고 세 가지 측면에서 웃음과 감동, 그리고 행복을 향한 고민을 전달한다. 첫째는 달라도 너무 다른 두 주인공 폴과 토니다. 폴은 하루 종일 스마트폰을 끼고 살면서 아마존을 통해 대량소비를 하는 소비왕이다. 같은 종류의 신발이 진열장을 가득 채운 장면은 폴이 얼마나 소비에 열을 올리는지 알 수 있다.
 
반면 토니는 자기관리의 신이다. 아침부터 스마트폰을 만지고 새로운 물건을 구매하는 폴과 달리 운동을 하고 건강주스를 마시며 탈모 약을 먹는 토니의 모습은 넘치는 자기애를 보여준다.

하지만 사업에 있어서 두 사람은 다른 모습을 보인다. 토니가 많은 돈과 성공을 갈구하는 현실적인 욕망을 드러내는 반면 폴은 자신이 만든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세상 사람들 모두가 행복했으면 하는 이상을 꿈꾼다.
 
두 사람은 형제 같은 절친한 친구지만 직장에서도 생활에서도 서로 다른 방향성 때문에 갈등을 겪는다. 대결을 하면서 미니멀 라이프에 적응해 나가는 폴과 갈증을 느끼며 더 많은 걸 갈구하는 토니의 모습은 현대사회에서 과연 진정한 행복은 어떻게 충족될 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창고에서 만난 여인의 정체
 
 <100일 동안 100가지로 100퍼센트 행복찾기> 스틸컷

<100일 동안 100가지로 100퍼센트 행복찾기> 스틸컷 ⓒ 영화사 진진

    
둘째는 사랑이다. 하루에 한 번 물건을 가지러 창고를 향하는 폴과 토니는 그곳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여인 루시(미리엄 스테인)를 만나게 된다. 이름을 제외한 모든 걸 알려주지 않는 루시는 두 사람에게 관심을 보이고 자연스레 그들은 서로를 인지하는 사이가 된다. 자신을 너무 사랑하고 신체적인 약점으로 실제 여자를 만날 수 없을 것이란 폴의 말에 발끈한 토니는 루시에게 데이트를 신청하고 두 사람은 빈 공간이 많아 보잘 것 없어 보이는 토니의 집을 꽉 채우는 뜨거운 사랑의 기운으로 하룻밤을 보낸다.
 
루시의 존재는 토니에게 변화를 이끌어낸다. 본인이 지닌 신체적 결함과 자격지심 때문에 자신만을 사랑할 줄 알았던 토니는 루시를 통해 남을 사랑할 줄 알게 된다. 동시에 자신을 사랑해 주는 루시를 통해 많은 것을 가져야만 사랑받고 인정받을 수 있는 게 아니라는 점도 알게 된다.

셋째는 가족이다. 폴은 툭하면 사다리를 타고 지붕을 수리하거나 짐을 꺼내려는 할머니를 돕는다. 정신이 온전치 못한 할머니지만 폴에게는 크게 의지하고 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존재가 되어준다. 폴은 우연히 할머니가 제2차 대전 당시 피난을 가면서 들고 온 가방을 발견한다. 가방 안에 든 물품이 당시 본인이 가진 전부였다 말하는 할머니에게 폴은 놀라움을 표한다. 지금의 자신과는 너무나 다른, 적은 물건들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100일 동안 100가지로 100퍼센트 행복찾기> 스틸컷

<100일 동안 100가지로 100퍼센트 행복찾기> 스틸컷 ⓒ 영화사 진진


할머니는 물론 어머니 역시 폴이 겪는 좌절과 친구와의 우정 문제를 이해해준다. 할머니와 어머니, 두 사람은 가진 것 없이 오직 희망만으로 하루하루를 나아갔고 그렇기에 결핍이 무엇인지, 원하는 것을 이뤄내지 못할 때 밀려드는 상실감이 무엇인지 안다. 많은 것을 가졌을 때는 어떠한 상실도 고난도 느낄 수 없었던 두 남자. 그들이 내기를 하면서 이 감정을 접할 수 있었던 건 주변을 둘러보게 되었기 때문이다.
 
폴은 스마트폰에서 벗어나 사람을 바라보게 되면서 관계의 중요성과 그 안에서의 갈등을 경험하게 된다. 눈을 뜨자마자 스마트폰이 아닌 맑은 하늘을 바라보고 인터넷 기사가 아닌 차 한 잔과 함께 풍경을 감상하는 폴의 모습은 그가 앞이 아닌 옆을 바라보며 여유를 느끼고 있음을 알려준다. 이는 토니 역시 마찬가지다. 사랑을 멀리하고 자신만을 사랑했던 토니는 남을 바라보면서 물건과 돈으로는 채울 수 없는 마음의 가치를 깨닫게 된다.
 
물건의 무게와 가치가 행복으로 직결되지 않는 시대에 진정으로 가치 있는 것은 무엇일까를 생각하게 만드는 이 영화는 기상천외한 대결을 통해 삶의 또 다른 방향을 알게 된 두 친구가 행복을 찾아가는 방법을 이야기한다. 기발한 아이디어와 시종일관 유쾌한 웃음 속에서 다시 한 번 내 삶의 모습을 생각하게 만드는 이 영화는 가장 많은 걸 가졌지만 가장 불행한 세대에게 건네는 따뜻한 위로라 할 수 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준모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브런치에도 게재됩니다.
100일 동안 100가지로 100퍼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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