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으로...> 포스터

<집으로...> 포스터 ⓒ (주)팝엔터테인먼트

  
영화 한 편이 극장에, 그것도 여러 상영관에 걸리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어떤 영화는 상영관 하나도 온전하게 보장받지 못하며 또 어떤 영화는 극장 상영도 하지 못하고 IPTV로 직행하기도 한다. 이런 현실 속에서 '재개봉'을 하는 영화들은 단순히 흥행 때문만은 아니다. 이 작품을 다시 찾을 관객들이 있고 현재의 관객들에게도 통하는 정서나 감정적인 느낌이 있기 때문이다. <집으로...>는 시대가 흘러도 변하지 않는 고유한 정서를 통해 재개봉을 이끌어 냈다.
 
오는 9월 5일 재개봉하는 영화 <집으로...>는 단순한 구성과 잔잔한 에피소드를 지니고 있다. 일곱 살 상우(유승호)는 집안 사정 때문에 시골의 외할머니(김을분) 댁에 맡겨진다. 말도 못하고 글도 못 쓰는 외할머니가 답답한 건 물론, 전자오락기 배터리도 팔지 않는 시골 가게와 사방이 돌투성이인 시골집에서 지내는 게 불만이다. 어린 아이답게 투정을 부리고 불평을 하는 상우의 모습은 여느 유치원생 못지않다. 그리고 온화한 미소의 외할머니는 그런 상우의 투정을 화 한 번 내지 않고 모두 받아준다.
  
 <집으로...> 스틸컷

<집으로...> 스틸컷 ⓒ (주)팝엔터테인먼트

 
작품은 이런 두 사람의 관계를 통해 소소하지만 인상적인 에피소드를 만들어 낸다. 상우가 배터리를 사기 위해 할머니의 은비녀를 훔치는 장면이나 머리카락을 조금 잘라달라는 말에 짧은 바가지 머리 스타일을 만들어 손자가 투정을 부리는 장면, 치킨이 먹고 싶다고 말하니 백숙을 끓여와 '누가 물에 빠뜨리랬어'라는 불만을 토해내는 장면은 큰 자극 없이 두 캐릭터가 만들어낼 수 있는 다양한 상황을 연출해내며 재미를 선사한다.
 
<집으로...>의 재개봉은 크게 세 가지 점에서 그 의의를 찾을 수 있다. 첫 번째는 유년 시절에 흔히 겪는 경험을 서정적으로 담아냈다는 점이다. 집안 사정 또는 부부의 맞벌이로 인해 조부모의 손에 맡겨 키워지는 것은 대한민국에서 꽤나 보편적인 경험이다. 이 경험은 아련한 향수와도 같은 느낌을 지니고 있다. 이제는 돌아갈 수 없는 추억이자 무조건적인 온화한 사랑을 느꼈던 시절이기 때문이다.
 
영화는 이 시절을 특별한 사건이나 설정, 자극 없이 담담하고 잔잔하게 담아내며 깊은 공감을 유도해낸다. 상우는 오락기와 롤러블레이드를 좋아하는, 전형적인 어린 아이다. 외할머니에겐 세월의 흔적이 그대로 묻어나는 주름이 있고 글을 쓸 줄 모르고 비록 말도 못하시지만 누구보다 손자를 사랑하는 깊은 마음을 보여준다. 두 사람의 이러한 모습은 영화의 서정적인 정서를 강화시킨다.
  
 <집으로...> 스틸컷

<집으로...> 스틸컷 ⓒ (주)팝엔터테인먼트

 
두 번째는 누구나 겪는 성장과 이해의 순간을 담아냈다는 점이다. 처음 외할머니 댁에 온 상우는 모든 게 불만이다. 어린 아이의 시각은 오직 자기 자신만을 바라보기에 주변의 불편과 욕구의 불만족은 강한 투정과 불만을 가져온다. 처음 상우는 외할머니 존재 자체를 부정한다. 자신이 원하는 걸 그 아무것도 들어줄 수 없는 외할머니가 상우에게는 불필요하고 거북한 존재처럼 다가온다.
 
하지만 그런 외할머니를 상우가 이해하기 시작했을 때, 남이 겪는 불편과 고통을 바라보고 이를 이해하기 시작했을 때 두 사람 사이에는 진정한 유대와 우정이 싹트기 시작한다. 이전 이해는 상우의 성장을 의미한다. 상우는 자기 자신만이 아닌 주변을 바라볼 수 있는 유년기의 시각에서 벗어났으며 이는 앞으로 상우가 도시에 돌아가서도 남을 이해하고 진정한 유대를 맺을 수 있는 가능성이 있음을 보여준다.
  
 <집으로...> 스틸컷

<집으로...> 스틸컷 ⓒ (주)팝엔터테인먼트

 
세 번째는 자본과 스타 배우가 아닌 영화 그 자체의 힘이다. <집으로...>가 개봉했을 당시 극장가에는 <친구>의 흥행이 몰고 온 '조폭' 영화 열풍이 불었고, 외화 블록버스터가 인기를 끌었다. 순 제작비 1억5천만 원의 <집으로...>는 420만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에 대성공했고 이는 그 어떤 외부적인 요소보다 영화 그 자체가 지닌 정서적인 힘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일깨워 주었다.
 
이는 현재 우리나라 영화계와 문화계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 작품이 흥행에 성공하면 비슷한 소재의 작품들이 우후죽순 등장한다. 게다가 스타 배우들의 캐스팅에 열을 올리다 보니 배우들의 몸값은 천정부지로 오르고 이는 제작비에 부담으로 다가온다. 이런 풍토는 결국 스태프들의 처우개선 문제와 비슷한 소개로 인한 관객들의 염증, 몸값 못하는 스타들로 인한 흥행 실패 문제로 귀결된다.
 
<집으로...>의 흥행은 공감을 가져오는 좋은 이야기는 많은 예산과 스타 배우가 없어도 관객들이 찾는다는 법칙을 보여준다. 비슷한 장르가 첨병하고 스타급 배우들이 총출동하는 작품이 범람하는 충무로와 시청률과 배우 몸값 문제로 지상파 드라마가 폐지되는 현재에 <집으로...>의 재개봉은 관객들은 물론 영화나 문화계 관계자들에게 깊은 의미를 전달하는 일이라 할 수 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준모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브런치에도 게재됩니다.
집으로... 재개봉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